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지방투표 41건 중 40건 ‘데이터센터 제동’…18.4GW 구축한다는 한국은?

네이버가 세종시에서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내부 모습. ‘데이터센터 각’ 누리집

미국 중간선거와 함께 치러진 데이터센터 관련 주민투표에서 개발을 제한하는 쪽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막대한 전력·용수 사용과 소음 등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을 대규모로 추진하는 한국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선거정보 누리집 밸럿피디아 집계를 보면, 지난 3일 중간선거와 함께 치러진 데이터센터 관련 주민투표 41건 가운데 40건에서 개발을 제한하거나 반대하는 쪽이 승리했다. 개발 제한·반대 안건 27건이 통과됐고, 개발에 유리한 안건 13건은 부결됐다. 지난 8월5일 기준 미국 전역 550곳 이상에서 신규 데이터센터 개발을 일시 중단하거나 금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는 발전소와 송전망 확충 비용이 주민 전기요금에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물 부족·소음·대기오염 문제 등이 있다. 지난해 여름 뉴저지주 트렌턴에서는 일반 가정의 월 전기요금이 26달러(약 3만5천원),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는 27달러가 올랐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발전용량 확보 비용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전체 전력 소비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4.7%에서 2030년 11.8%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데이터센터 건립을 둘러싼 주민 반발은 잇따르고 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주민들은 전자파와 화재 위험, 소음 등을 우려하며 지난 6월 건립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경기 과천 주암지구에서는 데이터센터 예정 부지가 입주 예정 아파트에서 약 50m 떨어져 있어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와 경기 김포 구래동, 고양 덕이동 등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대규모 확충 계획을 추진중이다. 정부는 지난 6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며 2035년까지 18.4기가와트(GW) 규모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총괄위원회는 2040년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최대전력 추가 수요 전망을 지난 4월 4GW에서 8월 11.9GW로 세 배 가까이 높였다.

민간 요금 체계인 미국과 달리 한국은 사실상 정부가 전기요금을 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즉각 전기요금이 전가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공용 송·변전망 보강 비용은 한국전력이 부담하기 때문에 송변전 설비가 늘수록 한전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한전은 2038년까지 송변전설비에 72조8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인데, 여기에는 12차 전기본에서 새롭게 검토하는 데이터센터 수요는 반영되지 않았다. 게다가 정부는 데이터센터 전용 전기요금제까지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8월 전망에서 늘어난 7.9GW 가운데 3~4GW를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달 국정감사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해 “아직까지 수요가 구체적으로 확정된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막연한 수요를 12차 전기본에 다 넣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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