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EU성명에 "집권자 평화가면 내던져…韓 적대 원칙불변"(종합)

대남부서 '외무성 10국' 대변인 담화로 반발…"'평화적 두 국가론'은 기만극" 맹비난

"韓, 제1적대국이자 美의 단검"…평화공존정책 추진전망 악화 우려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12.11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북한이 최근 한국·유럽연합(EU)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평화의 가면을 내던졌다'고 비난하며 한국을 적대시하는 원칙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외무성은 13일 '10국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 중 채택된 한국과 EU의 공동성명과 관련해 "서울 위정자들이 그 무슨 말과 행동을 하든 그것은 우리에 대한 도전이며 한국을 철저한 적대국으로 다뤄나가려는 우리의 대적원칙은 불변하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한국·EU 공동성명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북러 간 군사협력을 규탄하는 내용이 들어간 점을 언급하며 "이는 우리 국가에 대한 명백한 주권침해, 엄중한 적대행위로서 지금껏 입 닳도록 떠들어 온 '체제존중', '적대행위 불추구'와 같은 위장간판을 스스로 내팽개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한국의 집권자가 거치장스럽게 쓰고 있던 '평화'의 가면을 내던졌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한국 집권자는 이번 대결 선언으로 조한(북남) 사이에 '평화공존'은 있을 수 없으며 영원히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 우크라이나 괴뢰들과 속통이 같은 공범임을 세계 앞에 입증했다"며 "한국 집권자가 특유의 '솔직함'을 발휘한 것은 앞으로 '평화선언'이니, '평화적인 두 국가론'이니 하는 기만극도 더 이상 벌릴 체면이 없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 국가에 대한 적대를 떠나 절대 존재 불가한 제1의 적대국, 조선과 아시아대륙 침략을 위한 미국의 '단검'이 바로 한국의 실체이고 숙명"이라며 "미국이 애용하는 그 '단검'이 '평화'라는 비단 보자기를 찢고 비어져나온 것은 필연적 귀결"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 한-EU 공동언론발표
(브뤼셀=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이사회 본부에서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즐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2026.6.11 xyz@yna.co.kr

앞서 이 대통령과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0일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러시아-북한 간 불법적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핵보유국으로 결코 인정되지 않을 것", "북한 인권 상황의 실질적 개선이 필수적" 등의 문구가 담긴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재명 정부의 고위급 외교에서 북러 군사협력을 '규탄'한다는 입장이 공표된 것은 처음이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한·EU 공동성명의 내용에 관해 "이미 한국 정부가 밝힌 입장을 그대로 성명에 표현한 것뿐"이라며 "(이번 성명이) 러시아나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새롭게 부담이 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는 시각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은 공동성명 채택 이틀 만에 반발 담화를 발표, 남측이 겉으로 '평화공존'을 외치면서도 실질로는 적대·대결 행위를 지속하는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인다고 비난하며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이다.

통일부는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 반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평가는 자제했다.

정부가 그동안 단행한 선제적 신뢰 구축 노력이 무색해지고 대북정책인 한반도 평화공존정책의 추진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정상의 외국 방문에서 대북 규탄보다 평화공존 정책에 대한 지지확보가 중요함에도 '북러 군사협력 규탄'을 성명에 넣는 것이 우선순위인지, 특히 현 정부의 평화공존과 실용외교 전략에 부합하는지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자문자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담화를 낸 10국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한 북한이 기존 대남기구를 폐지한 뒤 외교·대외업무를 담당하는 외무성 산하에 신설해 대남 업무를 맡긴 조직이다. 10국 대변인은 이날 북한 매체에 처음 등장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월 초 '장금철 제1부상 겸 10국 국장' 명의의 대남 담화를 통해 외무성 10국의 존재를 처음 공식 언급했다. 남측을 '특수관계'의 대상이 아니라 외국으로 다룬다는 노선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됐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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