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2회 무수혈·환자혈액관리 심포지엄…연명의료·위장관 출혈·심장·척추·전립선 치료 논의
- 무정지 관상동맥우회술·최소침습 수술·비침습 모니터링 소개…“출혈·불필요한 채혈 최소화”
(서울=시사e조은뉴스) 이응락 기자 = 수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술 전 빈혈을 관리하고 출혈과 불필요한 채혈을 줄이는 환자혈액관리(PBM·Patient Blood Management)의 다양한 임상 전략이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에서 소개됐다.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은 19일 서울 용산구 병원 동별관 지하 1층 동은대강당에서 ‘제12회 순천향 무수혈 및 환자혈액관리 심포지엄’을 열고 연명의료결정제도를 비롯해 위장관 출혈 예방, 무수혈 관상동맥우회수술, 척추 내시경 수술, 전립선비대증 최소침습 치료, 수술 중 비침습적 모니터링 등을 공유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무수혈 치료를 단순히 수혈 여부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수술 전 빈혈 관리부터 출혈 예방과 최소화, 수술 중 혈액 보존, 불필요한 채혈 감소, 수술 후 회복까지 치료 전 과정에서 환자의 혈액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여경자 순천향대 서울병원 연명의료윤리위원회 간호사는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이해’를 주제로 한 특강에서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도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 간호사는 “웰다잉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 자연스럽게 완성돼 가는 과정”이라며 “삶의 주체는 본인인 만큼 마지막 순간에 대한 결정에서도 자기결정권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단순히 치료를 거부하는 제도가 아니라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고 임종 과정에 있다는 판단을 전제로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만 연장하는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하더라도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환자에게 필요한 돌봄까지 중단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여 간호사는 건강하고 의사결정 능력이 있을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자신의 뜻을 가족과 충분히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진 ‘환자혈액관리: 최소침습 및 사례 중심 무수혈 치료’ 세션에서는 출혈을 예방하거나 수술 과정에서 혈액 손실을 줄이기 위한 임상 사례가 발표됐다.
박준석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장관 치료-예방이 최선’을 주제로 위장관 출혈의 조기 발견과 예방을 강조했다.
위장관 출혈은 토혈이나 혈변, 흑색변 등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눈에 보이는 출혈 없이 빈혈이나 호흡곤란, 창백함 등을 계기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위장관 출혈은 생각보다 발생 가능성이 높고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워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빈혈이 있다면 위장관 출혈 가능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통소염제와 아스피린 등 일부 약물은 위장관 점막 손상과 출혈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여러 항혈전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출혈 위험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항혈전제가 필요한 환자가 출혈을 우려해 임의로 약을 중단해서는 안 되며 담당 의료진과 치료 효과와 출혈 위험을 함께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영광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무수혈 관상동맥우회수술’을 주제로 심장수술 과정에서 출혈과 수혈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치료 전략을 소개했다.
관상동맥우회수술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심장을 정지시키지 않고 박동하는 상태에서 시행하는 무정지 관상동맥우회수술(Off-pump CABG)이 가능하다.
홍 교수는 “심장을 정지시키지 않으면 심폐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고, 그만큼 출혈량과 수혈 가능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수술 전에는 헤모글로빈 수치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철분제와 조혈제 등을 이용해 빈혈을 교정한다. 수술 중에는 세밀한 지혈과 함께 환자에게서 나온 혈액을 회수·처리한 뒤 다시 환자에게 돌려주는 셀세이버(Cell Saver)를 활용해 동종혈 수혈을 줄이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수술 후에도 불필요한 채혈을 최소화하고 영양과 수분 공급, 조혈치료와 조기 재활 등을 통해 혈액 회복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이무하 신경외과 교수는 ‘척추 내시경 수술-출혈은 줄이고 회복은 빠르게’를 주제로 최소침습 척추수술 사례를 소개했다.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은 한쪽 통로로 카메라를 넣고 다른 통로로 수술기구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일반적인 경우 0.7~1㎝가량의 작은 절개 두 곳을 이용해 수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척추관협착증과 추간판탈출증, 재발성 디스크 등 상당수 퇴행성 척추질환에 내시경 수술이 적용되고 있다며 절개 범위와 주변 근육 손상, 출혈을 줄이는 데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자나 투석 환자 등 큰 수술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환자에게도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척추 종양 등 개방형 수술이 더 안전한 질환도 있어 환자 상태에 따른 적절한 수술법 선택이 중요하다고 했다.
윤종현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 무수혈 수술 방법-리줌’을 주제로 전립선비대증 수술의 변화를 설명했다.
과거 전립선비대증 수술은 출혈 부담이 컸지만 경요도 전립선절제술을 비롯해 양극성 수술, 홀뮴레이저 전립선절제술(HoLEP), 로봇수술 등으로 치료법이 발전했고 최근에는 유로리프트와 리줌 등 최소침습 치료도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윤 교수는 약물치료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요폐와 신장 기능 저하 등 합병증이 나타난 경우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며 환자의 연령과 증상, 전립선 상태, 동반질환 등을 종합해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선영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수술 중 비침습적 모니터링’을 주제로 반복적인 채혈과 침습적 처치를 줄이면서 환자의 혈색소와 혈압, 혈액순환 상태를 관찰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손가락 등에 센서를 부착해 혈색소 변화 추이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면 장시간 수술이나 중증 빈혈 환자에서 실제 혈액검사가 필요한 시점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채혈검사 결과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변화 추이를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연에서는 수술 당시 헤모글로빈이 5g/dL 수준이었던 중증 빈혈 환자에게 반복적인 채혈을 최소화하고 비침습적 센서를 활용한 사례도 소개됐다.
의료진은 센서를 통해 혈색소가 4g/dL대로 낮아지는 추이를 관찰하며 환자 상태를 관리했고, 수술 종료 시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약 4.7g/dL로 확인됐다. 해당 환자는 이후 회복해 퇴원했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또 손가락 커프 등을 이용해 혈압 파형과 혈액순환 관련 지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면 수술 중 갑작스러운 저혈압 등 변화를 확인하고 수액이나 약물 투여 후 환자의 반응을 살펴보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비침습적 모니터링이 기존 혈액검사를 완전히 대체하는 기술은 아니라며 “불필요한 채혈과 침습적인 처치를 줄이면서 필요한 순간에는 중요한 변화를 놓치지 않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무수혈 치료의 핵심이 단순히 ‘수혈을 하지 않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빈혈을 미리 교정하고 출혈을 예방하며 최소침습 수술과 혈액 회수, 정밀 모니터링 등을 통해 환자 자신의 혈액을 최대한 보존하는 환자혈액관리에 있다는 점이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또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질환과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