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 있었다면 군 복무를 마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을 날, 한 어머니는 끝내 돌아오지 못한 아들이 쓰러졌던 길을 걸었습니다. 지난해 군 복무 중 부대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가 열사병으로 숨진 고 지수혁 일병의 이야기인데요. 전역 예정일을 맞아 유가족과 시민들이 함께 추모의 발걸음을 옮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오전 경기 포천시 포천천에는 고 지수혁 일병의 유가족과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이곳은 지난해 9월 지 일병이 무더위 속에서 부대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가 열사병으로 쓰러진 장소입니다.
이날은 지 일병이 살아 있었다면 전역했을 날이었습니다. 가족들은 아들을 추모하고 다시는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가 마지막으로 달렸던 길을 함께 걸었습니다.
특히 어머니가 남긴 말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수혁아, 네가 살아 있었다면 맞았을 전역일에 너를 꼭 안아주고 싶었어."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친 아들을 안아주며 수고했다고 말했어야 할 날이었지만, 현실은 아들이 쓰러진 장소를 찾아 그리움을 달래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얼마나 가슴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을지 감히 짐작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지 일병은 당시 취사병으로 복무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취사업무를 수행하느라 달리기 연습을 할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결국 부대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가 8km 지점에서 쓰러졌고,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에 입대한 청년이 훈련이나 전투가 아닌 부대 행사에 참가했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특히 무더운 날씨에 장거리 달리기를 진행하면서 참가 장병들의 건강 상태와 체력, 안전 관리가 충분히 고려됐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이번 추모 행사에는 지 일병 유가족뿐 아니라 최재형 GOP에서 집단 괴롭힘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김상현 이병의 부모, 2015년 서울 구파발 검문소에서 총기 사고로 숨진 고 박세원 상경의 어머니 등 군 복무 중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모임인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 귀환 부모연대 회원들도 참석했습니다.
같은 아픔을 겪은 부모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함께 걸었다는 사실이 더욱 먹먹하게 다가옵니다. 자녀를 군에 보냈다가 다시 만나지 못한 부모들이 직접 나서서 안전한 군 복무 환경을 요구해야 한다는 현실도 씁쓸합니다.
현재 경찰은 당시 부대 사단장을 비롯한 총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송치했으며, 검찰 요구에 따라 일부 보완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당시 사단장은 송치 이후에도 자리를 지키다가 8사단 소속 부사관이 숨진 채 발견된 뒤 직무에서 배제됐다고 전해졌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법적 책임은 수사를 통해 명확하게 가려져야 합니다. 하지만 군에서 장병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지휘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사고를 예방할 기회는 없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지 일병의 어머니는 아들의 이름이 하나의 사고로만 남지 않도록 다른 누군가의 아들을 살리는 이유가 되도록 할 수 있는 일을 끝까지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평범하게 전역하고 가족에게 돌아오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끝내 이루지 못한 소원이 됐다는 사실이 가슴 아픕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특별한 행운이 아니라 모든 장병에게 당연히 보장돼야 할 일이어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전역 예정일에 아들이 쓰러진 길을 걸어야 했던 어머니의 이야기와 이번 사건을 보시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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