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이미 16명 숨져…'자살예방 종합대책' 시행키로
검진주기 5년→2년·매년 심리상담…위기 직원 선제 지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경찰관의 자살률이 일반 공무원의 두 배를 웃돌자 경찰이 정신건강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의 몫'으로 두지 않고 조직 차원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20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2026년 경찰동료 자살예방 종합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경찰관은 강력 사건과 사고·재난 현장 등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업무 특성상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2020∼2024년 경찰관은 연평균 23명이 자살했고 지난해에는 25명, 올해는 이달 현재까지 16명이 숨졌다.
최근 5년간 경찰관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17.7명으로 경찰 외 공무원(8.6명)의 약 2.1배였다.
2017∼2021년 자살과 직무 간 관련성으로 순직이 인정된 공무원 35명 가운데 경찰관이 12명(34.3%)에 달했다.
경찰은 그동안 당사자가 직접 상담이나 치료를 신청하는 방식에 주로 의존해온 만큼 위기 상황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했다.
핵심은 문제가 생긴 뒤 도움을 요청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조직이 먼저 위험 신호를 찾아내는 것이다.
우선 모든 경찰관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종합검진을 실시한다.
기존 '경찰관 직무적성검사'를 보건·복지 차원의 '경찰관 정신건강 종합검진'으로 바꾸고 검사 주기를 5년에서 2년으로 줄인다.
검사 결과 고위험군이나 주의군으로 분류되면 상담사가 직접 연락해 상담하고 필요할 경우 병원 진료까지 연계한다.
현재 일부 격무부서에 한정된 정기 심리상담도 전 직원으로 확대한다.
장기적으로 건강검진처럼 모든 경찰관이 매년 한 차례 이상 상담받도록 하고 이를 위해 '1경찰관서 1상담사'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 경찰서 2곳과 지역관서 3곳에서 전 직원 의무 상담을 시범 실시하고 내년에는 60개 경찰관서에 상담사를 배치한다.
자살 위험이나 정신적 어려움이 있는 경찰관을 조직이 직접 찾아 지원하는 장치도 마련한다.
경찰관서별 '경찰생명지킴협의회'를 꾸려 충격적인 사건을 겪거나 직무 중 신체·정신적 부상을 입은 직원, 장기 병가·휴직 뒤 복귀하는 직원 등의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지원을 결정한다.
단순히 상담이나 치료를 권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병가·휴직과 근무 시간 조정, 업무·보직 변경 등까지 함께 검토한다.
직무상 부상이나 질병이 생긴 경찰관에게는 공상 신청과 입증자료 수집도 지원한다.
사건 현장에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경찰관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긴급 심리지원 대상을 기존 사망 목격이나 생명의 직접적인 위협을 받은 경우 등에서 동료 자살과 재난·사회적 참사 등으로 넓힌다.
충격 사건이 발생하면 초기 개입부터 심리상담·평가, 후속지원까지 3단계 절차에 따라 관리하고 필요하면 같은 사건을 경험한 팀이나 부서 전체를 대상으로 회복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치료받기 위한 문턱도 낮춘다.
지금까지는 마음동행센터에서 먼저 상담받아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사전 상담 없이 협력병원에서 바로 진료받아도 비용을 지원한다.
자살이 발생한 뒤 순직 인정 과정에서도 조직의 역할을 강화한다.
유가족 전담 경찰관을 지정해 장례와 순직 신청 절차를 지원하고 업무 스트레스와 격무, 직장 내 괴롭힘, 공상 후유증 등 직무 연관성을 입증할 자료도 초기부터 수집한다.
유족과 동료 등의 진술과 기록을 통해 사망 전 심리·행동 변화를 살피는 '심리부검'도 도입해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예방 대책에 반영하기로 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서한문을 통해 "동료의 아픔을 개인에게 맡겨두지 않겠다"며 "도움이 필요한 순간 조직이 먼저 손을 내밀고 치료받고 회복한 동료가 다시 건강하게 일터로 돌아올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writ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