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딸이 과거 노트북 기부 활동을 공적으로 내세워 서울시장상과 인천시의회 의장상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노트북 기부가 과거부터 ‘부모 찬스’ 의혹이 제기됐던 활동이라는 점입니다. 한 의원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시절 딸이 기업의 기증을 대학 입시 스펙으로 활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이번 보도에 따르면 대학 진학 전인 2021년 각종 상을 받는 과정에서는 해당 기부 활동이 공적과 활동 실적으로 기재됐습니다. 대학 입시에 활용했는지와 별개로, 부모 인맥을 통해 연결된 기부 활동이 수상 실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한 의원의 딸은 2021년 서울시 시민상 봉사협동부문 우수상을 받을 당시 공적조서에 약 50대의 노트북을 각 기관에 전달했다고 적었습니다. 같은 해 인천청소년자원봉사대회에서도 기업 후원을 연결해 노트북 50대를 지원했다는 활동을 내세워 인천시의회 의장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물론 노트북을 기부하고 복지시설을 도운 활동 자체는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노트북이 기부됐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그 기부를 연결한 과정과 수상 실적이 공정한 기준에 따라 인정됐느냐는 것입니다. 부모와 가까운 기업의 후원을 연결할 수 있었던 배경까지 살펴보지 않고 단순히 봉사 실적만 평가했다면, 일반 학생들이 같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 남습니다.
더욱 씁쓸한 건 한 의원이 과거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시절 딸의 활동이 대학 입시 스펙으로 활용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는 점입니다. 당시에는 대학 진학 전이어서 입시에 활용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었지만, 이번 보도는 그 활동이 각종 상을 받는 데는 실제로 활용됐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대학 입시에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의혹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상을 받는 데 활용했다면 그 수상 경력 역시 평가받아야 할 실적이고, 그 실적을 만드는 과정에 부모의 인맥이 얼마나 작용했는지 확인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입시 스펙으로 쓰지 않았다’는 해명이 ‘부모 찬스가 없었다’는 증명은 아닙니다.
논문 대필 의혹도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의원 딸이 고등학교 1학년 때 짧은 기간에 여러 논문과 전자책을 발표한 점, 논문 파일에 대필 의혹을 받는 인물의 이름이 남아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현재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의혹이며, 대필 여부가 확정된 사실처럼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더라도 의혹이 제기된 지 수년이 지났고, 과거 경찰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이 한 차례도 없었다는 사실까지 알려진 만큼 수사가 충분했는지 다시 살펴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무엇보다 한 의원의 대응을 보면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는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다른 정치인의 가족에 대해서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는 태도가 과연 공정한 기준에 맞는 걸까요? 한 의원은 최근 민주당 인사들의 자녀 관련 의혹을 거론하며 맞대응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가족에게 의혹을 제기하는 일은 적극적으로 하면서 정작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는 구체적인 설명보다 정치적 공방으로 맞서는 모습이라면, 사람들이 이중잣대를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남의 가족에게는 공정과 책임을 요구하면서 자기 가족에게만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면, 그건 공정이 아니라 선택적 공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논란도 단순한 정치권의 말싸움으로 끝낼 게 아니라, 수상 과정과 기부 연계 경위, 과거 수사가 적절했는지를 사실에 근거해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떳떳하다면 상대방을 공격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부터 명확하게 설명하는 게 먼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