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칼로리라는 든든한 방패
제로 음료 앞에서 잠깐 안도한 적이 있으시죠?
설탕이 없으니 이번에는 괜찮겠지 하는 마음이 먼저 드는 게 사실이에요
특히 체중이나 혈당이 신경 쓰이는 분들에게 0칼로리라는 표시는 든든한 방패처럼 느껴져요
단맛은 그대로인데 부담은 줄었다고 하니 고르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여요
그래서 식당에서도 편의점에서도 제로 음료를 집어 드는 모습이 아주 익숙해졌어요
다이어트 중인 사람도 당뇨가 걱정되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음료가 되었죠
문제는 이 안심이 어디까지 근거를 갖고 있느냐는 점이에요
최근 국내외 연구들이 이 믿음에 조심스럽게 물음표를 붙이고 있어요
오늘은 흩어져 있던 소식들을 한 줄기로 엮어서 차분하게 살펴보려고 해요
겁을 주려는 글이 아니라 판단에 필요한 재료를 모아 드리는 글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읽다 보면 제로 음료를 끊어야 하느냐보다 어떻게 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 보일 거예요
362만 5613명이 남긴 숫자의 무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규모가 어마어마한 메타분석이에요
숙명여대와 하버드 의대 공동 연구팀이 연구 37편을 골라 약 362만 5613명의 자료를 종합했어요
메타분석은 여러 연구를 통계로 묶어서 큰 흐름을 보는 방법이에요
결과를 보면 인공감미료를 가장 많이 먹은 사람은 가장 적게 먹은 사람보다 제2형 당뇨병 위험이 26% 높았어요
심부전 위험도 똑같이 26% 높게 나타났어요
고혈압은 13% 뇌졸중은 12% 관상동맥질환은 11% 높았어요
심혈관질환으로 숨질 위험은 18% 모든 원인을 합친 사망 위험은 9% 높았고요
연구팀은 체중이나 혈당 문제를 넘어 심장과 혈관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짚었어요
숫자만 보면 덜컥 겁이 나지만 한 가지는 꼭 기억해 주세요
이 연구들은 대부분 관찰연구라서 감미료가 병을 직접 일으켰다는 인과관계까지는 말하지 못해요
그래도 비슷한 신호가 여러 연구에서 반복해서 나왔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기기 어려워요
뇌 나이가 1년 반 더 들었다고요?
이번에는 머리 쪽 이야기를 해볼게요
브라질 상파울루대 연구팀이 성인 1만 2772명을 약 8년 동안 따라가며 기억력과 언어 능력의 변화를 살폈어요
조사 대상은 아스파탐과 사카린 아세설팜칼륨 에리스리톨 자일리톨 소르비톨 타가토스까지 7가지 감미료였어요
참가자의 평균 나이는 51.9세였어요
섭취량이 가장 많은 그룹은 하루 평균 191mg으로 가장 적은 그룹의 20mg과 대비됐고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62% 빨랐어요
이는 뇌 노화가 1년 반 남짓 더 진행된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해석됐어요
중간 정도로 먹은 그룹도 35% 더 빠르게 저하되는 경향이 있었어요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의 아스파탐 양은 다이어트 탄산음료 한 캔에 든 양과 비슷하다고 해요
재미있는 건 60세 미만에서만 뚜렷하고 60세 이상에서는 연관성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연구팀도 식습관 설문에 기댄 관찰연구라서 감미료가 치매를 일으킨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어요
다만 장내미생물이나 대사 과정을 거쳐 뇌 기능과 이어질 가능성에는 주목했어요
체중 때문만은 아니라는 단서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의 건강 리포트에도 눈여겨볼 대목이 있어요
호주 모나시대 연구팀은 성인 3만 6천여 명을 평균 13.9년 동안 추적했어요
인공감미료가 든 음료를 하루 한 번 이상 마신 사람은 거의 안 마신 사람보다 제2형 당뇨병 위험이 38% 높았어요
놀라운 점은 체질량지수와 허리 엉덩이 둘레 비율을 보정한 뒤에도 연관성이 남았다는 거예요
살이 쪄서 생긴 결과라고 단순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뜻이에요
물론 당뇨 위험이 높은 사람이 원래 제로 음료를 더 찾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요
통계학에서는 이런 경우를 역인과라고 부르는데 관찰연구가 늘 조심스러운 이유이기도 해요
그래도 보정을 거친 뒤에도 신호가 남았다는 점은 한 번쯤 곱씹어 볼 만해요
콩팥과 면역까지 번진 의문
의문은 혈당과 심장에서 끝나지 않아요
중국 우한대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약 15만 6천 명을 분석했어요
커피나 차에 인공감미료를 많이 넣는 사람은 만성콩팥병 발생 위험이 19% 높게 나타났어요
동물실험에서는 아스파탐이 혈관 염증과 동맥경화 진행을 부추길 가능성이 보였어요
스웨덴 연구팀이 생쥐에게 아스파탐을 먹였더니 혈중 인슐린이 크게 올라갔다는 보고도 있었어요
수크랄로스 섭취가 많은 일부 암 환자에서는 면역항암제 치료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다는 결과도 소개됐어요
