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박은 과연 어떤 아이들을 노리는가. 흔히 떠올리는 비행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PD수첩'이 만난 도박 중독 청소년 중에는 외고에 다니는 모범생도, 전국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유망주도 있었다. 성적이 좋든 나쁘든 도박의 유혹은 아이들을 비껴가지 않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도박이 시작된 장소다. 많은 아이들이 가장 안전해야할 '교실'에서 친구를 통해 도박을 처음 접했다. 호기심에 게임처럼 시작한 도박은 무서운 속도로 일상을 잠식해갔다. 불법 온라인 도박에 빠져 잃은 금액은 적게는 500만 원부터, 많게는 2억 4천만 원. 아이들은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 부모님 지갑에 손을 댔고, 집안의 수백만 원어치의 귀금속을 몰래 내다 팔기도 했다. "얘가 내 자식이 맞나. 같이 죽어버리고 싶었어요" 아이가 도박에 중독되자 온 가족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 부모들은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도박이 치명적인 이유로 '미완성의 뇌'를 꼽는다. 충동을 억제하는 전두엽이 다 자라지 않은 아이들은 도박의 강렬한 자극을 이겨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10대 인생을 도박판에 저당 잡힌 아이들. 도대체 교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시민단체 ‘도박 없는 학교’ 조호연 대표는 도박 자체도 문제지만, 그로 인해 파생되는 2차 피해가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PD수첩'이 만난 고등학교 3학년 A학생은 지난해 도박에 빠져 학교 친구에게 돈을 빌렸다. 처음 빌린 돈은 30만 원. 차용증을 쓰고 일주일 뒤 45만 원으로 갚으라는 터무니없는 조건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다른 친구는 자신의 집에서 도박을 하라고 권유하더니, 와이파이 이용료로 시간 당 3만 원을 요구했다. 이용료는 하루가 지날 때마다 두 배씩 불어났다. 친구들은 도박 빚을 갚으라며 중고거래 사기까지 강요했고, 이를 이행할 때까지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하며 영상까지 찍었다.
도박으로 생긴 30만 원의 빚은 어느새 아이를 폭력과 범죄로 내모는 족쇄가 되어 있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A학생의 어머니는 카메라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취재 중 한 제보자가 'PD수첩'을 찾아왔다. 연간 3천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1년여간 일했다는 제보자. 그가 몸담았던 곳은 회원을 모집하고 관리하는 이른바 ‘총판’이었다. 제보자는 총판 운영자 ‘봉이사’가 10년 넘게 법망을 피해가며 불법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초호화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제작진에게 보여준 영상에는 ‘봉이사’가 동남아의 한 클럽에서 사람들에게 고액권 지폐를 술잔에 말아 뿌리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 돈에는 우리 아이들이 도박으로 잃은 돈, 아이들의 미래와 맞바꾼 돈도 섞여있었다.
아이들을 도박판으로 끌어들인 어른들, 그리고 그 대가를 고스란히 떠안은 아이들. 어른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청소년 도박의 위험한 실태를 8월 11일 화요일 밤 MBC 'PD수첩'의 ‘도박소년이 된 내 아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