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메이커]"최고 명품 단지 만든다" 윤주필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장

윤주필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장. (사진=윤주필 조합장 제공)
윤주필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장. (사진=윤주필 조합장 제공)

서울 용산 한남뉴타운의 핵심 사업지인 한남2구역 재개발이 인허가 완료를 넘어 본격적인 시공 단계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절반 이상 이주가 진행된 가운데, 올해 안에 이주를 마치고 내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이 결정적 국면에서 기호 2번으로 출마해 조합장에 선출된 윤주필 한남2구역 조합장을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조합원의 자산을 지키는 것이 곧 나의 소명"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인허가에서 시공으로, 전환점의 사나이

한남2구역 재개발은 숫자만으로도 무게가 남다르다. 

용산구 보광동 일대 11만4580㎡에 지하 6층~지상 14층, 31개동, 1537가구의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으로, 사업비만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시공 전문가 그룹 사이에선 2조원까지 추정 사업규모가 높아지고 있다.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에 가장 인접한 지역으로 한남뉴타운 지역 중 접근성 면에서 뛰어난 지역으로 꼽힌다.

재개발 사업에서 조합과 조합장은 회사로 치면 각각 주주총회와 대표이사에 비유할 수 있다.

조합은 재개발 구역 내 토지나 건물 소유자들이 설립한 법인으로 재개발 사업의 공식 시행자다. 삼성물산이나 현대건설 같은 시공사는 공사를 수행하는 업체고, 사업의 주인은 조합이다. 따라서 주요 의사결정 역시 조합 총회를 통해 조합원들이 행한다.

조합장은 조합을 대표해 지자체, 시공사, 금융기관, 설계사,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등과 협상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진다. 장시간 사업기간과 천문학적 사업비가 소요되므로 조합장의 역량에 따라 ▲사업속도 ▲공사비 협상 ▲일반분양 성과 ▲조합원 분담금 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최근 자주 문제가 생기는 ▲공사비 증액 ▲금융비용 증가 ▲시공사 교체 문제 등 때문에 조합장과 시공사 간 협상력이 매우 중요해졌다.

한남2구역은 사업의 외형만큼이나 복잡했던 내부 사정도 윤 조합장에게 짐이었다. 이전 집행부 시절부터 이어진 시공사 신임 논란이 대표적이다. 

대우건설은 2022년 한남2구역 수주 당시 90m로 제한된 고도를 118m까지 완화하고 아파트 층수를 14층에서 21층으로 높이겠다는 이른바 '118 프로젝트'를 내세워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서울시가 남산 소월길 해발 고도 90m를 기준으로 용산공원과 한강 조망을 보호하기 위해 고도 제한 완화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공약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조합 내부에서는 시공계약 해지 요구까지 나왔다. 

조합원들은 결국 대우건설 유지를 택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 채 새 조합장 선거로 이어졌다. 조합 건설공사관리(CM) 위원 출신인 윤주필 조합장은 '공기지연 0일 시스템 구축'과 '118 보상안 사수'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한남3구역보다 빨리 입주'를 선거의 핵심 화두로 삼았다.

대우건설은 유지···다만 약속한 보상은 반드시 받아낸다

"재재신임(대우건설 계약 유지를 묻는 두 번째 재신임 투표) 당시에도 대우건설 해지에 찬성하지 않았습니다. 공사는 대우건설이 수행합니다." 

윤 조합장은 시공사 교체설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시공사가 바뀔 경우 발생하는 리스크, 즉 신규 계약까지 최소 1년6개월의 공백, 소송 가능성, 금융비용 추가 발생 등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유지와 면죄부는 다르다고 그는 강조했다. 

"118 프로젝트 실패로 조합원에게 약속했던 보상을 온전히 받아내는 데 조합장으로서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118 프로젝트란 대우건설이 수주 경쟁에서 경쟁사를 꺾기 위해 제시했던 고도 완화 설계 변경안으로, 사실상 무산된 뒤에도 조합원 배상 문제가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윤 조합장은 이 보상안을 논리적이고 법적으로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우건설은 한남2구역에서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도쿄 롯폰기힐스 등을 설계한 미국 글로벌 설계사 저드(JERDE)와 협업해 설계 완성도를 높이고 하이엔드 주거 랜드마크 조성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설계의 화려함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윤 조합장의 시각이다. 

