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한 달리기 문화를 알리고 수많은 참가자가 함께 도전하는 마라톤 대회는 분명 의미 있는 행사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축제였던 시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어려운 불편한 하루가 됐다면, 행사를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1일 서울에서 열린 JTBC 서울마라톤을 둘러싸고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대규모 교통 통제로 버스 운행이 지연되고, 응원 소음과 행사 이후 발생한 쓰레기 문제까지 겹치면서 곳곳에서 민원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마라톤 때문에 버스 안에서 2시간 동안 갇혀 있었다는 시민의 항의는 이번 대회의 교통 통제가 일상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번 대회에는 선수와 운영진 등을 포함해 약 3만 5천 명이 참여했습니다.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올림픽공원으로 이어지는 풀코스와 상암월드컵공원에서 여의도공원까지 진행되는 10km 코스가 함께 운영됐습니다.
서울의 주요 도로를 가로지르는 대규모 행사였던 만큼 차량 통행이 제한됐고, 시내버스 190개 노선이 우회 운행하는 등 광범위한 교통 통제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마라톤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서울의 도심을 달리는 특별한 경험이었겠지만, 평소 그 도로를 이용하던 시민들에게는 상당한 불편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서울처럼 인구와 교통량이 집중된 도시에서 주요 도로를 장시간 통제한다는 것은 단순히 자동차 몇 대의 이동을 제한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버스를 이용해 출근하거나 약속 장소로 이동하는 사람,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시민, 주말에도 일터로 향하는 노동자 등 수많은 사람의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경찰에 따르면 한 시민은 마라톤 때문에 버스 안에서 2시간 동안 갇혀 있었다며 용답파출소와 답십리지구대를 잇달아 찾아 항의했다고 합니다.
버스가 예상보다 늦게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답답한데, 도로 통제로 인해 장시간 이동하지 못했다면 얼마나 불편했을지 짐작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정해진 노선과 운행 시간을 믿고 이동합니다. 그런데 행사로 인해 평소와 다른 경로로 운행하거나 도착 시간이 크게 지연된다면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시민들이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장시간 이동의 제약을 받아야 한다는 점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이어졌습니다. 한 시민은 평소 200m 정도 이동하면 되는 거리를 교통 통제 때문에 5km나 돌아가야 했다는 경험을 댓글로 남겼다고 합니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먼 길을 우회해야 한다면 운전자뿐 아니라 택시나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도 시간과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됩니다.
특히 서울처럼 복잡한 도로망을 가진 도시에서는 한 구간의 통제가 주변 도로의 정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회 코스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인접 지역까지 포함한 교통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사실을 사전에 안내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편이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교통 통제 시간과 구간을 미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현실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체 이동 경로가 마련되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통제 사실을 알렸느냐가 아니라, 시민들이 그 정보를 바탕으로 얼마나 불편을 줄일 수 있었느냐는 점입니다.
교통 문제뿐 아니라 응원 소음도 논란이 됐습니다.
대회 당일 오전 9시쯤 서울 동대문구의 한 도로에서는 참가자들을 응원하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는 주민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고 합니다.
현장 경찰관은 응원 소리를 낮춰달라고 요청했지만 잠시 조용해질 뿐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결국 신고한 시민에게 몇 시간만 양해해 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마라톤 참가자들에게 응원은 큰 힘이 됩니다. 힘든 구간을 달릴 때 주변에서 보내는 박수와 격려가 완주를 돕는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응원이 주거지역에서 장시간 이어진다면 주민들에게는 소음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주말 아침에 휴식을 취하거나 야간근무를 마치고 잠을 자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겠죠.
누군가의 열정을 응원하는 일과 주변 주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존중하는 일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규모 행사를 개최할 때는 참가자와 관람객뿐 아니라 행사 구간 주변에 거주하는 시민들도 중요한 이해관계자입니다.
응원 구역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주거지역에서는 확성기나 음향장비 사용을 제한하는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운영 방식이 필요할 것입니다.
모든 응원 소리를 없앨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쓰레기 문제도 지적됐습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인근 차도에 쓰레기가 쌓여 있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왔고, 하루 만에 조회 수 85만 회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마라톤은 많은 참가자가 장시간 달리는 행사인 만큼 급수와 간식 제공, 각종 운영 물품 사용이 불가피합니다. 그 과정에서 일회용 컵이나 포장재 등 상당한 양의 쓰레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회 규모가 크다는 사실이 쓰레기 관리 소홀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수만 명이 참여하는 행사를 준비했다면 그만큼 많은 쓰레기가 발생할 가능성까지 예상하고 수거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도로에 남겨진 쓰레기는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차량과 보행자의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행사가 끝난 뒤 청소 인력이 얼마나 신속하게 투입되는지, 급수 구간 주변에 수거 시설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지, 참가자들에게 쓰레기 처리 방법을 제대로 안내했는지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라톤이 건강한 스포츠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환경과 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서울에서는 왜 이런 갈등이 반복되고 있을까요?
