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대상자로 다우키움 선정…출판계 지각변동 예고
IP 콘텐츠 확장 기대…인수 후 편집권 독립 유지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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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국내 굴지의 문학 출판사인 문학동네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다우키움그룹이 선정되면서 출판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다우키움그룹은 최근 중앙일보 경영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도 선정돼, 주요 일간지와 대형 출판사를 동시에 품을 경우 문화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새 주인을 맞은 문학동네가 과연 편집자 중심의 경영 체제와 출판의 자율성이란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강병선(본명 강태형·시인) 전 대표가 1993년 설립한 문학동네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 출판사로 꼽힌다.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사로 양분된 문학 출판시장에 균열을 내며 1990년대 이후 한국 문학의 흐름과 출판 시장 변화를 주도해왔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을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펴냈으며, 꾸준히 300억원대 안정적 매출을 기록해왔다.
문학동네 1기 편집위원이자 주주이기도 한 A씨는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문학동네의 경영체제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며 "그러나 출판시장 전체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매각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작가들과의 2차 저작권 계약을 활성화하고, 이를 다른 형태의 지식재산(IP) 콘텐츠로 만들어내기 위해 더 큰 자본과 결합이 필요하다는 것이 강 전 대표의 생각이란 것이다. 주주들 역시 이런 취지에 동의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강 전 대표는 그간 여러 기업과 접촉하며 자신이 보유한 문학동네 지분의 매각을 추진해왔다.
문학동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강 전 대표가 보유한 지분은 41.5%, 기타 주주는 51.8%, 자기주식은 6.7%에 달한다.
인수 방안으로 지분 100%를 모두 사들이는 방안도 논의됐는데, 이를 두고는 주주 간에 이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동네가 새 주인을 맞더라도 그간 지켜온 출판에 대한 철학과 가치, 경영 기조는 지켜져야 하는데, 지분을 모두 매각하는 경우 '안전장치'가 사라진다는 게 일부 주주들의 우려였다.
이에 강 전 대표는 주주들을 만나 매각 추진 관련한 상황을 설명하고 100% 지분을 매각하도록 설득해왔으며, 지난 23일 문학동네 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다우키움그룹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또 다른 1기 편집위원 B씨는 "주주들 모두 100% 매각에 동의했다. 다우키움이 매각액 최고가를 적어내진 않았지만, 문학출판에 대한 열의와 IP 사업에 대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하기로 주주 모두 동의했다"고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또 "다우키움에서 현재 문학동네 경영체제를 유지하는 데도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거대 자본의 출판 시장 진입을 두고 출판계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다우키움그룹이 문학동네를 품을 경우 긍정적 파급 효과가 나타나리라는 기대감도 있다.
1986년 설립된 다우기술을 모기업으로 하는 다우키움그룹은 정보기술, 금융, 콘텐츠·서비스, 글로벌 비즈니스 분야 등을 사업 분야로 확장해왔다.
특히 웹툰·웹소설 플랫폼 기업 키다리스튜디오와 레진엔터테인먼트 등도 거느리고 있다. 문학동네 인수가 성사되면 문학 작품이 웹툰, 웹소설, 영상 등 다채로운 2차 콘텐츠로 진화하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우키움그룹은 중앙일보 경영권 인수도 추진 중인데, 주요 일간지와 대형 출판사를 동시에 품을 경우 문화 생태계 전반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일본의 '가도카와'는 이 같은 시도의 성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1945년 문학출판사로 시작한 가도카와는 출판을 기반으로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디지털 콘텐츠까지 사업을 확장한 대표적 종합 콘텐츠 기업이다.
출판계가 주목하는 것은 인수 이후 문학동네의 편집권과 출판 기조가 유지될 수 있느냐다.
당장의 수익에만 매달릴 경우 작가를 발굴하고, 긴 호흡으로 창작을 뒷받침해 오던 문학동네 특유의 공적 기능이 퇴색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조가 흔들릴 경우 문학동네가 유지해온 작가군에 이탈이 생길 수도 있다.
실제 문학동네에서 총 다섯 권의 소설과 산문집을 낸 중견 소설가 C씨는 문학동네 매각설이 불거진 후 다른 한 출판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고 한다. C씨는 새 책도 문학동네에서 낼 계획인데, 출판 계약을 옮기지 않겠냐고 의사를 타진해온 것이다.
C씨는 "평소라면 흔들리지 않았을 텐데, 문학동네가 매각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여러 가지로 마음이 복잡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출판사 내부에서도 일부 반발이 감지된다.
현재 문학동네는 김소영·이현자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 중인데, 김소영 공동대표는 이달 말 물러나기로 했다. 구체적 사유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그의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를 두고 매각 추진에 대한 항의 차원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출판사 대표는 "문학출판은 작가와 편집자 간 인적 네트워크 구축과 작품 개발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이런 출판업의 특성을 얼마나 이해하고 존중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학 작품을 활용해 IP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창작의 자율성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작가에게 합당한 보상도 제공돼야 한다"며 "작가와의 소통이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도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kih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