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종목에서 金만 4개 수확한 '살아있는 전설'…"그동안의 메달보다 훨씬 벅차"

(가마고리[일본]=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2일 일본 아이치현 가마고리 가이요 요트 항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요트 남자 딩기 1인승 경기 종료 후 금메달을 획득한 하지민이 밝은 표정으로 복귀하고 있다. 2026.10.2 image@yna.co.kr
(가마고리[일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명실상부 아시아 최강자인 한국 요트의 '살아있는 전설' 하지민(37·해운대구청)에게 네 번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주는 의미는 모두 달랐다.
스물한 살의 패기로 물살을 가르며 달콤한 병역 특례까지 쥐었던 2010년 광저우 대회의 첫 우승은 잊을 수 없는 쾌감이었다.
2014년 인천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압도적인 기량으로 일인자의 입지를 굳히는 짜릿함을 맛봤다.
하지만 37살의 나이로 치른 자신의 다섯 번째 아시안게임에서 그는 가장 뜻깊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 거친 바다를 누빈 끝에, 마침내 스스로에 대한 단단한 믿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개인 통산 4번째 금메달을 수확한 뒤 만난 하지민은 "이번 메달이 그동안의 메달보다 감정적으로 훨씬 벅차다"며 "이제 저는 출전 선수 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편에 속하고, 제 능력에 항상 약간의 의심이 있었는데, 이번에 '아직 할 수 있다'는 걸 확인받은 기분"이라고 기뻐했다.

(가마고리[일본]=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2일 일본 아이치현 가마고리 가이요 요트 항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요트 남자 딩기 1인승 경기 종료 후 금메달을 획득한 하지민이 밝은 표정으로 복귀하고 있다. 2026.10.2 image@yna.co.kr
하지민은 2일 일본 아이치현 가마고리 가이요 요트 항구에서 열린 대회 요트 남자 1인승 딩기 결승 레이스에서 최종 순벌점 9점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시작부터 맞닥뜨린 벼랑 끝 위기를 극복해 낸 우승이라 그 의미는 더욱 남달랐다.
이번 대회 초반, 하지민은 1차 레이스부터 실격 판정을 받아 최하위권 벌점을 떠안으며 벼랑 끝에서 출발했다.
요트는 9번의 예선 레이스 중 가장 성적이 나쁜 1개 경기의 벌점을 최종 합산에서 제외할 수 있는데, 그 단 한 번의 찬스를 처음부터 써버리는 바람에 매 경기를 살얼음판 위에서 치러야 했다.
기대를 안고 나선 첫 경기부터 계획이 크게 어긋나버리자, 그는 오히려 초심으로 돌아가 마음을 다잡았다.

(가마고리[일본]=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2일 일본 아이치현 가마고리 가이요 요트 항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요트 남자 딩기 1인승 경기. 한국 하지민이 경기 전 손 인사하고 있다. 2026.10.2 image@yna.co.kr
하지민은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든 주간이었지만, 이 위기 상황에 몰입하고 즐기는 제 모습 자체에서 드디어 저 스스로를 믿을 수 있게 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어 "결과에 대한 기대가 커질수록 오히려 집착하게 됐던 것 같다"며 "제가 처음 세일링을 시작했던 이유를 계속 떠올리며 경기 하나하나에 임했다"고 돌아봤다.
"어릴 때는 바다 위에 있는 것 자체가 좋았고, 레이싱을 시작한 후로는 바람을 읽고 빠르게 대응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상대를 이기는 데만 집중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죠. 원래 제가 요트를 즐거워했던 이유를 다시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위기 속에서 흔들림 없이 나아간 그는 이어진 레이스에서 차곡차곡 순위를 끌어올려 기어코 최종 종합 1위를 거머쥐었다.
특히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목에 건 이번 금메달에는 우승의 기쁨과 함께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도 깊게 교차한다.

(가마고리[일본]=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2일 일본 아이치현 가마고리 가이요 요트 항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요트 남자 딩기 1인승 경기. 한국 하지민(왼쪽)이 집중하고 있다. 2026.10.2 image@yna.co.kr
3세, 6세 두 아이의 아빠인 하지민은 작년 11월부터 대회 준비를 위해 한 달 해외에서 체류하며 훈련하고, 보름 정도 집에 있다가 다시 출국하는 등 1년의 절반 가까이를 타지에서 보냈다.
그는 "아내가 항상 제 가능성을 믿고 더 잘할 수 있다고 독려해 준다"며 "결과보다 제가 즐겁게 요트 타는 모습 자체를 좋아해 주는 늘 가장 고마운 사람"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제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고 투지 있게 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지금 당장은 어려서 모르겠지만 훗날 아이들도 직간접적으로 영감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우승으로 하지민은 아시안게임 통산 4회 우승이라는 대기록과 함께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까지 획득했다.
덕분에 같은 종목에 출전하는 후배들까지 일찌감치 올림픽 체제로 장기적인 훈련 계획을 짤 수 있게 됐다.

(가마고리[일본]=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2일 일본 아이치현 가마고리 가이요 요트 항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요트 남자 딩기 1인승 경기. 한국 하지민이 금메달이 확정되자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2026.10.2 image@yna.co.kr
하지민은 "앞으로 2년 동안 후배들이 성장해 저를 능가해서 올림픽에 나가는 것도 좋은 그림이고, 제가 거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며 "만약 그때까지 저를 뛰어넘는 선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제가 다시 올림픽에 나서 이전보다 더 나은 성적으로 시상대까지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요트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중에서도 선수 생명이 긴 대표적인 스포츠로 꼽힌다.
꺾이지 않는 돛을 올려온 '살아있는 전설'의 항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한동안 기대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고 육아를 병행하며 뚜렷한 동기부여를 찾지 못했다던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가장 확실한 원동력을 얻었다.
하지민은 "20년 넘게 선수 생활을 하다 보니, 결국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순간이 가장 즐겁다는 걸 깨달았다"며 "결과와 관계없이, 제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든 없든 그 순간 최선을 다하고 즐겼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아시안게임을 기대해 봐도 되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또 준비해 봐야죠"라며 싱긋 웃어 보였다.

(가마고리[일본]=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2일 일본 아이치현 가마고리 가이요 요트 항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요트 남자 딩기 1인승 경기 종료. 금메달을 획득한 하지민이 육지로 복귀하고 있다. 2026.10.2 imag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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