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진 | 오픈데스크팀장
“이렇게 소박하신 분인데 온갖 누명을 다 씌우고….”
지난 9월부터 스레드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비공개 사진과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사진을 올리는 이는 김 여사의 최측근인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 ‘소박하다’는 답글이 달린 사진은 지난달 28일 정 전 행정관이 “김건희 영부인님은 골프를 치지 않습니다”라며 공개한 것으로, 김 여사는 실내에서 치마를 입고 줄넘기를 하고 있다. 또 다른 답글도 “황제 골프보단 줄넘기가 낫다”며 김 여사를 누군가와 견주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골프는 삐딱한 눈으로 보면서 줄넘기는 소박하다고 추켜세우는 단순한 사고 논리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정 전 행정관이 사진을 공개한 시점에는 이미 ‘황제 골프’ 의혹의 신빙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김혜경 여사가 10월20일 태릉컨트리클럽(CC)에서 프로골퍼 리디아 고를 대동하고 골프를 쳤다’고 주장한 건 지난달 26일이다. “리디아 고의 경우 필드 레슨비만 수천만원대”라며 “황제 골프”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바로 당일 리디아 고가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주 의원은 유튜브 등에 공개한 골프장 영상에서 슬그머니 리디아 고의 사진을 뺐다. 영상을 사후 편집했다는 공지나 리디아 고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과한 주장”(박정하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주 의원은 멈추지 않았다. 주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통령 부부와 장남 내외가 지난해 8월 여름휴가 당시 진해 해군기지 내 한산대CC에서 골프를 치고 저도 숙소까지 헬기로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이 공개한 증거는 당시 헬기장에 정박해 있던 헬기라고 주장하는 사진 한 장. 이 대통령의 장남 이동호씨는 5일 주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여름휴가 기간 한산대CC에 간 사실이 없고, 그곳에서 골프를 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주 의원의 노림수를 모르진 않는다. “골프라는 운동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인상을 활용해서 자꾸 뭔가 있는 것처럼 부풀리려고”(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하는 것이다. ‘내로남불’의 문제도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지낸 주 의원은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출신 핵심 관계자)으로 꼽혔다. 민주당이 “윤석열의 골프 문제에는 입도 벙긋하지 않던 사람이 이 대통령 부부를 향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쏟아낸다”(조계원 대변인)고 지적한 이유다.
골프는 안 치지만 줄넘기는 하는 김 여사는 정말 소박했던가. 김 여사는 통일교로부터 샤넬 가방 2개와 그라프 목걸이 등 8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 말고 이른바 ‘매관매직’ 사건으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최재영 목사,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등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3억원에 가까운 금품을 받은 혐의다. 이 사건으로 김 여사는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7년, 9월 항소심에서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자신의 지위를 망각한 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금품을) 반복해 수수했다”고 질타했다. 김 여사의 지지자들은 여전히 ‘누명’이라고 믿고 싶겠지만 그가 헌정사 최초로 구속 기소된 영부인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진짜 ‘누명’을 쓴 사람은 따로 있다. 주 의원이 2주가 되도록 사과하지 않고 있는 리디아 고다. 주 의원은 리디아 고를 잘못 언급한 것은 “일부 오류”라며 “사석에서 만나거나 하면 얼마든지 사과할 수 있다”고 했다. “모 재벌기업 회장의 며느리”라며 “알선수재의 법리적 문제” 가능성까지 언급해 놓고 자신은 리디아 고를 비난한 게 아니란다.
리디아 고가 사석이든 공석이든 주 의원을 만나줄지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올림픽 골프 역사상 최초로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을 모두 목에 건 선수에게 명예만큼 중요한 건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