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보호 흔드는 대통령의 ‘절충안’ [아침햇발]

이재명 대통령 엑스(X) 갈무리

박종오

논설위원

한국에서 주식으로 돈 벌기 어렵다고들 한다. 티웨이홀딩스 주주들을 보면 실감이 난다. 티웨이홀딩스는 한때 티웨이항공(현 트리니티항공)의 최대주주였던 코스피 상장사다.

지난해 2월26일 ‘대명콘도’로 잘 알려진 소노인터내셔널이 티웨이홀딩스 최대주주 지분을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다. 예림당과 특수관계인 3명의 지분 46.26%가 주당 4776원씩 총 2500억원에 팔렸다. 이날 시장 종가(주당 709원)의 6.7배다. 티웨이항공 지배권을 넘기는 대가로 두둑한 웃돈(프리미엄)을 얹어준 것이다.

그러나 소액주주 1만6579명(2024년 말 기준)은 프리미엄을 1원도 나눠 받지 못했다. 현행법상 합병이나 영업양도로 주주 권리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면 반대 주주는 회사에 주식을 사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반면 최대주주 지분만 사고파는 인수·합병(M&A)에는 이런 보호 장치가 전무하다.

최대주주가 바뀐 뒤 티웨이홀딩스는 항공사 지배권마저 잃었다. 소노 쪽이 장악한 티웨이항공 이사회가 지난해 소노 관계사만을 상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해, 최대주주 자리가 소노인터내셔널로 넘어갔다. 소액주주들은 경영권 프리미엄은커녕 항공사 지배권까지 빼앗긴 셈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기존 제도는 제동을 걸지 못했다. 그사이 소액주주 손실은 불어났다. 무상감자를 반영해 환산한 티웨이홀딩스 주가는 지난해 2월26일 3545원에서 이달 6일 1334원으로 62.4% 급락했다. 옛 최대주주인 예림당 쪽이 받은 값(환산 주당 2만3880원)의 18분의 1이다.

이런 일을 막으려는 제도가 ‘의무공개매수제’다. 지배주주 주식을 사는 인수자가 일반주주 주식도 같은 웃돈을 주고 사도록 의무화하는 것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엑스(X)에 올린 글이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 대통령은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관련 균형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요?”라며 “소액주주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면서도 인수·합병(M&A) 시장의 동력을 잃지 않게 할 가장 합리적인 균형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라고 물었다. 인수자 부담이 커지면 인수·합병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이 글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논쟁의 본질을 비켜갔다. 앞서 지난달 1일 여야가 합의한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법안의 본회의 상정이 보류됐다. 경제개혁연대·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 민간단체와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이 재논의를 요구해서다.

여야 합의안은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사서 최대주주가 되면 ‘50%+1주’까지 인수자가 의무적으로 공개 매수하도록 했다. 문제는 지배주주 주식을 먼저 사고, 부족한 수량만 일반주주에게서 사들이도록 허용한 점이다. 티웨이홀딩스에 적용하면 발행 주식의 3.74%(50%-46.26%)+1주만큼만 소액주주가 지배권 프리미엄을 나눠 받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9월29일 기준 국내 상장사 2580곳 중 756곳(29.3%)은 최대주주 쪽 지분율이 이미 50% 이상이다. 상장사 10곳 중 3곳은 합의안대로 제도가 도입돼도 지배권이 넘어갈 때 소액주주가 주식을 한 주도 팔 수 없다는 얘기다. 경제개혁연대가 100% 공개매수를, 운용사들이 50%+1주를 유지하되 모든 주주에게서 같은 비율로 주식을 사는 ‘안분 매수’를 대안으로 내놓은 이유다.

반면 이 대통령은 두 대안 모두 인수·합병 위축 우려가 있다며 보류된 여야 합의안을 “절충적 의견”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여야는 지배주주 주식 우선 매수를 허용할 때의 부작용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 바로 그 미진한 부분 때문에 보류된 안을 대통령이 ‘절충안’이라며 다시 들고나온 셈이다.

둘째, 대통령이 ‘절충안’으로 꼽은 여야 합의안은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명문화한 개정 상법과 충돌하는 측면이 적잖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차별 대우가 여전한데다 이사회의 책임도 약화시킬 수 있어서다. 지배주주 지분 매도는 개인 간 거래지만 이를 위한 기업 실사 허용, 임시 주주총회 소집, 새 이사 후보 추천 등은 회사가 결정해야 하는 일이다. 합의안대로라면 특정 주주만 웃돈을 받는 거래에 협조한 이사회도 “법이 정한 공개매수 요건을 지켰다”는 명분을 얻는다. 주주 충실 의무를 물을 근거가 오히려 약해지는 것이다. 상법 개정으로 쌓아 올린 주주 보호의 탑을 대통령의 ‘절충’이 스스로 흔들어서는 곤란하다.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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