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성 가이드라인 공표…남녀 화장실 경계 허물어 실시간 개수 조정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 6월 역과 상업시설 등 공공시설의 화장실 설치 기준에 관한 첫 가이드라인을 공표했다. 내각부 남녀공동참획국이 2025년 12월에 작성한 '여성용 화장실 대기 행렬 해소 사례집'에는 이미 전국 주요 시설에서 시범 운영 중인 다양한 대책이 담겼다.
핵심은 단순하다. 고정된 화장실 구조를 유연하게 바꿔 여성 이용객이 늘어나는 시간대나 이벤트 상황에 맞춰 여성용 개실 수를 실시간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오래된 건물이 많은 일본 특성상 수십 년 전 여성의 외부 활동이 적던 시절에 지어진 시설이 그대로 쓰이고 있는 것도 문제를 악화시켜 왔다. 국토교통성 조사에 따르면 역 등 공공시설에서 남성용 변기 수를 1로 봤을 때 여성용 변기 수는 0.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가 제시한 가장 주목받는 해법은 '가동식 칸막이 벽'이다. JR서일본 오사카역 개찰 내 서쪽 출구 화장실과 군마 컨벤션센터(G메세 군마)에는 이미 이 방식이 도입됐다. 남성용과 여성용 화장실의 경계 벽 자체를 이동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 여성 이용객이 몰리는 상황이 되면 벽을 밀어 남성 공간을 줄이고 여성 공간을 늘린다. 고마쓰월공업의 '러닝월' 제품이 활용됐고 건물 리모델링 없이 이용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남녀 개실 수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칸막이 벽이나 문을 움직이기 어려운 시설을 위한 방법도 있다. 국립경기장은 남성용과 여성용 화장실 입구 안내판 위에 롤스크린식 안내판을 달아 필요에 따라 스크린을 내려 남성 화장실을 여성 화장실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1·2·3층 스탠드 총 66곳에 적용됐고 다치카와 블라인드 공업 제품이 사용됐다. 히로시마 축구경기장에도 같은 방식이 도입됐다. 신국립극장은 한발 더 나아가 입구 안내판 자체를 뒤집어 남성·여성 표시를 손쉽게 전환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꿨다.
이벤트 현장에서는 임시 화장실 배치 전략도 달라졌다. 방문객 약 7000명 규모의 돗토리항 복 페스티벌에서는 여성용 가설 화장실을 남성용의 2배인 10기 설치했다. 방문객 약 17만명의 나가오카 대불꽃축제에서는 아예 남성용 소변기 92기를 제외한 나머지 674기 전부를 남녀 공용으로 운영해 대기 행렬을 대폭 줄였다.
공실 안내 기술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JR동일본 도쿄역 야에스 화장실에는 빈 칸에 '공실' 표시가 켜지는 시스템이 설치됐고, JR도카이 신오사카역에는 대기 줄 맨 앞에서 전체 개실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모니터가 도입됐다. 다이마루 도쿄점은 층별 화장실 공실 현황을 디지털 사이니지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하네다공항 제1·2터미널은 공식 앱에서 지도로 화장실 혼잡도를 확인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일본 정부는 이 사례들을 토대로 가이드라인을 전국에 보급하고 연내 화장실 설치 수 통일 기준도 마련할 방침이다. 강제력은 없지만 신축 건물의 설계 기준으로 널리 활용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수십 년간 당연하게 여겨져 온 '여성 화장실 줄서기'가 제도와 기술의 힘으로 사라질 수 있을지, 일본의 실험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