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쓰나미’에도 기름값은 보합세…‘마이웨이 트럼프’와 겨울 난방 수요가 함정

2026년 11월5일(현지시각)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언하는 동안 ‘VETO’(거부권)라고 적힌 모자가 책상 위에 놓여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압승하는 ‘블루웨이브’ 효과로 급락했던 국제 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이 이튿날 반등해 보합세로 이어졌다. 선거 패배 이후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웨이’ 기조를 보이면서 시장에서 종전 기대감이 섣부르다는 인식이 퍼진 데다 겨울철 난방 수요도 부담을 키우는 탓이다.

8일 페트로넷 자료를 보면, 대표적 국제 유가 지표인 브렌트유 선물(1월물)은 선거 윤곽이 나온 지난 4일 배럴당 94.62달러로 하루 만에 8.7%(8.98달러)가 급락했으나, 이후 98달러대로 반등해 마지막 거래일인 6일 보합세인 98.32달러로 마감했다. 급락분의 40%가량을 되돌린 셈이다. 서부텍사스유(WTI) 선물과 두바이유 현물도 낙폭의 30~40%를 회복했다. 조기 종전 기대감에 따른 블루웨이브발 유가 하락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글로벌 수급이 불안정한 경유 제품 역시 6%대 하락했다가 낙폭의 60~70%를 되돌렸다.

이는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장기화가 공화당의 주요 패인으로 꼽히고 민주당이 전쟁 조기 종식을 주장해왔으나, 트럼프가 바뀌지 않을 경우 현실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시장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트럼프는 패배 사흘 만에 대내외 강경파인 최측근 스티븐 밀러를 후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이는 중간선거 참패에도 ‘마이웨이’를 고수할 뜻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동 전쟁이 9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세계 각국의 원유와 석유제품 재고량은 크게 낮아진 상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보면, 미국의 전략비축유 재고는 1982년 이후 거의 최저 수준이다. 미국을 필두로 국제사회가 전쟁 여파에 대응해 시장에 비축유를 풀었던 탓이다. 미국의 비축유는 10월 말 기준 2억8218만배럴로 같은 시점 5년 평균치(4억3181만배럴)나 전쟁발발 전날(4억1544만배럴)보다 3분의 1이 줄었다.

긴장 고조와 완화를 오가는 중동 전황에서 약간의 공급 부족 신호에도 가격은 널을 뛴다. 특히 겨울이 다가오는 시점의 미국의 경유·난방유 부족은 심각한데, 경유·난방유 등을 말하는 중간유분 재고는 10월 말 기준 9926만배럴로 5년 평균 대비 13% 가량 적다. 미국 경유 가격은 전쟁 발발 전보다 70% 가까이 치솟았다. 유럽연합(EU) 에너지 수장인 댄 요르겐센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유럽 12개국이) 11월 이후 추가로 비축유 4260만배럴을 푸는 것 중 절반은 경유가 될 것”이라면서도 “불행하게도 우리는 모두 혹독한 겨울을 내다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내년도 유가 전망을 두고도 점진적 안정화를 기대하는 시각부터 국제 정치와 원유 생산의 구조적 한계로 사상 최고치 돌파를 예상하는 쪽까지 시장 전망이 크게 엇갈린다. 유안타증권의 황규원 애널리스트는 ‘2027년 정유·화학 엿보기’ 전망 보고서를 내놓고 “2026년은 전쟁이 모든 것을 결정한 한해”였다며 “(2027년은) 국제 정치적 해법으로 원유와 정유제품 공급 부족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신증권의 원자재 담당 최진영 애널리스트는 “선거 후폭풍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는 있다”면서도 “공급의 구조적 한계, 중동 공급망 쇼크 등을 고려하면 내년 3분기 유가는 오히려 사상 최고치를 돌파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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