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화장실 줄에서 보낸 35분
몇 년 전 대형 공연장에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콘서트를 봤어요
공연 자체는 정말 최고였는데 끝나자마자 현실이 찾아왔어요 여성 화장실 앞에 줄이 끝이 안 보이게 늘어서 있는 거예요
입구에서부터 복도 끝까지 이어진 줄을 보며 어쩔 수 없이 줄을 섰고 시계를 보니 공연이 끝나고 25분이 지나 있었는데도
아직 여자친구 차례가 오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결국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 총 35분 가까이 걸렸어요
그때 처음으로 이게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옆을 보니 남자 화장실 앞은 한산했어요
가끔 1~2명이 들어갔다 나올 뿐이고 줄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그 광경을 보면서 처음으로 이게 당연한 게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성별에 따라 이렇게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게 그냥 넘어가기엔 좀 이상한 일이라는 느낌이었어요
기다리면서 나눈 대화들
자연스럽게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게 돼요 그날도 앞뒤에 서 있던 분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다들 이게 원래 이렇다는 식으로 말하더라고요
공연장 화장실은 원래 이렇게 기다려야 한다는 게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어요
불만을 가진 사람은 많았지만 이걸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 그게 더 인상적이었어요
같은 공간 다른 경험이 쌓이면
그 이후로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같은 대형 이벤트에 갈 때마다 화장실 앞 상황을 의식적으로 보게 됐어요
어디서나 패턴은 비슷했어요 여성 화장실 앞은 길고 남자 화장실 앞은 짧거나 없었어요
이게 1~2번이 아니라 어딜 가든 반복되는 패턴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이건 개별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일본 사례를 보면서 반가웠던 이유
이번에 일본 정부가 가동식 칸막이 벽이나 잠금 가능한 칸막이 문 같은 방식으로 공연장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례를 보면서 진짜 반가웠어요
아이치국제아레나처럼 이벤트 상황에 따라 남녀 개실 수를 실시간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당연한 발상인데 왜 이걸 이제야 시작하나 싶기도 했고요
그 30분짜리 경험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었던 터라 더 반갑게 느껴졌어요
국내 공연장은 어떨까라는 생각
일본 사례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공연장 화장실은 어떤 상황인지가 떠올랐어요
대형 공연장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화장실 설계 기준이 실제 이용 패턴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지 궁금해졌어요
서울 광화문 공연 같은 대형 야외 행사에서 이동식 화장실을 배치하는 장면도 뉴스에서 봤는데 여성용을 더 많이 배치하는 게 기본이 되고 있는지도 확인해보고 싶어졌어요
불편한 경험이 관심의 출발점
그날의 35분짜리 경험이 없었다면 저도 그냥 공연장 화장실은 원래 이렇다고 생각하며 지나쳤을 것 같아요
불편한 경험이 쌓이면 그게 관심이 되고 관심이 쌓이면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되더라고요
일본의 변화도 어쩌면 수많은 사람들의 35분짜리 경험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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