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란드 제2의 도시 크라쿠프의 대표적 관광지에서 극우 성향의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6명이 숨지고 최소 15명이 다쳤다. 폴란드 정부는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이틀간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에이피(AP)·아에프페(AFP) 통신 등을 보면, 7일(현지시각) 크라쿠프 구시가지 중심부의 중앙광장에서 폴란드 국적의 24살 남성이 차를 몰고 광장에 진입한 뒤 불특정 다수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이 총격으로 여성 4명과 남성 2명 등 6명이 숨졌다.
관광객과 시민으로 붐비던 광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목격자들은 사람들이 주변 상점과 식당, 골목으로 몸을 피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시민과 구조대원들이 쓰러진 피해자들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옷으로 출혈을 막으려 애썼다.
광장 인근 술집에서 일하는 한 주민은 아에프페에 “크라쿠프는 늘 대단히 안전한 도시였다”며 “살아오면서 기억하는 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 광장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이 놓였으며, 다음날 오전까지 광장 일부가 계속 통제됐다.
범인은 출동한 경찰의 총격을 받고 제압된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를 저지하던 경찰관 2명도 다쳐 입원했으며, 이 가운데 1명은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군복 스타일의 옷을 입은 범인은 미국 에이아르(AR)-15와 유사한 반자동 소총을 사용했으며, 차량에서는 여러 무기가 발견됐다.
경찰은 크라쿠프에서 북동쪽으로 약 150㎞ 떨어진 오스트로비에츠시비엥토크시스키에 있는 범인 가족 집에서도 주검 3구를 발견했다. 경찰은 이들이 범인의 부모와 누나이며, 총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국은 광장 총격과 가족들의 사망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마르친 키에르빈스키 내무장관은 범인이 “매우 급진적이고 극단적 민족주의 성향”을 지녔다며 “모든 정황은 그가 극우 이념에 심취해 있었음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1989년 공산주의 체제 붕괴 이후 폴란드에서 발생한 최악의 총격 사건으로 꼽힌다. 총격 사건이 드문 폴란드에서는 최근 총기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경찰 통계상 총기 소지 허가 규모는 약 41만1000건에 이른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경찰관들의 헌신을 높이 평가했다. 우크라이나와 독일, 유럽연합(EU)도 애도와 연대의 뜻을 밝혔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폴란드를 훨씬 넘어선 곳까지 여파가 느껴질 비극”이라고 말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