기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최근 몇 년 사이 서울에서 개최되는 마라톤 대회가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입니다.
마라톤 일정 집계 사이트에 따르면 서울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는 2021년 50개에서 2025년 154개로 늘었습니다. 불과 4년 사이 대회 수가 3배 이상 증가한 것입니다.
러닝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고 다양한 대회가 개최되는 것은 생활체육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회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교통 통제와 시민 불편을 관리하는 체계가 충분히 발전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서울시 120다산콜센터에 접수된 마라톤 관련 교통 불편 민원도 2021년 40건에서 2025년 10월 기준 411건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물론 민원 증가에는 대회 규모와 개최 지역, 시민들의 신고 방식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회 수와 민원이 함께 크게 늘었다는 사실은 기존 운영 방식을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 번의 행사로 발생하는 불편은 시민들이 어느 정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비슷한 교통 통제와 소음 문제가 여러 차례 반복된다면 불만이 누적될 수밖에 없습니다.
주말마다 주요 도로가 통제되고 대중교통 노선이 바뀐다면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일상적인 이동조차 미리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의 권리만큼,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시민들이 평소의 생활을 유지할 권리도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마라톤 대회를 무조건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마라톤은 많은 사람이 건강한 목표를 세우고 성취감을 얻는 스포츠입니다. 지역 경제에 활력을 주거나 도시를 알리는 행사로서의 의미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긍정적인 효과가 주변 시민들의 과도한 희생을 전제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대회의 개최 횟수와 일정, 코스, 교통 통제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이번 논란 이후 서울시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시민 불편을 언급하며 내년 대회의 코스와 일정을 원점에서 다시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경찰청 역시 시민 불편 문제를 서울시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논란이 단순한 사과나 일시적인 조정에 그치지 않고, 대규모 도심 행사 운영 방식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기사에 따르면 마라톤은 도로와 같은 공공 공간을 사용하지만 기본적으로 주최 측의 관리 아래 자율적으로 운영됩니다.
서울시와 경찰은 안전관리 등을 위해 대회 내용을 협의하고 지원하지만, 대회 승인과 관련한 적극적인 조치 권한에는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행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책임과 권한의 범위가 불명확해질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교통 통제로 발생한 불편은 누가 조정하고, 주민 민원은 어떤 기준으로 반영하며, 행사 종료 후 쓰레기 처리와 원상복구는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 보다 명확한 체계가 필요할 것입니다.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는 주최 측에서도 참가자들의 만족도뿐 아니라 지역 주민과 일반 시민들의 불편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행사 이후 참가자들의 완주 기록과 만족도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교통 지연, 민원 발생, 쓰레기 수거 등 운영 결과를 함께 점검한다면 다음 대회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좋은 마라톤 대회는 참가자들이 얼마나 즐겁게 달렸는지만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행사가 끝난 뒤 시민들의 일상까지 얼마나 잘 배려했는지도 중요합니다.
앞으로 서울에서 마라톤 대회가 계속 열린다면 코스와 일정의 분산, 주거지역 소음 관리, 대중교통 우회 안내, 행사 종료 후 신속한 정리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특히 같은 지역에 교통 통제가 반복적으로 집중되지 않도록 연간 대회 일정을 조율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시민들에게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함께 실제 이동에 필요한 대체 교통수단을 확보하는 노력도 중요할 것입니다.
마라톤 참가자들 역시 이러한 논란을 불편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가 시민들의 반감을 사는 상황은 누구에게도 반가운 일이 아닐 테니까요.
오히려 시민들의 이해와 응원 속에서 진행되는 대회가 참가자들에게도 더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마라톤 문화가 오래 사랑받기 위해서는 달리는 사람과 길을 이용하는 사람이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번 JTBC 서울마라톤 논란은 특정 대회 하나의 문제를 넘어, 대규모 도심 행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도시는 어느 한 집단만의 공간이 아닙니다.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도, 주말에 쉬고 싶은 주민도,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하는 시민도 모두 같은 도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도로를 사용하는 행사는 다양한 시민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을 완주의 순간이었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버스 안에서 두 시간을 보내거나 평소보다 훨씬 먼 길을 돌아가야 했던 하루였습니다.
같은 날 같은 도시에서 이렇게 다른 경험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가볍게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마라톤 대회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시민 불편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운영 방식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대회가 늘어나는 만큼 안전과 교통, 환경을 관리하는 기준도 함께 발전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대규모 마라톤 대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어느 정도의 교통 통제는 감수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 아니면 대회 횟수와 코스를 더욱 엄격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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