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39일 간의 열전 끝에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사상 첫 3개국(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 개최로 열린 이번 대회는 48개국이 써 내려 간 104경기 속 기록과 낭만, 이별과 상처 등 다채로운 이야기로 전 세계 축구 팬들을 또 한 번 매료시켰다.
대회 전체 경기의 75%(78경기)가 미국에서 열린 만큼, 이번 대회는 가장 ‘미국스러운’ 월드컵으로 끝나며 여러 기록을 남겼다. 특히 흥행과 수익에서 눈부신 성과를 냈다.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총 681만966명(경기당 평균 6만5490명)의 관중이 몰려, 1994년 미국 대회가 32년째 지켜온 종전 최다 관중 기록(약 358만명)을 가볍게 넘어섰다. 2022 카타르 대회(약 340만명)와 2018 러시아 대회(약 303만명)의 최종 관중 수를 합한 것보다 많다.
역대급 돈 잔치도 화제다. 피파 가 예상한 이번 대회 수익은 역대 최다인 130억달러(약 19조2900억원)로, 카타르 대회(76억 달러·약 11조2800억원)의 1.7배 수준이다. 대회 총 상금 역시 사상 최대인 6억5500만 달러(약 9720억원)로, 카타르 대회(4억4000만달러·약 6530억원)보다 약 50% 늘어났다.
규모가 커진 만큼 상업화 논란도 커졌다. 에이피(AP)에 따르면, 결승전 티켓은 재판매 플랫폼에서 최고 6만달러(약 8900만원)까지 치솟았다. 맥주 한 잔 2만9000원, 생수 한 병 7000원 등 터무니 없는 경기장 내 물가는 팬들의 원성을 자아냈다. 이번 대회 처음으로 도입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수분 보충 휴식·전후반 중간 3분간 휴식)를 두고도 ‘선수 보호’가 아닌 “방송사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피파의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개최국 미국의 외압 논란도 입길에 올랐다. 미국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이 32강전에서 레드카드를 받고 16강전 출전이 불가능해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잔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에게 직접 판정 재고를 요청했고, 피파는 발로건의 징계를 1년 유예했다. 미국은 조별리그를 미국 내에서 치르는 이란 대표팀에게 비자 발급이나 체류 시간 등에서 여러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대회 흥행을 위해 아르헨티나가 심판 판정 등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또한 거듭 제기됐다.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은 독일, 크로아티아, 이집트의 결정적인 골을 무효화하는 등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섰다.

본선 48개국 확대는 재미와 숙제를 동시에 안겼다. 조 3위 12개 팀 중 성적이 좋은 8개 팀까지 32강에 오를 수 있게 되면서, 조별리그가 끝난 뒤에도 다른 나라 경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재미가 배가됐다. 하지만 경기 일정이 뒤로 잡힌 팀일수록, 토너먼트 진출 승점을 계산하며 마치 ‘짬짜미’하듯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반면 참가국 확대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축구 변방국의 본선 진출 기회가 많아진 것은 이번 대회가 남긴 ‘낭만’이었다. 특히 최고의 동화를 쓴 인구 52만명의 아프리카 섬나라, 카보베르데의 32강 진출 기적은 ‘기회의 문’을 넓히는 것이 우리 사회와 공동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노르웨이 역시 28년 만에 돌아온 월드컵에서 사상 첫 8강까지 오르는 드라마를 썼다. 승리 뒤 선수가 북을 치면, 관중석의 팬들이 한몸이 된 듯 일제히 노를 젓는 ‘바이킹 로우’ 응원은 전 세계 축구팬들의 박수를 자아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들의 퇴장도 이어졌다. ‘메호대전'의 주인공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는 각자의 여섯번째이자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을 마쳤다.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와 네이마르(브라질) 역시 이번 대회를 끝으로 월드컵 무대를 떠난다. 대신 킬리안 음바페(프랑스)와 라민 야말(스페인), 엘링 홀란(노르웨이), 주드 벨링엄(잉글랜드) 등 새 얼굴들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혔다.
한편, 한국은 조별리그(A조) 1승2패, 승점 3으로 조 3위에 그쳐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과거 32개국 체제 대회였다면, 본선에도 오르지 못할 성적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충격적인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난달 29일 사퇴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대회 전 이미 사퇴를 발표한 터였다. 축구협회의 운영 투명성과 감독 선임 절차의 공정성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고, 결국 한국 축구개혁을 위한 케이(K)-축구 혁신위원회(공동위원장 박지성·유승민)가 지난 6일 출범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