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매설지뢰로 장병 부상' 확인했지만 2015년보다 초기대응 절제

증거제시 위주 차분한 발표…목함지뢰 도발 땐 즉시 확성기 재개

대북정책기조·북미대화 전망 등 고려한 듯…도발성 정황 차이도

"물리적 북한군 지뢰 제거 처음"…軍제거작전 관련 北 대응 주목

합참, DMZ 지뢰 폭발 합동 현장조사 TF 최종 조사결과 설명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양진혁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이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관련해 합동 현장조사 TF 최종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2026.10.5 jieu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군 당국은 지난달 21일 발생한 비무장지대(DMZ) 폭발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매설한 지뢰에 의해 우리 장병이 크게 다친 사건이라는 최종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비슷한 성격의 11년 전 '북한 목함지뢰 사건' 때보다는 절제된 초기 대응조치를 내놓았다.

군은 5일 DMZ 폭발 관련 최종조사결과 발표에서 한국군·유엔군사령부 공동 현장조사, 작전 인원 진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성분 감정 등을 근거로 폭발 지점이 MDL 이남이고, 폭발물은 북한군의 지뢰이며, 발견 당시 매설 상태였다는 점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발표 내용은 전반적으로 사실관계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대북 비판이나 규탄, 제거 작전을 제외한 '상응 조치'에 관한 상세한 언급은 자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사결과 확정 후 초기대응만 놓고 본다면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된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때와 비교해 대북 메시지와 행동 조치 모두 수위가 조절됐다고 볼 수 있다. 목함지뢰 사건 때는 엿새 만에 최종조사결과와 첫 대응조치가 발표됐지만, 이번에는 2주일이 소요됐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작년 8월 철거 전 대북 확성기 가림막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8.4 nowwego@yna.co.kr

향후 정부 내 논의를 거쳐 추가 '상응 조치'가 구체화하겠지만 초기부터 긴장 또는 대치 국면을 조성하지는 않겠다는 기조로 읽힌다.

합동참모본부가 지난달 30일 DMZ 폭발 관련 입장문을 통해 북한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을 때와 비교해도 이날 군의 발표는 더 차분한 톤으로 이뤄졌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의 평화공존 대북정책 고수 의지와 북미대화 재개 전망 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달 1일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DMZ 지뢰 폭발을 '불의의 사고'로 부르고, "우리 정부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일관되게 이어 나가겠다"며 평화공존 정책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10·4 남북정상선언 19주년 축사를 통해서도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다지는 여정'을 강조했다. 지뢰 폭발은 언급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내 북미대화 재개를 추진하는 국면에서, 이재명 정부가 지뢰 사건에 발목이 잡혀 '페이스메이커'로서 활동할 공간이 줄어들 가능성을 의식한 대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더욱이 2015년 목함지뢰 사건의 경우 북한군이 DMZ 남측 출입문인 통문까지 내려와 지뢰를 매설했다는 점에서 도발성이 명확했지만, 이번에는 북한군이 MDL 이남의 한국군을 노려 매설했다는 근거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군도 이날 발표에서 "유엔사 적용 MDL, 표지판 연결선, 군사지도상 MDL로 세 가지가 상호 일치하지 않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가운데, 북한군이 별도의 MDL을 적용하고 있다면 추가적인 MDL이 존재할 수 있다"며, 각 주체의 MDL 인식 차이를 설명했다.

정부는 그러면서도 '국경선 요새화' 이후 북한이 매설한 지뢰를 폭파방식으로 전격 제거하는 행동에 나서 말과 행동 모두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시현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물리적으로 지뢰지대를 제거한 것은 처음"이라며, 소극적 대응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군 당국은 북한이 MDL 이남에 매설한 지뢰를 자발적으로 제거하지 않으면 제거 작전을 계속 펼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우리 군 당국의 '북한 책임론'에 신속하게 반응하며 담화전을 펼친 북한이 우리 군의 지뢰 제거작전 단행과 추가 실시 예고에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물리적 충돌로까지 사태를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이번 지뢰 폭발 사건에서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기에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속도전 방식으로 완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군의 MDL 이남 지뢰 제거 작전에 물리적인 조치로 대응, 충돌할 것 같지는 않다"고 예측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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