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젠코트, 네타냐후 제치고 연정 협상 우선권…정부 구성까진 ‘산 넘어 산’

이스라엘 야권 연합 ‘변화 진영’을 이끄는 가디 아이젠코트가 5일 예루살렘 대통령실에서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아이젠코트 엑스(X) 갈무리

이스라엘 야권 지도자 가디 아이젠코트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제치고 정부를 구성할 기회를 먼저 쥐었다. 하지만 아이젠코트가 기존 동맹·지지층의 이탈을 막으면서 아랍계나 초정통파 유대교(하레디) 정파와 연대를 이뤄내는 고차방정식을 풀어낼 수 있을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보도를 보면, 7일(현지시각)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반네타냐후 유대인 정당 연합인 ‘변화 진영’을 이끄는 아이젠코트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에게 새 정부를 구성할 우선권을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아이젠코트는 이스라엘 정부기본법에 따라 28일(추가 14일) 동안 다른 정당들의 연정 합류를 타진하게 된다.

앞서 지난 4~5일 헤르초그 대통령이 각 정당 대표와 면담한 결과, 아이젠코트를 지지하는 의원은 67명으로 네타냐후 총리 쪽(46명)보다 많았다. 변화 진영 소속 4개 정당뿐 아니라 아랍계 정당인 ‘공동 명부’(11석), ‘라암’(8석)이 아이젠코트 편에 섰다. 또한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여권에서 하레디 정당 ‘토라유대주의연합’(7석)이 누구도 지지하지 않겠다며 이탈해 아이젠코트에게 유리한 상황이 됐다.

다만 아이젠코트가 총리에 오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를 구성하려면 전체 의원 120명 중 과반(61석)의 동의를 모아야 하지만 지난달 27일 총선에서 변화 진영은 4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에 아이젠코트는 최소 13명의 다른 정당 의원을 연정에 포섭하거나, 이들이 연정에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정부 출범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설득해야 한다.

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 야권 지지자들이 ‘변화 진영’과 아랍계 정당들의 연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한 시민이 “지금 아니면 영영 안 된다”고 적힌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표면적으로는 그가 아랍계 정당들과 손잡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공동 명부는 아이젠코트 정부에 참여하지는 않되 정부 출범에는 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라암은 연정 합류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아이젠코트 역시 아랍계와 연대할 길을 닫지 않았다. 그는 6일 엑스(X) 글에서 자신의 정부에 합류할 수 있는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테러조직으로 인정하고, 하마스의 군사력과 통치권력을 ‘해체’하는 데 동의할 것” 등을 들었다. 지난달 31일 글에서 “하마스의 군사적 능력·통치 능력을 ‘파괴’해야 한다는 데 동의할 것”을 요구했던 데 견주면 표현이 누그러졌다. 라암 대표 만수르 아바스는 5일 하마스 등 모든 팔레스타인 정파를 무장해제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힌 상태다.

문제는 변화 진영 내 시온주의 우파가 아랍계와의 어떠한 협력도 거세게 반대한다는 점이다. 변화 진영 소속 ‘이스라엘 베이테누’의 대표 아비그도르 리베르만은 6일 엑스에 “공동명부와 라암의 기권에 의존하는 정부를 구성해서는 안 된다”며 “베이테누는 그런 정부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썼다. 이들을 정부에 참여시키는 것은 물론, 정부 출범 표결 때 이들이 기권하는 방식의 소극적 지지조차 거부하겠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리베르만의 주장대로 하레디 정당과 손을 잡는 것 또한 쉬운 길은 아니다. 네타냐후의 여권 진영에 있었던 하레디 정당 토라유대주의연합과 샤스(6석)가 야권으로 넘어오면, 변화 진영이 61석을 확보해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리베르만은 본다. 이를 위해 리베르만은 변화 진영의 핵심 공약이었던 ‘하레디 징병제 도입’을 포기할 수 있다고 6일 밝혔다. 그러나 아이젠코트는 이 공약을 무르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그는 같은 날 엑스에 정부 합류 조건으로 “모든 국민의 의무복무”에 동의할 것을 내걸었다. 하레디 청년들의 병역 면제가 부당하다는 상당수 일반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은 아이젠코트로서는 하레디 징병제 도입을 철회하는 선택을 내리기 쉽지 않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총선 이튿날인 10월28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만약 아이젠코트가 이런 난제들을 풀지 못하고 기한 안에 정부를 꾸리는 데 실패하면 다음 정부 구성 기회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총리직을 맡되 일부 장관 자리를 야권에 주는 거국 내각론을 펴고 있다. 만약 네타냐후 총리도 정부 구성에 실패하면, 대통령은 한 차례 더 다른 인물에게 정부 구성 권한을 줄 수 있고, 이 또한 실패한다면 재선거를 치르게 된다. 재선거가 치러진다면 이란 등에 대한 군사 작전을 재개할 수 있는 현직 총리인 네타냐후가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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