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목발 투혼 어디 갔나…자만한 kt, 신기루처럼 사라진 2026

쇄신과 관리 야구, 적절한 프런트 의사 결정으로 5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

KS 한 달 앞두고 1위 확정한 kt, 단기전 준비 실패로 허망한 추락

고개 숙인 kt 이강철 감독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말 kt가 대량 실점하자 이강철 감독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6.11.8 mtkht@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마법처럼 시작해 신기루처럼 끝난 한 해였다.

2026 프로야구 정규시즌에서 90승 49패 5무 승률 0.647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kt wiz는 마지막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고비를 넘지 못하고 창단 두 번째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kt는 체력적 우위와 전력상 우세라는 평가에도 삼성 라이온즈에 1승 4패로 무릎을 꿇으며 2026시즌을 마감했다.

큰 상처를 입은 kt는 비시즌 선수단 분위기를 수습하고 전력을 재편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단기전에서 드러난 실패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적절한 과정을 다시 밟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KS에서 나타난 선발 투수들의 갑작스러운 제구 난조와 야수들의 타격·수비 문제, 무겁게 가라앉은 팀 분위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를 통해 새 시즌의 희망과 목표를 다시 세워야 한다.

악수하는 양팀 감독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3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경기. 박진만 삼성 감독(왼쪽)과 이강철 kt 감독이 악수하고 있다. 2026.11.3 xanadu@yna.co.kr

◇ 다 바꾸고 시작한 2026년

2025시즌 정규리그 6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kt는 2026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다.

중심타자 강백호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고, 황재균, 오재일 등 베테랑 내야수들이 은퇴했다.

kt는 외부 FA영입으로 공백을 메웠다.

더그아웃 리더가 필요했던 kt는 외야수 김현수를 영입했고, 풀타임 출전이 어려워진 주전 포수 장성우의 부담을 덜어줄 한승택과도 계약했다.

아울러 지난 시즌 팀 도루 48개로 이 부문 최하위에 머물렀던 kt는 톱타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려 최원준까지 데려왔다.

외국인 선수도 전원 교체했다.

외국인 투수 맷 사우어, 케일럽 보쉴리와 외국인 타자 샘 힐리어드, 아시아 쿼터 스기모토 고키 등 새 얼굴로 전력을 구성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생각으로 임해 명예 회복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힐리어드 '첫 득점'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 3차전 kt wiz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초 2사 주자 2루 상황에서 kt 힐리어드가 1타점 적시 2루타를 치고 있다. 2026.11.6 mtkht@yna.co.kr

◇ 쇄신의 결과는 성적으로…숱한 위기에도 승승장구

kt는 프런트와 현장의 원활한 소통과 빠른 의사 결정을 바탕으로 2026시즌을 헤쳐 나갔다.

전반기엔 외국인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힘든 여정을 보냈다.

힐리어드는 KBO리그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의 넓은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지 못하며 고전했다.

외국인 투수 보쉴리는 어깨 부상으로 6월 초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사우어는 1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88로 부진했다.

kt는 보쉴리와 사우어를 각각 로건 앨런과 데이비스 대니엘로 교체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믿음을 보낸 힐리어드는 고비를 넘기고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거듭났다.

토종 선발 투수 고영표와 소형준이 선발 로테이션에서 잘 버티고 박영현이 뒷문을 틀어막으면서 kt는 위기를 넘겼다.

특히 외부 FA 영입 삼총사의 활약이 눈부셨다. kt는 6월까지 승률 0.573으로 3위를 달렸다.

7이닝 1실점 호투 펼친 고영표
(수원=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4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경기. 7회초 kt 선발투수 고영표가 역투하고 있다. 고영표는 7회까지 1실점으로 호투를 펼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2026.11.4 dwise@yna.co.kr

◇ 관리의 야구로 만들어낸 정규시즌 1위

kt는 경쟁 팀들이 선수 부상과 체력 문제로 고꾸라지기 시작한 7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7월에 펼친 19경기에서 14승 4패 1무 승률 0.778을 기록했고, 9월 이후엔 32경기에서 무려 24승 6패 2무 승률 0.800의 성적을 냈다.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에 도전한 최원준과 리그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펼친 힐리어드를 중심으로 타선이 폭발했고, 선발 투수 5명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면서 고공행진을 펼쳤다.

kt는 2위 삼성을 8경기 차로 따돌리며 일찌감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정규시즌 우승의 배경엔 이강철 감독의 철저한 관리 야구가 녹아있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여름을 대비해 시즌 초반부터 과감하게 투수들을 관리한다.

kt가 매년 여름에 강한 모습을 보인 배경이다.