"단지 외관만 멋있고 내부 운영이 불투명하면 명품이 아닙니다. 투명한 사업관리가 먼저입니다."

비리에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취임 이후 윤 조합장이 가장 먼저 선언한 것은 무관용 원칙이다. 

일부 임원들이 철거업체나 시공사에 접촉해 협박했다는 공익제보가 접수된 상황. 그는 "조합 임원이 개인의 사익을 도모하는 것은 도시정비법 위반이자 사업을 지연시키는 리스크"라며 "조합 내 '공익신고사무국'을 설치해 부정비리를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사실관계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에도 즉각 돌입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다. 가톨릭대 경영학 박사(재무학)에 삼성SDS 프로젝트관리(PM) 출신이자 국제공인 프로젝트 관리 전문가(PMP) 자격을 보유한 그에게 '데이터 기반 사업관리'는 전문적 소신이다. 

"재개발은 일정·원가·품질·위험요소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종합 프로젝트"라며 PM 기법과 성과기반 사업관리체계(EVMS·Earned Value Management System)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EVMS는 건설·방산 분야에서 사업 진척도와 비용 집행을 수치로 통합 관리하는 기법으로, 국내 민간 재개발 조합에서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선진 관리 방식이다.

공급 확대엔 규제 아닌 인센티브가 답

윤 조합장은 주택 정책에 대해서도 현장 경험에 기반한 구체적 제언을 내놨다. 그는 "주택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은 공급 부족"이라며 대출 규제와 세금 위주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특히 '1+1 분양제도' 활성화를 강조했다. 1+1 분양은 조합원이 기존 주택 한 채를 받는 대신 소형 주택 두 채로 분양받는 방식으로, 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양도세·보유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조합원들이 대형 평형 대신 1+1 국민평형을 선택할 유인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공급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1+1 분양자가 일정 기간 내 추가 주택을 매도할 경우 세제 혜택을 주고, 이 매도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도록 유도한다면 시장 원리를 활용한 공급 확대 정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남2구역에서 이 제도가 본격 활용된다면 수백 세대의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계산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강제보다 인센티브로 공급을 끌어내는 방식이 더 지속 가능하다는 논리다.

 

■ 한남2구역 재개발 주요 일정

 
 
2003년 뉴타운 구역 지정
 
2012년 조합 설립
 
2021년 사업시행계획 인가
 
2025년7월 관리처분계획 인가
 
2026년1월 이주 개시 진행중
 
2027년6월 착공 목표
 
2031년 입주 예정

자료: 용산구청·조합

 

2030년, 반포를 뛰어넘는 대장주 완성

윤 조합장이 그리는 한남2구역의 최종 모습은 단순한 아파트 단지가 아니다. 

그는 "2030년에는 AI와 로봇 기술이 주거 공간에 본격 접목될 것"이라며 "한남2구역은 이러한 미래 변화에 가장 앞서 대응하는 스마트 하이엔드 단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6성급 호텔 수준의 커뮤니티 시설, AI 기반 스마트 관리 시스템, 세계적 수준의 조경과 디자인을 갖춰 입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자산 가치가 높아지는 단지를 목표로 한다고 했다.

부동산 업계의 시선도 비슷하다. 한 대형 부동산 자산관리 전문가는 "한남2구역은 이태원 관광특구의 관문이자 용산공원과 마주한 천혜의 입지를 갖춘 곳"이라며 "인근에 들어설 최고급 주거단지인 용산 파크사이드와 함께 용산 시대를 이끌 양대 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5세대 AI 지능형 시스템과 고품격 대형 평형 위주로 단지를 구성한다면 현재 서울 정비사업의 기준점인 반포를 뛰어넘는 압도적 대장주로 우뚝 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남2구역은 조합원 이주를 마친 뒤 내년 6월 착공에 들어가 2031년 입주가 이뤄질 전망이다. 23년 기다린 한남동 주민들에게 2031년은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이제 손에 잡힐 듯한 일정이 됐다.

윤 조합장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운영 철학을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조합장은 조합장답게 책임지고, 감사는 감사답게 감시하며, 이사는 이사답게 조합원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원칙과 책임이 바로 설 때 신뢰가 생기고, 신뢰가 있을 때 사업도 성공합니다."

속도는 재산, 품질은 자존심. 그의 선거 포스터에 적힌 문구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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