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고액 체납 1위였던 권혁 시도그룹 회장이 15년 동안 밀린 개인 체납액 3938억원을 완납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이미 1000억원은 현금으로 납부했고, 나머지도 제출한 계획대로 납부하거나 담보로 제공한 선박에 대한 강제징수가 이뤄지면 체납액이 모두 정리된다고 합니다. 개인 체납액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법인이 내지 못한 세금을 대신 부담하는 제2차 납세의무에 따른 금액까지 합치면 체납 지정액이 무려 7902억원에 달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개인 체납액이 완납되면 이와 관련된 제2차 납세의무 체납액 3964억원도 자동으로 소멸한다고 하니, 이번 징수가 갖는 의미도 상당해 보입니다.
국세청이 3개국과 공조해 9개월 동안 5건의 체납액을 징수한 사례가 소개됐는데, 해외로 연결된 재산까지 찾아내 세금을 받아내는 일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재산과 거래까지 추적해야 하는 만큼 시간도 노력도 상당히 들어갔을 텐데, 이런 과정을 거쳐 실제 징수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고액 체납 문제는 단순히 세금을 안 냈다는 사실에서 끝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정해진 의무를 다하는데, 거액의 세금을 장기간 내지 않은 사람이 별다른 제재 없이 버틸 수 있다면 누가 납세 의무를 공정하다고 느낄까요. 특히 체납액이 수천억원에 이르면 일반적인 개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입니다. 그만큼 징수 과정도 복잡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시간이 지나기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오랫동안 쌓인 체납액도 끝까지 추적하면 받아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세청의 4000억원대 체납 세금 징수 성과를 언급하며 박수를 쳐주자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금을 걷는 일은 당연히 국가가 해야 할 업무지만, 당연한 업무라고 해서 그 성과까지 가볍게 볼 필요는 없겠죠. 특히 고액 체납자의 재산을 추적하고 해외 기관과 협력해 실제 납부로 이어지게 만드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을 겁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끈질기게 자료를 확인하고 징수 절차를 진행한 실무자들의 노력도 함께 평가받았으면 합니다.
15년이나 이어진 체납액을 실제 납부와 강제징수 절차를 통해 정리하는 단계까지 왔다는 건 분명 주목할 만한 성과입니다. 세금을 성실하게 내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되잖아요. 앞으로도 국세청이 국내외 재산을 꼼꼼하게 추적해 고액 체납액을 끝까지 징수하고, 이런 사례가 일회성 성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세금을 내야 할 사람이 제대로 내도록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원칙이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야말로 공정한 조세 행정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