다만 동물실험이나 일부 환자 대상 결과를 그대로 우리 일상에 옮겨 오기는 어려워요
연구실 안의 이야기와 식탁 위의 이야기 사이에는 늘 거리가 있으니까요
그래도 여러 장기에서 비슷한 방향의 질문이 나온다는 점은 눈여겨볼 가치가 있어요
학회가 내놓은 의외로 단호한 입장
국내 전문가 단체의 판단도 궁금하실 거예요
대한당뇨병학회와 한국영양학회는 올해 1월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어요
무작위 임상시험 14건과 장기 관찰연구 20건을 종합한 결과였어요
설탕 음료를 인공감미료 음료로 바꾸면 단기적으로 체중이 1kg에 못 미치게 줄고 체지방률도 1%포인트 안쪽으로 내려갔어요
하지만 혈당과 심혈관 대사 지표의 개선은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았어요
장기 관찰연구에서는 오히려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높은 연관성이 보였어요
그래서 학회는 장기적이고 습관적인 섭취를 권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어요
설탕 음료를 많이 마시던 분에게 잠시 징검다리가 될 수는 있다고 했어요
하지만 단맛 선호를 계속 붙들어 둔다는 점이 걸림돌이라고 짚었어요
궁극적으로는 설탕 음료와 제로 음료를 함께 줄이고 물이나 무가당 음료로 가는 길을 권했어요
WHO가 2023년에 남긴 조건부 권고
세계보건기구도 일찍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했어요
2023년에 비당류 감미료를 체중 조절이나 만성질환 예방 목적으로 쓰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는 조건부 지침을 냈어요
연구 283건을 검토한 결과 장기간 많이 섭취하면 체중 증가와 제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고 해요
다만 이미 당뇨가 있는 사람은 예외라는 설명이 따랐고 근거가 확정적이지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어요
이 지침이 나온 직후에는 일부 신경과학자들이 결과가 애매한데 권고가 너무 앞서간 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어요
저는 이 논쟁 자체가 이 주제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느꼈어요
확실히 해롭다고도 확실히 안전하다고도 말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극단적인 결론보다 신중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스파탐 55캔 논란의 진실
한국에서 감미료 이야기가 폭발했던 순간도 짚어 볼게요
국제암연구소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 2B군으로 분류하면서 큰 파문이 일었어요
그와 함께 하루 섭취 허용량은 체중 1kg당 40mg으로 그대로 유지됐어요
식약처는 60kg 성인이 제로 콜라 250mL를 하루 55캔 마셔야 허용량에 닿는다고 설명했어요
우리 국민의 평균 아스파탐 섭취량은 허용량의 약 0.12% 수준이었어요
2B군에는 절임 채소 같은 일상 식품도 들어 있어서 분류만으로 먹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어요
사카린도 1987년 2B군이었다가 1999년 3군으로 내려간 사례가 있어요
그렇다고 마음 놓고 마셔도 된다는 이야기는 또 아니에요
허용량 안에서는 안전하다는 말과 오래 습관적으로 마셔도 이득만 있다는 말은 서로 다른 말이니까요
페닐케톤뇨증 환자는 아스파탐 섭취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마세요
당시 업계가 원료 교체를 검토하고 대형마트가 자체 브랜드 제품의 성분을 바꾸는 움직임을 보인 것도 소비자 불안을 잘 보여주었어요
에리스리톨 혈전 논쟁이 남긴 질문
저당 아이스크림이나 단백질바에 흔히 들어가는 에리스리톨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어요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연구팀은 혈중 에리스리톨 수치가 높은 사람이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이 2배 높다고 보고했어요
건강한 20명에게 에리스리톨 30g을 마시게 했더니 혈소판 응고 반응이 크게 올랐다는 실험도 있었어요
콜로라도대 연구에서는 뇌 혈관 세포를 일반적인 무설탕 음료 수준의 에리스리톨에 노출했더니 산화질소가 줄고 혈관을 조이는 물질이 늘었어요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아요
업계 단체는 참가자 수가 적고 사용한 양이 많았다고 지적했어요
연구 대상이 이미 심장질환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는 점도 해석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예요
저는 이 사례가 한쪽 편을 들기보다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걸 알려 준다고 느꼈어요
이미 심장이나 혈관 질환이 있는 분이라면 의료진과 상의해 보는 쪽이 현명해 보여요
