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의 세상漫사] 산소통 대신 짊어진 '재정 빨대', 소방관은 살아서 돌아오고 싶다 | 수원일보](https://www.suwonilbo.kr/img/write/pfab180e7ac5a231681ac147a0391713b5143adb7.jpg)
순직 소방관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소방관들의 처우와 예우를 반드시 개선하겠다는 약속이 나왔습니다. 소방관들의 안전을 지키고 희생에 합당한 예우를 하겠다는 말 자체는 당연히 환영받아야 할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약속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은 분위기입니다.
그 말을 한 사람이 바로 올해 국정감사에서 소방을 두고 재정 빨대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일으켰던 추미애 경기도지사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해당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논란이 남긴 불편함까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닌 듯합니다. 특히 순직 소방관을 추모하는 행사에서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는 소식은 과거 발언과 대비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24일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대강당과 해태공원에서 열린 제2회 경기소방 119메모리얼데이에 참석했습니다.
이날 추 지사는 순직 소방관들의 희생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안전대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소방관이 지켜야 할 생명에는 소방관 자신의 생명도 포함돼 있어야 합니다."
또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뿐 아니라 구조하러 출동한 소방관 역시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소방관들의 처우와 예우를 바꾸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말의 내용만 놓고 보면 틀린 부분을 찾기 어렵습니다. 위험한 현장에 뛰어드는 소방관들의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들의 헌신에 걸맞은 근무 환경과 지원을 마련하는 일은 지방정부가 지속적으로 책임져야 할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이번 발언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분명해 보입니다.
소방을 재정 부담에 빗댔던 발언과 소방관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약속 사이에서 시민들이 느끼는 거리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방정부가 재정 문제를 고민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여러 분야의 지출을 조정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방 예산은 단순히 비용을 줄여야 하는 항목으로만 바라보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화재와 구조 현장에서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은 물론이고, 위험한 현장에 투입되는 소방관 자신의 안전까지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소방 관련 재정 문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신중한 표현과 태도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예산의 효율성을 논의하는 것과 소방 조직을 부담스러운 존재처럼 표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번 추모행사가 열린 시점입니다.
지난 16일 부천의 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던 김진석 소방위가 순직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그로부터 불과 8일 만에 개최됐습니다.
누군가의 가족이자 동료였던 소방관이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이런 비극이 발생할 때마다 소방관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하지만 추모의 의미가 행사장에서 전하는 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직 소방관을 기억하는 가장 책임 있는 방법은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현장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 아닐까요.
소방관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를 칭찬하는 말뿐 아니라, 그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여줄 실질적인 변화입니다.
이번 행사와 관련한 예산 문제도 눈길을 끕니다.
지난해 처음 개최된 경기소방 119메모리얼데이에는 약 1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당시 도청 잔디광장에서 유가족과 현직 소방관, 도민 등 약 5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 걷기와 조총 발사 등의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반면 올해는 행사비 1억원이 추가경정예산에서 전액 삭감되면서 별도 행사 예산 없이 사무관리비를 활용해 추모행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재정 상황을 고려해 행사 규모를 조정하는 것 자체가 반드시 잘못된 결정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추모의 진정성이 행사에 사용한 금액만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방 예산과 관련한 발언으로 논란이 있었던 상황에서 추모행사 예산까지 삭감됐다는 사실은 시민들이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중요한 것은 행사에 얼마를 썼느냐보다 소방관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필요한 지원이 실제로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처우 개선 약속은 앞으로 구체적인 정책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보호장비와 안전장비는 충분한지, 위험한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인력과 대응 체계가 마련돼 있는지, 반복되는 출동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덜어줄 지원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순직 소방관의 유가족에 대한 지원 역시 일회성 위로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남겨진 가족들이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도와 지속적인 관심이 뒷받침돼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특정 행사에서 약속한다고 단기간에 모두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예산 편성과 정책 추진,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해 꾸준히 개선해 나가야 하는 과제입니다.
그래서 이번 발언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엄격해지는 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 번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고 해서 곧바로 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면 앞으로 어떤 행동을 보여주는지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과의 진정성은 말의 크기가 아니라 이후에 이루어지는 변화로 증명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의 발언이 논란이 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누구나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기회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거나 발언과 실제 정책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느껴지면 시민들은 점점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번 소식을 접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추모사의 내용보다 과거 발언을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공직자의 말 한마디가 남기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번 추모행사 자체의 의미까지 가려져서는 안 되겠습니다.
이날 가장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사람들은 위험한 현장에서 시민의 생명을 지키다 순직한 소방관들과 그들을 떠나보낸 가족들입니다.
정치적 논란이 아무리 크더라도 추모의 중심에는 희생한 소방관들의 이름과 삶이 있어야 합니다.
순직 소방관을 향한 존경과 추모가 정치인의 발언을 둘러싼 논쟁 속에 묻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추미애 지사가 약속한 처우와 예우 개선이 앞으로 어떤 정책과 예산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소방관들이 조금 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고, 위험한 현장에 출동한 뒤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만드는 실질적인 변화일 것입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소방관들의 근무 환경과 안전 문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김진석 소방위를 비롯해 시민의 생명을 지키다 순직한 모든 소방관의 희생을 오래도록 기억해야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번 추미애 지사의 처우 개선 약속을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과거 발언에 대한 사과 이후 신뢰를 회복하려면 어떤 구체적인 행동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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