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혈전’ 완성한 사자 군단…삼성, 12년 만에 KS 우승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이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케이티(KT) 위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3회말 2사 주자 1루에서 동점 2루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년 가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라팍)의 함성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팬들의 함성에 화답하며 사자 군단은 포효했고, 정규시즌 1위 팀을 침몰시켰다. 2016년 개장한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첫 우승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8일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한국시리즈(4선승제) 5차전에서 케이티(KT) 위즈를 12-1로 대파했다. 1차전 패배 뒤 2~5차전을 내리 승리하면서 4승1패로 업셋 우승을 일궈냈다. 정규시즌 2위 팀이 1위 팀을 꺾은 것은 2018년 한국시리즈 이후 처음이다. 당시 2위 팀 에스케이(SK) 와이번스가 1위 팀 두산 베어스를 꺾었다. 삼성은 2021년 1·2위 결정전(타이브레이크)에서 케이티에 패(0-1)하며 한국시리즈 직행에 실패했던 것도 이번에 갚았다.

삼성으로서는 2014년 이후 12년 만의 정상 탈환이자 통산 9번째 우승이다. 삼성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했으나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었다. 2015년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고도 한국시리즈 직전에 터진 일부 선수들의 해외 원정 도박 파문으로 준우승에 그쳤다. 2024년에도 한국시리즈에 올랐으나 정규시즌 1위 기아(KIA) 타이거즈에 패했다. 삼성은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 접전 끝에 기아를 꺾은 바 있다. 삼성의 이번 가을은 ‘복수혈전’인 이유다.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케이티 위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 5회말 1사 1,2루에서 삼성 김영웅의 적시타 때 구자욱이 홈인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규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케이티가 우승 후보에 가까웠다. 케이티는 90승49패5무로 1위에 올랐고, 삼성은 83승58패3무로 2위를 차지했다. 케이티는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해 포스트시즌 준비 기간도 여유로웠다. 하지만, 삼성은 정규시즌 막판 구자욱이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고, 세이브 부문 1위의 마무리 김재윤이 오른쪽 전거근 근육 부상으로 포스트시즌에 뛰지 못하면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다.

구자욱이 수비에 나서지 못하면서 43살의 최형우가 플레이오프 2차전부터 선발 좌익수로 출전했고, 선발 투수 원태인이 불펜의 짐을 나눠가졌다. 옆구리 부상의 강민호는 제대로 허리를 돌릴 수 없는데도 포수 마스크를 쓰고 안방을 지켰다. 41살의 강민호는 한국시리즈 4차전을 제외하고 9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선배들의 이런 투혼은 어린 선수들에게 자극이 됐다.

전환점이 된 것은 1차전(3일) 7, 8회였다. 삼성은 케이티에 0-8로 끌려가다가 7, 8회 대거 7점을 뽑아내는 저력을 선보였다. 비록 역전을 이뤄내지는 못했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돋보였다. 2차전(4일) 때는 연장 10회초까지 2-1로 앞서다가 10회말 2-2 동점을 내줬지만 원태인이 1사 만루 위기를 봉쇄하면서 연장 12회에 3-2 승리를 거뒀다.

적지(수원)에서 1승1패를 기록한 삼성은 안방인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3연전을 싹쓸이 했다. 3차전(6일)에서는 아리엘 후라도가 7이닝 1실점으로 케이티 타선을 묶으며 5-1로 승리했다. 4차전(7일)에서는 타선의 집중력으로 1회말 6점을 뽑아내는 등 10-5, 대승을 거뒀다. 고졸 새내기 장찬희가 4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구원 등판한 이재희가 3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호투한 게 컸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이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케이티(KT) 위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 선발 등판해 2회초 호수비에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5차전(8일) 때는 삼성의 투타 간판 원태인과 구자욱의 활약이 돋보였다. 플레이오프 때 불펜으로만 기용됐던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은 팀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데뷔 첫 한국시리즈 승리다. 원태인은 올해 정규시즌 때는 7승9패 평균자책점 4.52로 다소 부진했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수비와 주루가 어려웠던 ‘캡틴’ 구자욱은 주특기인 타격에서 빛이 났다. 5차전 0-1로 뒤진 3회말 2사 1루에서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동점을 만들었고, 5회말 무사 1루서도 우중간 안타를 때려냈다. 1~5차전 20타수 10안타(0.500)의 맹타로 생애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스스로 빚어냈다. 2004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데뷔해 2018년 삼성으로 옮긴 뒤에도 우승과는 연이 없던 강민호는 프로 23시즌 만에 처음으로 정상에 서는 기쁨을 맛봤다. 삼성에서 데뷔해 기아로 옮겼다가 올 시즌 다시 삼성으로 돌아온 최형우는 7번째 우승 반지를 끼게 됐다.

현역 시절 6차례 정상에 섰던 박진만 삼성 감독은 사령탑으로는 처음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케이티는 2~5차전 내내 투타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우승을 내줬다. 최원준이 2차전 수비 때 다치고, 안현민이 타격에서 부진한 게 컸다. 외국인 투수 로건 앨런 또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줬다.

 

대구/김양희 기자, 손현수 기자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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