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AI 시대, 자기다움이라는 아름다움

[UFO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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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미 스타씨드 대표"돈 쓰지 마. 기운만 받고 가." 최근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스카프를 파는 상인의 말 한마디가 SNS(소셜미디어)를 달궜다. 물건을 더 팔아야 할 텐데 오히려 구매를 말리고, 손님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른바 '남대문 스카프 아저씨'다. 오랜 장사에서 나온 재치와 태도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걸그룹의 세계에서도 흥미로운 변화가 보인다. 거제와 경주 출신 멤버들의 사투리와 꾸밈없는 일상이 화제가 되며 2년 전 노래가 역주행한 '리센느', 평균 나이 14.9세에 데뷔곡으로 음원 차트 1위에 오른 'A2O LITE'. 오랜 노력과 개성이 뒤늦게 빛을 발하기도 하고, 어린 신인의 재능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성공의 시기와 사람을 움직이는 매력은 저마다 다르다.

오래전 어머니의 서가에서 낡은 책을 발견했다. '젊은 여성의 필독 교양서'라는 부제 아래 아름다움과 사랑, 삶의 지혜에 관한 조언이 담겨 있는 책이다. 그 무렵 나도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첫 문장은 '나는 지적인 여성이 되고 싶었다'였다. 당시 내가 꿈꾸던 아름다움은 외모나 화려한 성공만이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과 취향, 삶의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나는 고유한 매력이었다. 그래서 '아름답다'라는 말의 기원까지 찾아보았다.

'알음(知)'에서는 앎의 깊이를, '아(我)답다'에서는 나다움을, '한 아름'에서는 균형과 조화를 떠올리는 해석이 있었다. 어원이 무엇이든, 아는 만큼 행동하고 자신을 이해하며 세상과 조화를 이루는 삶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흥미로웠다. 아름다움은 대상 자체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눈과 마음에 있는 것일까.

지식은 암기하면 되지만 삶의 지혜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 지성이란 많이 아는 능력만이 아니라 낯선 삶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능력인지 모른다. AI는 취향을 분석하고 미래 계획까지 제안한다. 나보다 나를 잘 아는 듯해 서늘할 때도 있다. SNS의 편집된 성공과 일상을 오래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그것이 내 목표가 된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아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최근 읽은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의 '서늘한 대화'에는 배우 정호연이 영어 연기의 억양을 고민하자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오히려 그녀만의 호흡과 억양을 살리도록 권했다는 일화가 등장한다. 완벽함보다 그 사람만의 고유한 표현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남들의 완벽함을 닮으려 애쓰는 동안 정작 가장 소중한 자기만의 억양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연말이면 한 해의 사업과 삶을 돌아보고 새해의 목표를 세운다. 만약 한 해의 마지막이 아니라 내 인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면 나는 무엇을 기억하고 싶을까. 더 높은 지위와 성취일까. 사랑하는 사람과 웃었던 시간, 좋아하는 일에 몰두했던 순간, 두려웠지만 스스로 선택한 길을 걸었던 경험일까.

남대문 스카프 아저씨처럼 좋아하는 일에 진심을 다하는 사람에게서는 억지로 돋보이려 하지 않아도 고유한 매력이 드러난다. 모두가 원하는 일만 하며 살 수는 없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발견하는 즐거움과 가치는 소중하다. 기술이 우리를 더 빠르고 편리하게 만드는 시대일수록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더 인간적이고 너그러워져도 좋겠다. 서로 다른 삶을 실패나 부족함이 아닌 다양성으로 존중하는 사회라면, 더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찾아올 삶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면 오늘이라는 시간이 새삼 귀하게 느껴진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열심히 살아가는 오늘의 노력과 시행착오 역시 소중한 삶의 일부다. 때로는 서툴고 부족해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과정에서 자신의 행복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살아가면 어떨까. 아름답게, 나답게, 그리고 우리 모두 자기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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