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부대 마라톤 참가했다 열사병 숨져…"다른 누군가의 아들 살리도록"
(포천=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엄마는 이 길을 꼭 한번은 걸어봐야 했다, 수혁아. 네가 살아있었다면 맞았을 전역일에 너를 꼭 안아주고 싶었어."
지난 3일 오전, 경기 포천시 포천천을 찾은 고(故) 지수혁 일병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향한 그리움에 눈물을 흘렸다.

[지수혁 일병 유가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곳은 지난해 9월, 무더위 속에서 부대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가 열사병으로 숨진 지수혁 일병(상병 추서)이 쓰러진 길이다.
지수혁 일병이 살아있었다면 전역했을 이달, 유가족들은 지 일병을 추모하고,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곳에서 지 일병이 뛰었던 길을 함께 걸었다.
지 일병 어머니는 "무사히 군복을 벗고 엄마 품으로 돌아올 전역일이 다가오는데 정작 돌아와야 할 아들이 없다는 것이 너무 아프고 두렵다"며 "엄마는 네 이름이 하나의 사고로만 남지 않도록, 다른 누군가의 아들을 살리는 이유가 되도록 할 수 있는 일을 끝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 행사에는 지수혁 일병 유가족뿐만 아니라 최전방 GOP에서 집단 괴롭힘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김상현 이병 부모, 2015년 서울 구파발 검문소에서 총기 사고로 숨진 고 박세원 상경 어머니를 비롯해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 모임인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 귀환 부모연대(아말다말)' 회원 등 26명이 참여했다.

[지수혁 일병 유가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은 안전 수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당시 군의 마라톤 대회 운영을 규탄하는 의미에서 구간별로 안전 요원을 배치하고, 언제든 힘들면 달리기를 멈추라고 서로 독려하며 함께 걸었다.
지 일병이 숨진 마라톤 대회는 육군 8사단에서 6·25 전쟁 영천대첩 승리를 기념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당일 최고 기온은 31도까지 올랐고, 전날 비가 내려 습도가 70% 정도로 높아 달리기하기 녹록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군은 열사병 등 비상 상황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다.
특히 군에서 훈련이나 작전 수행시 위험 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는 '위험성 평가'가 없었다.
군의관은 당일 휴가였으며, 간호장교는 대회 참가자로 달리기 하고 있었다.

[지수혁 유가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평소 취사병 임무를 수행하느라 달리기 연습을 할 여유가 없었던 지 일병은 결국 8km 지점에서 쓰러져 숨졌다.
경찰은 해당 부대 당시 사단장을 비롯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총 4명을 송치했으며, 검찰 요구로 일부 보완수사가 진행 중이다.
행사를 기획한 당시 사단장은 송치 후에도 자리를 지키다가 8사단 소속 부사관이 숨진 채 발견된 후 직무 배제됐다.
jhch79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