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발생한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을 다시 보게 됐는데, 정말 오랫동안 가족들이 감당했을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당시 17살이었던 피해자는 집을 나선 뒤 숨진 채 발견됐고,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가 확보됐지만 누구의 것인지 밝혀내지 못하면서 사건은 장기간 미제로 남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건 발생 11년 뒤인 2012년, 당시 확보해뒀던 DNA와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씨의 DNA가 일치하면서 큰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2010년 DNA 신원확인정보를 활용하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기존 미제사건의 증거와 수감자 DNA를 대조할 수 있게 됐고, 결국 오랫동안 찾지 못했던 용의자의 신원이 확인된 거죠. 예전에 확보한 증거가 시간이 지나 새로운 수사기술과 만나면서 사건을 다시 움직이게 됐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미제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시 해결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영원히 끝난 사건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사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자료가 발견되면 과거에는 풀지 못했던 사건도 다시 살펴볼 수 있으니까요. 특히 당시 확보된 증거가 시간이 지나서도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초기 수사에서 증거를 제대로 보존하고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다시 느끼게 됩니다.
14년 동안 미제로 남았던 사건이 결국 16년 만에 범인의 유죄 확정으로 마무리됐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어린 나이에 가족 곁을 떠난 피해자가 오랜 시간이 지나서라도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다는 점, 그리고 유가족들이 더 이상 범인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고통받지는 않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크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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