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코앞서 '불통' 드러낸 한미…군내 기강 지적도

MDL 이남 3.7㎞ 상공 美무인기 '적'으로 격추할뻔…남북단절 속 우발사태 촉발 위험

올초 서해훈련서도 한미 '엇박자' 노출…軍 "긴밀한 소통으로 보완"

적막한 남북의 경계
(파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북한이 북측 지역만을 자신들의 영토로 규정한 영토 조항을 신설해 개헌한 가운데 8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 남측 대성동 태극기와 북측 기정동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최근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역은 남쪽으로는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다는 영토조항을 신설하고 조국통일 조항을 삭제해 '두 국가 노선'을 반영한 개헌을 단행했다. 2026.5.8 andphotodo@yna.co.kr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김철선 기자 =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군 무인기를 '적'으로 오인한 이번 사태는 휴전선 코앞에서 한미동맹 간 '불통'의 단면이 고스란히 노출된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군 당국은 양국 실무자 간 '소통 오류'에 따른 해프닝으로 치부하지만, 공공연하게 절차를 무시해온 잘못된 관행과 접경지역 내 군사훈련에 임하는 군의 기강 문제까지 사태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3일 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을 위해 참가한 미군 무인기가 발견된 곳은 경기 파주 휴전선 인근 '스토리 사격장' 근처다.

미군이 관리하는 스토리 사격장은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약 3.7㎞ 떨어진 최전방 훈련장이다.

군사분계선에서 근접해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실사격 훈련이 중단됐다가, 지난해 4월부터 약 7년 만에 재개된 지역이다.

더욱이 2023년 말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일방 선언한 이래 남북 통신선까지 끊어지는 등 남북 간 완전한 단절로 긴장도 고조된 상태다.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접경지역의 실사격 및 비행 훈련은 한미 간 철저한 공조 아래 진행돼야 하는 민감한 사안이다.

사고 당일 한미 해병대는 81㎜ 박격포 등을 동원한 실사격 훈련을 진행했고, 미 해병대는 연합훈련의 하나로 정찰용 고정익 무인기도 띄웠다.

하지만 미군 무인기 비행계획을 인지하지 못한 한국군은 국지방공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 등 감시장비로 무인기를 처음 포착하고는 '미확인 비행체'로 판단했다.

북한군 무인기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군은 적 무인기 대응 방공작전 태세인 '두루미'를 발령하고, 방공포 등 인근 방공전력을 총동원해 요격 준비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간 불통 사태는 한국군의 두루미 발령, 주민 대피 안내 문자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노출됐고, 결국 군 당국은 1시간이 지나서야 "훈련 중인 미군 무인기로 확인됐다"며 사태 진정에 나섰다.

휴전선 코앞에서 한국군이 연합훈련을 하러 온 동맹국 군자산을 공격하는 초대형 사고가 발생할 뻔한 것이다.

특히 남북 간 완전 단절 상태에서 한국군의 무인기 요격 상황이 벌어졌다면 북측의 오판과 잘못된 반응까지 초래할 가능성까지 제기될 수 있다.

'미확인 무인기' 소동에 안내된 주민 대피 문자
(철원=연합뉴스) 30일 경기북부 접경지역에서 미확인 무인기가 식별돼 인근 철원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이북 마을 이장들에게 대피 문자가 안내됐다. 사진은 연합뉴스가 입수한 메시지 내용. 2026.7.30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angdoo@yna.co.kr

합동참모본부는 사건 나흘 만에 전비태세검열실 조사 결과 "(한미) 실무자간 소통상 오류로 이어져 벌어진 사태"로 결론내렸다.

한국군 실무자가 미군의 계획을 제대로 보고·전파하지 않은 잘못이 있고, 미군도 특수사용공역 사용 인가 절차를 준수하는 데 미흡했다는 것이 합참의 설명이다.

접경지역 내 비행인가는 일정 고도 이상일 경우 공군작전사령부, 일정 고도 이하의 경우 육군지상작전사령부에 정식 공문 형식을 통해 승인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미 양국군은 이 같은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실무자 간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승인 절차를 대신하는 것을 관행처럼 해왔고, 이번에도 이 잘못된 관행대로 하다가 초대형 사고를 낼 뻔했다.

미군측은 휴전선 인근 무인기 비행이라는 민감한 연합훈련 계획을 훈련 하루 전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한국군 실무자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자메시지 안에는 사격 고도를 비롯해 무인기 비행 고도 등 고도의 보안이 필요한 연합훈련 계획도 담겨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군 당국 간 불통·엇박자가 표출된 것은 올해만도 처음이 아니다.

앞서 2월 주한미군 F-16 전투기가 서해상으로 대거 출격하자 중국군 전투기들도 출격하면서 대치 상황이 벌어졌는데, 당시 우리 군 당국은 주한미군이 구체적인 훈련 계획을 사전에 공유하지 않았다며 항의했다. 하지만 당시 주한미군은 서해 훈련 계획을 한국군에 사전 통보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미군 무인기 오인) 사태를 계기로 향후 한미간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공역통제 협조 업무체계를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합참이 '미흡한 절차 준수'가 '관행'이었다고 스스로 밝힌 대목에서는 군 기강에 관한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무인기 오인 소동을 낸 1군단은 최근 일반전초(GOP)와 최전방소초(GP) 경계작전에 '실탄 미장착' 지침을 내린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된 부대이기도 하다.

전방부대에서는 실탄 삽탄이 원칙이나, 1군단은 군단장 재량으로 이처럼 경계작전 지침을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탄 미장착 경계작전에 이어 무인기 오인 소동에 논란이 연일 터지자 국방부는 이날부로 1군단장에 대해 직무배제 조치하고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소집한 긴급 전군주요지휘관 회의에서 전군을 대상으로 한 특별기강 점검을 지시했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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