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신고 빌미로 500만원 요구…30대 여성 벌금형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과거 자신이 일했던 업소의 사장에게 성추행과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신고하겠다며 돈을 요구한 30대 여성이 결국 공갈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실제로 500만원을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는데, 돈을 주면 조용히 넘어가겠다는 식의 요구가 법적으로 어떤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성추행 신고라는 민감한 문제를 금전 요구의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성범죄 피해를 신고할 권리는 반드시 보호받아야 하지만, 신고 가능성을 앞세워 상대방을 협박하고 돈을 받아내는 행위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8단독은 공갈 혐의로 기소된 37세 여성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A씨는 지난해 2월 자신이 종업원으로 근무했던 업소의 업주 B씨에게 메신저로 연락해 성추행과 직장 내 괴롭힘, 노동법 위반 등을 신고하겠다고 말하며 합의금 명목으로 500만원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당시 A씨가 보낸 메시지에는 구체적인 금전 요구와 함께 신고하지 않는 조건이 담겨 있었습니다.

 

"증거는 녹음으로 다 있고 애들도 증인 해준다고 한다. 합의금으로 500만원을 주면 조용히 입 다물고 가만히 있겠다."

 

하지만 조사 결과 A씨가 언급한 관련 녹음이나 영상 증거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씨는 성추행이나 직장 내 괴롭힘뿐 아니라 업소 운영과 관련된 문제도 신고하겠다고 했습니다. 일반음식점에서 손님에게 술을 따르는 접대 행위와 이미 개봉한 술을 다시 판매하는 행위 등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전달받은 업주 B씨는 합의금을 요구받은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A씨 명의의 계좌로 500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상대방이 실제로 돈을 보내기까지 걸린 시간이 채 1시간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시 금전 요구가 얼마나 직접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후 A씨는 실제로 B씨를 협박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그러나 인천지검은 지난해 8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B씨에 대해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검찰의 증거불충분 처분이 모든 신고 내용이 허위였다는 사실을 확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번 재판에서는 A씨가 신고를 빌미로 돈을 받아낸 행위에 대해 공갈죄가 인정됐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정당한 피해 신고와 상대방을 겁주어 금전을 받아내는 행위는 명확하게 구별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성추행이나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법적 절차를 통해 피해 사실을 알리고 구제를 요청할 수 있어야 합니다. 피해자에게 신고를 포기하도록 압박하거나 정당한 문제 제기를 막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신고하겠다는 말을 상대방에게 두려움을 주고 돈을 받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역시 용납될 수 없습니다.

 

이번 사건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고 제도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런데 그 제도가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실제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의 정당한 목소리까지 의심받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잘못을 신고할 권리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권리를 이용해 상대방을 협박할 권리까지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한편 이번 판결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형량입니다.

 

재판부는 A씨가 요구한 합의금 액수가 크지 않은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A씨가 받아낸 금액과 동일한 5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된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는 피해자가 실제로 입은 금전적 손해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벌금형이 선고됐다고 해서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할 돈이 자동으로 반환되는 것은 아닙니다. 벌금은 국가에 납부하는 형벌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회복하는 문제는 별도로 남을 수 있습니다.

 

가해자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지는지도 중요하지만, 피해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를 회복할 수 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형량은 범행 경위와 피해 규모, 피고인의 여러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됩니다. 따라서 벌금 500만원이라는 결과만으로 재판부의 모든 판단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벌금형이 선고됐다는 사실은 처벌의 적정성과 피해자 보호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를 남깁니다.

 

이번 사건은 갈등이 발생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도 돌아보게 합니다.

 

직장에서 부당한 일을 겪었다면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노동관계 기관이나 수사기관 등 적절한 절차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금전 요구와 함께 신고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제시받았다면 당황해서 즉시 돈을 보내기보다 대화 내용을 보존하고 법률적 도움을 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특히 메신저를 통한 협박이나 금전 요구는 관련 기록이 남을 수 있는 만큼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사실관계를 차분히 정리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실제 성추행이나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의 신고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됩니다.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의 권리와 처벌받아야 할 공갈 행위는 서로 혼동하지 않고 판단하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합니다.

 

신고 제도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실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듣는 동시에, 신고를 빌미로 한 협박과 금전 요구에도 엄정하게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정당한 권리 행사와 부당한 금전 요구 사이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여러분들은 500만원을 받아낸 공갈 혐의에 대해 벌금 500만원이 선고된 이번 판결을 어떻게 보시나요?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까지 고려했을 때 적절한 처벌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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