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용병 후속] ① 교육부 실태조사 결과는…대학에 사실상 '면죄부'

13개 대학에 외국기관 소속 학자 446명…"실적 없는 비전임 외국교원 7%"

[※ 편집자 주 = 국내 주요 대학이 외국의 다작 연구자들을 비전임 신분으로 임용해 국제 논문 성과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취한 정황이 상반기 연합뉴스 보도로 공론화됐습니다. 연합뉴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최초 보도로부터 반년가량이 흐른 현재 교육당국·대학가·학계의 후속 상황도 함께 짚어보는 기획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대학교 강의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사와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양수연 기자 = 국내 명문대학들이 계량적 학술 지표를 올리고자 외국 연구자를 대거 동원했다는 '학술용병' 의혹에 대해 교육부가 반년 만에 실태조사 결과를 내놨다.

의심군 대부분은 교원으로서 실적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글로벌 평가 시스템을 이용한 '꼼수'를 꾀했다고 의심받는 대학들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으로 평가된다.

대학들이 외국 연구자들을 전략적으로 써서 글로벌 랭킹에 반영되는 지표를 끌어올렸다는 학술용병 정황은 지난 3월 말 연합뉴스 보도로 처음 드러나 교육부 조사로 이어졌다.

6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교육부는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 세계대학평가 상위 13곳을 상대로 외국 연구자 활용 현황을 조사해 최근 결과 보고서를 냈다.

조사 대상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포항공대·성균관대·한양대·경희대·세종대·중앙대·이화여대·부산대·서강대·경북대다.

본래 외국 기관 소속이지만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들 학교에도 적을 둔 연구자들 규모와 활동 내역을 확인하겠다는 취지였다.

13곳 학교가 자체적으로 신고한 이런 외국기관 소속 학자 수는 총 446명이었다. 전원이 비전임교원 신분이었다.

교육부는 이 가운데 93.3%인 416명에 대해 교육·연구 실적을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반대로 7%가량인 30명에 대해 이렇다 할 실적을 제출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 '무실적' 외부 연구자 중 급여까지 받았던 인원은 총 19명이었다.

17명은 실적이 없어 면직됐고, 지난해 채용된 2명은 논문 심사가 이뤄지고 있거나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단계라고 학교 측은 보고했다.

공교롭게도 면직된 17명을 영입한 기관은 전원 '국제 공동연구'를 채용 목적으로 적어냈다.

사실 이론적으로는 국내-외국 학자의 공동 연구를 위해 교류 상대를 반드시 자교 구성원으로 포섭할 필요는 없다. 각자 소속을 유지한 채로 교류하면 된다.

이에 학계에서는 이들이 매 논문에 해당 학교 소속을 기재하는 방식으로 논문 수·피인용 수 ·국제화 연구 지표를 부풀리는 역할을 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글로벌 대학평가기관들은 국제 학술 데이터베이스에 논문이 게재될 때 소속처가 2∼3개 기재돼도 모든 기관 실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고인용·다작 연구자에게 일단 자교 소속을 덧씌우기만 하면 학술적 생산성을 그의 본 소속기관과 한국 명문대학이 공유하는 구조다.

교육부 (CG)
[연합뉴스TV 제공]

국내 대학들은 한결같이 교류 활성화 차원이라 주장한다.

피인용 수치가 높고 이미 방대한 자체 네트워크를 보유한 해외 다작 학자를 외부에서 데려와 국내 교원 연구를 소개하는 경로로 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교육부는 저자 표기에 대한 권고사항을 배포할 예정이나, 논란의 행태가 바람직한지나 '학술용병 의혹'의 본류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아울러 연구자들을 이렇게 쓴 대학에 주의 처분을 내렸다면서도, 어딘지도 밝히지 않았다.

이같이 무실적 인력 비중이 10% 미만으로 낮게 추산된 건 교육부가 실적 여부를 '후하게' 판단해서로 분석된다.

특히 실질적인 연구 결과물과 같은 객관적 증거 중심의 판단보다는 '국제 연구 교류 증진'이라는 실적이 있다는 대학 측 설명을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교육부는 실적을 연구와 교육 분야로 나눠 판단했는데, 연구 실적자는 334명이었다.

세부적으로는 공동 논문 저술(152명), 국내 교원과 공동 연구(120명), 국제 연구 협력 구축(72명)으로 분류됐다.

공저 논문이나 양측 간 소통 내역 등 구체적 증거로 확인되는 앞의 두 항목 외 검증이 쉽지 않은 '국제 연구 협력 구축'까지도 개별 건수를 집계해 실적의 일환으로 수용했다.

예컨대 한 대학이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차례로 임용한 41명은 교육 기록은 물론 전임 교원과 공동 논문이나 학술 세미나 참여 이력도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필요시 연구 자문·학과 세미나 등에 참여한다'는 기타 실적과 국제 연구협력 네트워크 확장 공헌이 인정돼 무실적 명단에서는 빠졌다.

한편 교육 실적자는 225명이었다. 이 중에서는 연구 실적도 함께 낸 것으로 집계된 인원도 있다.

187명이 강의로 교육 실적을 인정받았다. 이들의 평균 강의 시간은 71.8시간이었다.

다만 교육부는 해당 교육 시간이 연단위인지 등 세부 내역은 밝히지 않았다.

이외 학생 논문지도 이력이 확인된 인원은 38명이었다. 이들 개별 교원의 평균 지도 학생 수는 1.83명에 불과했다.

글로벌 연구윤리 전문가이자 세계적 문헌정보학자인 로크만 메호 베이루트 아메리칸대 교수는 "1년에 한 번 며칠 정도 방문하고, 2년에 한 번 원격으로 (해당 대학 전임교원과) 공동 저자가 되는 경우는 진정한 교원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컨설팅 관계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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