장 속 세입자들의 반란
감미료가 몸속에서 어떤 길을 가는지도 중요한 단서예요
사카린과 수크랄로스가 장내 세균 구성을 바꿀 수 있다는 연구가 꾸준히 나오고 있어요
사람 대상 실험에서도 장내 미생물 변화와 혈당 반응 상승이 확인됐다는 보고가 있어요
장내 세균은 소화뿐 아니라 면역과 대사에도 관여하는 존재예요
그래서 열량이 없다고 해서 몸이 아무 반응도 안 하는 건 아닐 수 있어요
반대 의견도 있어요
허용 기준 안에서 먹는 양이 곧바로 해롭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전문가 설명도 이어지고 있어요
문제는 특정 성분 하나보다 하루에 여러 캔씩 습관처럼 마시는 패턴이라는 이야기죠
결국 어떤 감미료를 얼마나 오래 얼마나 자주 먹느냐가 핵심 변수예요
단맛 길들이기라는 보이지 않는 함정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꼽는 포인트가 하나 더 있어요
바로 단맛에 대한 입맛이 계속 높아진다는 점이에요
감미료는 설탕보다 훨씬 강한 단맛을 내서 입이 점점 더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질 수 있어요
그러면 밍밍한 과일이나 물이 심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해요
칼로리가 없다는 안도감 때문에 간식이나 야식이 늘어나는 이른바 보상 심리도 흔한 패턴이에요
오전에는 제로 음료를 마셨으니 오후에는 케이크 한 조각쯤은 괜찮겠지 하는 식이죠
이렇게 되면 음료에서 아낀 열량이 다른 곳에서 되돌아오는 셈이에요
서울대 윤영호 교수가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핵심은 제로 음료 자체보다 단맛에 기대는 습관을 줄이는 방향으로 식생활을 바꾸자는 거예요
우리 식탁 위의 다양한 풍경들
사례를 몇 가지 떠올려 볼게요
퇴근길에 습관처럼 제로 콜라를 사 마시는 직장인은 하루 한두 캔이 일상이 되어 있어요
당뇨 전 단계 진단을 받고 설탕 음료를 끊은 분은 제로 음료가 큰 위안이 되었을 거예요
운동 후 단백질 음료와 저당 간식으로 하루를 채우는 분은 에리스리톨이나 소르비톨 섭취가 은근히 많아질 수 있어요
다이어트 중인 청소년은 제로 음료를 물처럼 마시기 쉬워서 단맛 선호가 일찍 굳어질까 걱정되기도 해요
혈당이 높은 어르신에게는 설탕 음료보다 제로 음료가 현실적인 대안일 때가 많아요
이처럼 같은 제로 음료라도 사람마다 처지가 달라서 정답이 하나일 수는 없어요
설탕 음료를 하루 여러 잔 마시던 분이라면 제로 음료로의 전환은 분명 의미 있는 첫걸음이에요
다만 그 걸음을 종착지로 삼지 않는 것이 포인트예요
설탕이 더 낫다는 말은 아니에요
오해하기 쉬운 부분은 분명히 짚고 가야 해요
이런 연구들이 설탕이 더 안전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에요
설탕을 지나치게 먹으면 비만과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위험이 올라간다는 근거는 이미 단단하게 쌓여 있어요
반면 인공감미료의 장기 영향은 종류와 섭취량과 개인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 연구가 더 필요해요
확실한 것과 아직 모르는 것을 구분해서 보는 눈이 필요하다는 뜻이에요
저는 설탕이냐 감미료냐의 이분법보다 단맛 전체의 총량을 줄이는 관점이 훨씬 건강하다고 생각해요
둘 중 누가 덜 나쁜가를 겨루는 대신 둘 다 덜 먹는 쪽을 고르면 승부가 필요 없어지니까요
오늘부터 가볍게 시작하는 단맛 다이어트
거창한 결심보다 작은 습관이 오래가요
갈증이 날 때 가장 먼저 물을 찾는 연습부터 해보세요
탄산이 그리울 때는 탄산수에 레몬 한 조각을 띄워도 훨씬 산뜻해요
제로 음료는 하루 한 캔 이하로 두고 가끔 즐기는 음료로 자리를 옮겨 보세요
요리에서 단맛이 필요하면 양파나 양배추 같은 채소가 은근한 단맛을 내줘요
간식은 견과류나 채소 스틱처럼 입이 심심하지 않은 것으로 바꿔 보세요
단 음식을 한꺼번에 끊으면 오히려 반동이 올 수 있으니 조금씩 줄이는 쪽이 오래가요
식품 라벨에서 아스파탐이나 수크랄로스 같은 이름을 한 번씩 확인해 보는 것도 좋아요
성분표를 읽는 습관만으로도 내가 무엇을 먹는지 훨씬 선명해져요
몸이 아픈 분이나 임신 중인 분은 일반적인 팁보다 담당 의료진의 안내가 우선이에요
달콤함과 거리 두는 지혜
오늘 이야기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제로라는 이름이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에요
연구마다 한계가 있고 관찰연구의 결과를 그대로 믿을 수도 그대로 무시할 수도 없어요
그러나 서로 다른 나라와 연구팀이 비슷한 방향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 귀 기울일 이유는 충분해요
불안해하기보다 현명하게 거리를 조절하는 태도가 가장 든든한 대비책이에요
오늘 마신 한 캔이 어떤 사람의 인생을 갈라놓지는 않아요
다만 매일 반복되는 작은 선택이 쌓여 몇 년 뒤의 몸을 만든다는 사실은 기억해 두면 좋겠어요
다음에 냉장고 문을 여실 때는 잠깐 멈추고 물 한 잔을 먼저 떠올려 보세요
그 작은 멈춤이 단맛에 끌려다니던 습관을 바꾸는 가장 쉬운 출발점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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