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를 이야기할 때 흔히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들의 부담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통계에서는 중학생들의 우울감 경험률이 3년 연속 고등학생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마음건강 지원이 지금보다 더 이른 시기에 시작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감을 경험한 중학생은 26.2%로 고등학생 25.1%보다 높았습니다. 2023년과 2024년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중학생 4명 중 1명 이상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슬픔이나 절망감을 경험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이번 조사에서 우울감은 최근 1년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경험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기분이 좋지 않았던 순간을 조사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러한 경험이 곧바로 의학적인 우울증 진단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학교 시기는 신체적 변화와 함께 또래 관계, 학업 부담, 자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복잡하게 나타날 수 있는 시기입니다. 작은 갈등도 크게 느껴질 수 있고,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입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만으로 중학생들의 마음이 더 편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학생 자살 관련 통계입니다. 올해 상반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중·고 학생 112명 가운데 중학생은 43명으로 38.4%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에도 전체 244명 중 중학생이 92명으로 37.7%였습니다.
이 수치만으로 연령별 자살 위험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기 발견과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우울감을 경험한 여학생 비율은 29.9%로 남학생 21.7%보다 높았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느낀다는 응답 역시 여학생이 50.3%로 남학생 32.9%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물론 통계상 차이가 있다고 해서 특정 성별의 어려움만 중요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학생마다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는 만큼,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으로 마음 상태를 판단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은 아동·청소년도 증가했습니다. 2021년 약 27만명에서 지난해 약 43만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진료 인원이 늘었다는 사실을 정신건강 악화만으로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보다 정신건강 진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필요한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학생이 늘어난 영향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어려움을 혼자 견디지 않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힘들다고 말했을 때 그 신호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적절한 도움으로 연결해 주는 환경입니다.
학교에서도 성적이나 출결뿐 아니라 학생들의 정서적 변화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상담을 받는 일이 특별하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하고,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부담 없이 지원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정에서도 무조건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고 말하기보다 아이가 어떤 문제로 힘들어하는지 충분히 들어주는 시간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번 통계는 청소년 마음건강 지원을 고등학교에 집중하기보다 중학교, 나아가 더 어린 시기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과제를 보여줍니다.
아이들이 마음의 어려움을 견딜 수 없을 만큼 커진 뒤에야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신호가 나타났을 때부터 보호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성장하는 일입니다. 이번 발표가 학생들의 마음을 더 세심하게 살피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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