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아이스크림에 '특수절도'…발달장애 부모들 "공권력 남용"

부산의 한 편의점에서 1500원짜리 아이스크림 1개를 계산하지 않고 나눠 먹은 발달장애인 2명에 대해 경찰이 특수절도 혐의로 검찰에 송치해 논란이다./사진=머니투데이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1500원짜리 아이스크림 1개를 계산하지 않고 나눠 먹은 발달장애인 2명이 특수절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것과 관련해 공권력 남용이라며 경찰과 검찰을 규탄하고 나섰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1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대상 공권력 남용 규탄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부모연대는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이른바 '1500원 아이스크림 사건'에서 경찰이 보인 대응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명백한 인권 침해이자 공권력 남용"이라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30대 발달장애인 A씨 등 2명은 지난달 10일 부산의 한 편의점에서 1500원짜리 아이스크림 1개를 계산하지 않고 나눠 먹었다. 이를 알게 된 부모들은 곧바로 편의점을 찾아 점주에게 사과한 뒤 아이스크림 가격의 60배가 넘는 10만원을 지급했다. 점주도 경찰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부산진경찰서는 A씨 등 2명에게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특수절도는 2명 이상이 함께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경우 적용되는 혐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들이 초범이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부모연대는 경찰이 자신들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는지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지능력이 낮은 발달장애인들에게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한 채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고 비판했다. 또 검찰 역시 특수절도 혐의 적용의 적절성을 먼저 따졌어야 했지만 그대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소유예는 유죄가 인정되지만 기소만 하지 않는 처분"이라며 "애초에 불송치됐어야 할 사건이 경찰과 검찰의 판단으로 발달장애 청년 2명에게 '특수절도범'이라는 낙인을 남기고 가족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고 주장했다.

부모연대는 현장 책임자 문책과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또 발달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연루된 경미 사건은 금액과 관계없이 우선 경미범죄 심의를 거쳐 훈방과 복지 서비스로 연계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장애인 관련 사건 발생 시 초동 단계부터 전담 사법경찰관과 전문 사법조력인이 즉시 개입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자 부산경찰청은 지난 14일 입장문을 내고 "피해 규모가 매우 경미하고 피의자들이 발달장애인이라는 점에서 많은 국민께서 관심과 우려를 보내주셨다. 이러한 관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특수절도죄는 법정형에 벌금형이 없어 즉결심판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이 훈방하거나 자체 종결할 법적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특성과 개별 사정을 더욱 세심하게 고려해 수사하겠다"며 "훈방이나 즉결심판이 가능한 경미 사건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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