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8일 발표한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의 경영 환경 변화와 대응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진출 기업의 92%는 철수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이들은 잔류 이유(1~3순위 합산)로 '타 국가 대비 비용우위'(87.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설문은 지난 7월 27일부터 9월16일까지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 113개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베트남의 인건비 부담은 커지는 추세다. 달러로 환산한 베트남의 월 최저임금은 2010년 45.4달러에서 2024년 205.3달러로 연평균 11.4% 올라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보고서는 그럼에도 비용우위가 유지되는 건 인건비뿐 아니라 생산성, 인력 확보, 조달·물류 여건 등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베트남을 값싼 생산 거점으로만 볼 게 아니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들이 꼽은 베트남 진출 목적(1~3순위 합산)은 '현지 내수 판매'(54.9%)가 가장 많았다.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거점'(50.4%), '제3국 수출'(38.9%), '한국 공급'(25.7%)이 뒤를 이었다.
전망도 긍정적이었다. 앞으로 3~5년간 사업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본 기업은 59.3%로 악화를 예상한 기업(12.4%)을 크게 웃돌았다. 71.7%는 베트남이 앞으로도 핵심 해외 거점일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섬유·의류·신발 업종은 악화 전망이 53.8%로 개선 전망(15.4%)보다 높아 업종별로 차이를 보였다. 주요 경영 애로(1~3순위 합산)로는 '정부 규제'(63.7%), '인건비 상승'(62.8%), '인허가·통관·검역 절차'(54.0%) 등이 꼽혔다.
보고서는 진출 기업들이 생산·조달·물류·판매 등 기능별 비용과 수익 기여도를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내수·서비스 기업은 고객 조사와 시험 판매로 수요를 검증해 투자·판매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 다른 나라로 생산 분산을 검토하는 기업은 인건비 절감액뿐 아니라 설비 이전, 인허가 재취득, 물류·납기·품질관리 비용을 면밀하게 비교해야 한다고 했다.
임윤호 무역협회 연구원은 "과거의 비용우위나 향후 성장 기대만으로 사업을 유지하기보다 생산성·현지 수요·규제 대응 및 조직 운영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