올 시즌엔 소형준, 배제성, 오원석 등이 철저한 관리를 받았고 이들이 시즌 막판 힘을 냈다.

제대한 언더핸드 불펜 투수 김정운과 구위를 회복한 손동현 등도 많은 힘을 보탰다.

kt는 압도적인 성적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마법사 군단이 우승 축포를 터뜨린 날은 10월 5일로, KS 1차전(11월 3일)을 거의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아쉬워하는 안현민
(수원=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4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경기. 12회말 1사 kt 안현민이 삼진 당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6.11.4 superdoo82@yna.co.kr

◇ 2021년 박경수의 목발 투혼, 2026년 안현민의 아크로 펌…자만이 부른 참사

kt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면서 KS에 직행한 건 통합우승을 차지한 2021시즌에 이어 두 번째였다.

상황은 5년 전과 달랐다.

kt는 2021시즌에도 삼성과 1위 싸움을 달렸으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삼성과 승률 동률을 이루면서 1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을 치러야 했다.

당시 kt는 KBO리그 역사에 남을만한 명승부를 펼쳤다.

이틀을 쉬고 다시 선발 등판한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역투하며 1-0으로 승리했다.

두산과 KS에서는 당시 주장 박경수(현 kt 코치)가 연일 몸을 던지는 호수비를 펼쳤고, 수비 과정에서 다리를 다친 뒤에도 목발을 짚고 더그아웃에 나와 선수단의 의지를 불태우게 했다.

올해 kt 선수들의 우승 도전 자세는 5년 전과 달랐다.

시즌 막판 압도적인 행보를 걸었던 kt에서는 느슨한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간판타자 안현민은 올스타전에서 선보이려 했던 파격적인 헤어스타일, '아크로 펌'을 하고 나타나기도 했다.

플레이오프(PO)를 거치며 지칠 대로 지친 삼성을 가볍게 꺾을 수 있을 것이란 안일한 분위기가 kt 선수단에 진동했다.

2차전 패한 kt
(수원=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4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경기. 연장 접전 끝에 2-3으로 패한 kt 선수들이 인사하고 있다. 2026.11.4 superdoo82@yna.co.kr

◇ 반성해야 할 kt의 2026 KS…오늘의 눈물이 내일의 희망될까

kt의 2026 KS는 악몽 그 자체였다.

1차전에서 8-7로 승리했으나, 경기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당시 삼성은 PO를 5차전까지 치르느라 선발 로테이션이 망가진 상태였고, 부진한 최원태가 선발로 나서면서 kt로서는 유리한 상황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kt는 8-0으로 앞선 7회 이후 7점을 내주면서 한 점 차 신승을 거뒀다.

KS 1차전은 kt가 가져갔으나, 삼성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계기가 됐다.

kt의 안일한 분위기는 KS 2차전부터 경기력으로 드러났다.

kt는 KS 2차전에서 무려 11개의 안타와 볼넷 3개를 얻고도 2득점에 그치며 2-3으로 패했다.

특히 연장 12회엔 치명적인 수비 실책으로 결승점을 내주는 등 최악의 졸전을 펼쳤다.

3차전에서는 믿었던 선발 소형준이 2이닝 동안 볼넷 5개를 내주며 4실점 해 무기력하게 패했고, 4차전에서도 선발 로건이 1회에만 사사구 4개를 내주며 6실점 하는 등 총 12개의 사사구를 허용하며 5-10으로 완패했다.

그리고 KS 5차전에서 반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졸전 끝에 그대로 고개를 떨궜다.

정규시즌을 압도하고도 KS에서 무너진 kt는 팬들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그래도 야구는 계속된다. kt는 KS 준비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드러났는지 철저하게 돌아보고 새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일단 KS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외국인 투수 두 명은 교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외야수 김민혁과 배정대, 내야수 김상수는 FA 자격을 얻는다.

안방 전력을 강화하는 것도 급선무다.

올 시즌 장성우는 체력 문제를 드러냈고, 한승택 한 명에게 많은 경기를 맡기는 것은 부담스럽다.

마침 스토브리그에선 박동원, 김태군, 최재훈 등 주요 포수들이 FA로 나온다.

다만 kt의 구단 운영 기조를 고려하면 막대한 자금 투입보다는 효율성을 앞세운 영입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규시즌의 영광을 KS의 악몽으로 끝낸 kt가 이번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변화할지 주목된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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