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체’는 없었지만 투혼은 빛났다…벼랑 끝에서 왕조의 부활을 쓴 사자들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케이티 위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하면서 우승을 확정한 뒤 마운드에 모여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버티고 무너졌지만 다시 일어섰다. 2010년대 통합 4연패 금자탑을 쌓으며 왕조를 일군 삼성 라이온즈가 암흑기를 딛고 12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삼성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한국시리즈(4선승제) 5차전에서 케이티(KT) 위즈를 12-1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우승을 확정했다. 2014년 이후 첫 정상이다.

■‘완전체’ 없이 지킨 전반기 1위

시즌 전 전문가들이 뽑은 우승 후보였지만, 출발부터 구멍이 많았다. 마운드에선 푸른 피 에이스 원태인과 외국인 투수 맷 매닝, 불펜 핵심 이호성 등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타선에선 구자욱과 이재현, 김영웅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며, 전반기 내내 한 번도 완전체 타순을 꾸리지 못했다. 들쑥날쑥한 경기력으로 연승과 연패를 거듭했고, 4월엔 7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삼성은 전반기를 1위로 마쳤다. 불안 요소였던 불펜에서 마무리 김재윤과 필승조 이승민 등이 대활약하며 전반기 불펜 평균자책점 3.78(리그 1위)로 마운드를 지켰다. 박진만 감독은 “만약 우승한다면 불펜 덕분”이라고 칭찬할 정도였다. 아울러 1번 김지찬, 2번 김성윤으로 이어지는 테이블 세터가 나란히 타율 3할을 치며 주자를 쌓아줬다. 구자욱-르윈 디아즈-최형우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은 해결사 역할을 했다. 김영웅을 대신해 3루를 맡은 전병우의 활약도 알토란 같았다.

삼성 라이온즈 김재윤(투수·왼쪽)과 강민호(포수). 삼성 라이온즈 제공

■9월, 케이티의 마법에 내준 선두

2015년 이후 11년 만의 전반기 1위를 차지한 삼성의 상승세는 8월에도 계속됐다. 7월 ‘우승 청부사’로 합류한 크리스 페덱이 13경기 7승3패, 평균자책점 2.95로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았고, 외국인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가 부상으로 빠진 자리는 단기 대체 선수 오스틴 보스가 버텨줬다. 9월 초에는 7연승을 달리며 선두 싸움에서 케이티에 근소하게 앞섰다.

잘나가던 삼성이 삐끗하기 시작한 건 9월이었다. 삼성은 막판 뒷심 부족으로 페이스가 떨어진 반면, 케이티는 마법 같은 대질주를 시작했다. 케이티는 9∼10월 24승6패2무, 승률 0.800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기며 1위를 굳혔다. 같은 기간 삼성은 15승14패, 승률 0.517로 주춤했다.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이 지난 9월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뒤 그라운드에 누워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9월 말 마지막 추격은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막판 6연승을 달리며 케이티를 3경기 차까지 따라붙었지만, ‘타격왕’ 구자욱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정규시즌을 일찍 마친 게 뼈아팠다. 부상 복귀 뒤 선발 4연승을 달리던 후라도마저 10월 2경기에서 12실점(11자책점), 평균자책점 9.58로 흔들렸다.

선발진의 한계도 숫자로 드러났다. 가을야구 진출 팀 중 두 자릿수 승리 투수가 없는 팀은 삼성뿐이었다. 결국 삼성은 목표했던 정규시즌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2위로 시즌을 마쳤다.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이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케이티(KT) 위즈와 경기에서 적시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을에 다시 깨어난 사자

그렇게 맞은 가을야구. 하락세 삼성의 선전을 점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특히 세이브 1위(35개) 김재윤마저 부상으로 빠지면서 전력은 더욱 저평가를 받았다. 박 감독은 결국 선발 원태인을 구원투수로 돌리는 결단을 내렸다.

삼성은 기아(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내주며 무너지는 듯했지만, 3승2패로 시리즈를 뒤집으며 ‘기세’를 올렸다. 시즌 막판 잠들어 있던 사자들이 다시 포효하기 시작한 것이다.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후라도(2승·평균자책점 1.32)의 부활도 불안했던 선발진을 단단히 했다.

삼성 라이온즈 아리엘 후라도가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한국시리즈 3차전 케이티(KT) 위즈와 경기에서 역투한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열세라던 한국시리즈에서도 ‘기세’는 계속됐다. 1차전을 내줬지만 0-8로 끌려가던 경기를 7-8까지 따라가며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2차전에선 연장 12회 승부 끝에 승리를 챙기며 적진 수원에서 목표했던 1승1패를 맞췄다.

그리고 안방으로 돌아온 사자들은 자타공인 최고의 응원을 자랑하는 대구 팬들 앞에서 3·4·5차전을 내리 따내며 기어이 통산 9번째 우승을 일궜다.

대구/손현수 기자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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