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놓은 침이 심장까지.. 90대 환자 사망에 벌금형

침 시술 중 과실로 90대 노인을 숨지게 한 한의사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허리 통증을 치료받기 위해 한의원을 찾았던 90대 노인이 침 시술 과정에서 심장에 손상을 입고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환자의 통증을 덜어주기 위한 의료행위가 오히려 생명을 앗아간 사고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24일 보도에 따르면 대전지법은 업무상 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68세 한의사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사건은 2022년 8월 세종시의 한 한의원에서 발생했습니다.

 

당시 92세였던 환자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한의원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한의사는 환자의 가슴 부위에 침 3개를 놓는 과정에서 그중 하나를 지나치게 깊이 찔렀고, 이로 인해 심장막 안쪽에 미세한 심근 파열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부분은 환자가 시술 이후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을 호소했는데도 즉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환자는 약 15분 동안 적절한 대응을 받지 못한 채 의식을 잃었고,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의료행위에는 언제나 일정한 위험이 따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신체에 직접 침을 놓는 시술이라면 해부학적 구조와 시술 깊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위험 부위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가슴 부위는 심장과 폐 등 중요한 장기가 위치해 있어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침 시술이 비교적 익숙한 치료법이라고 해도 신체 깊숙한 곳에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까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조사 결과 한의사는 환자를 진료하면서 진맥을 하지 않았고, 가슴 부위에 침을 놓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도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료기록부 역시 작성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드라마 속 '심장파열', 중증외상 없어도 '이 질환' 방치하면 발생 위험 - 경향신문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고 진료 과정을 기록하는 일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의료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책임입니다.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는지 이해하고, 의료진이 시술 내용과 환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시술 과정의 과실뿐 아니라 환자가 이상 증상을 보인 이후의 대응도 중요한 문제로 드러났습니다. 갑작스러운 흉통이나 호흡곤란은 심각한 응급상황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면 신속하게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고 필요한 응급조치를 시행해야 합니다.

 

특히 고령 환자는 신체적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어 급격한 상태 변화에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의료진에게는 시술 자체의 정확성뿐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합병증이 발생했을 때 적절하게 대응할 책임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재판에서는 의료사고와 별개로 한의사의 또 다른 범행까지 확인됐습니다. 한의사는 과거 교제했던 카페 운영자에게 악감정을 품고, 카페 진입로에 굴착기로 바윗돌을 놓아 차량 출입을 방해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영업방해 행위는 12차례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의료사고로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별도의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재판부 역시 죄질이 무겁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점, 사망한 환자의 유족과 원만하게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사람의 생명이 희생된 사건에서 벌금형이 선고됐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에게 처벌의 적정성에 관한 의문을 남길 수 있습니다. 다만 형사재판에서는 범행의 경위와 과실 정도, 피해 회복 여부 등 여러 양형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점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족과의 합의는 양형에서 고려할 수 있는 중요한 사정이지만, 그것이 의료사고의 심각성을 없애는 것은 아닙니다. 한 번의 잘못된 시술과 늦어진 대응으로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는 사실은 여전히 무겁게 남습니다.

 

이번 사건을 특정 의료 분야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어떤 의료기관이든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살피고, 시술의 위험성을 설명하며, 응급상황에 대비하는 기본 원칙만큼은 철저하게 지켜져야 합니다.

 

침에 대하여 – 주간연예_버지니아_KEW

 

환자는 의료진의 전문성을 믿고 자신의 몸을 맡깁니다. 그 신뢰가 유지되려면 치료 효과를 설명하는 것뿐 아니라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충분히 알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하게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의료 안전은 사고가 발생한 뒤 책임을 묻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술 과정과 응급 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특히 고령 환자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노력이 뒤따라야겠습니다.

 

허리 통증을 치료받으러 갔다가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92세 환자의 사연이 참 안타깝습니다. 이번 사건이 의료행위의 기본적인 안전수칙과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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