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개발협력 자금 쏟아진 방글라데시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아침 출퇴근길 도로는 언제나 역동적인 에너지와 거친 활기로 가득 차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아침 출퇴근길 도로는 언제나 역동적인 에너지와 거친 활기로 가득 차 있다. 1억8천만 명에 이르는 거대한 내수 시장, 지난 10여 년간 연평균 6% 안팎의 견고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온 서남아시아의 방글라데시는 2026년 2월 신정부 출범 이후 제도 정비와 경제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가 발전의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한 방글라데시를 향해 글로벌 개발협력 자금이 사상 유례없는 규모로 집중되고 있다.

주요 국제기구와 공여국들의 지원 규모는 이 시장의 성장세를 잘 보여준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24·2025회계연도에 방글라데시에 총 25억2천만달러(약 3조3천억 원)를 지원하며, 세계은행(WB, 20억1천만달러)과 일본(15억7800만달러)을 넘어 최대 지원 기관으로 올라섰다. 한국 정부 역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한 방글라데시 기본약정 한도를 종전 7억달러에서 2023~2027년 기준 30억달러로 네 배 이상 대폭 확대했다. 방글라데시는 현재 한국 EDCF 누적 승인액 기준 3위의 핵심 중점 협력국이자, 서남아 인프라 협력의 최전선이다.

여기에 2025년 3월 중국이 21억달러 규모의 투자·차관·무상원조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방글라데시는 공적개발원조(ODA)와 다자개발은행(MDB) 프로젝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2026년 2월 총선과 신정부 출범을 계기로 국가 메가프로젝트들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면서, 한국 기업들에도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기회가 열리고 있다. 실제 최근 6개월간 현지 진출을 문의하는 엔지니어링 기업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인프라 ‘건설’과 ‘운영’을 잇는 협력

원조 재원이 풍부해지고 대형 인프라 사업이 확대되면서, 건설 이후 운영까지 함께 고려하는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대규모 토목공사가 속속 준공 단계에 이르는 현장에서 우리는 개발협력의 성과를 현지 주민의 일상으로 이어가는 과제를 마주하게 된다. 바로 ‘인프라를 완공하는 것’(하드웨어)과 ‘그 인프라가 현장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소프트웨어)을 연결하는 일이다.

도로·철도·항만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서는 토목 시공과 함께 개통 이후의 차량·기자재 조달, 통합 요금 징수 시스템, 유지보수, 운영 인력 확보가 함께 준비될 때 더 큰 효과를 낸다. 시설의 설계와 시공, 운영 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현지 주민들에게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개발협력 효과를 오래 이어갈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우리 기업이 참여할 분야도 넓어진다. 엔지니어링 기업은 사업의 기획과 설계 단계에서 운영에 필요한 요소를 함께 검토할 수 있고, 기자재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시설의 기능에 맞는 장비와 시스템을 제안할 수 있다. 건설과 운영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

용수 공급, 신재생에너지, 폐기물 처리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지 여건과 발주기관의 수요를 충분히 살피고 이에 맞는 기술과 운영 방안을 제시하는 일은 우리 기업의 참여 기회를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개발협력 성과가 현지 일상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과정이 우리 기업과 현지 파트너의 장기적 협력 기반이 될 수 있다.

2023년 11월4일 깃발을 든 셰이크 하시나 당시 방글라데시 총리가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차관으로 건설한 다카 도시철도 6호선 개통을 선언하고 있다. 위키미디어코먼스

다카 도시철도 6호선은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차관으로 건설돼, 현재 우타라와 모티질을 잇는 20.1㎞ 구간에서 하루 35만~40만 명이 이용할 만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상습 정체 구간의 통행 여건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다. 차관 협정이 체결된 2013년 전담 운영기관인 다카도시철도공사(DMTCL)를 설립해, 건설 초기 단계부터 차량 조달과 요금 시스템, 운영 인력 양성을 함께 준비한 것이 안정적 개통으로 이어졌다. 현재 카말라푸르까지 연장 공사가 진행 중이며, 2027년 1월 전 구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공 뒤에는 하루 이용객이 65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건설과 운영을 하나의 계획으로 묶어 추진할 때, 인프라가 국민의 일상 속 실질적 효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방글라데시가 도시철도망을 카말라푸르 너머로 확장하고 공항·항만·수자원 등 인프라 전반의 고도화를 추진하는 지금, 설계 단계부터 운영까지 함께 그릴 수 있는 역량이 한국 기업에도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한국 기업이 준비해야 할 세 가지

단순히 인프라를 짓는 일을 넘어, 그 인프라가 5년 뒤, 10년 뒤에도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돕는 ‘지속가능성의 설계’가 양국 모두를 위한 경쟁력이다. 진출을 준비하는 우리 기업이 눈여겨볼 점은 세 가지다.

첫째, 사업의 기획 단계부터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함께 살피는 일이다. 무엇을 지을 것인가와 함께 완공 이후 어떻게 운영하고 유지할 것인가를 제안에 담을수록 설득력이 커진다. 사전 타당성 조사 단계에서 미래의 수요와 운영 계획을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둘째, 하드웨어인 토목 시공과 핵심 기자재 조달, 소프트웨어인 운영 시스템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안하는 일이다. 차량, 신호체계, 정보기술(IT) 과금 시스템, 유지보수까지 처음부터 하나의 호흡으로 맞물려 돌아가도록 설계하면 건설·엔지니어링·기자재·ICT 기업이 함께 진출할 길도 넓어진다.

셋째, 현지 발주기관과의 역량 협력이다. 대규모 복합 인프라는 토목, 교통, 환경, 금융 등 다수의 부처와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지 공무원, 엔지니어들과 운영 경험 및 데이터 기반의 관리 노하우를 나누는 교육·기술 협력은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고 장기적 협력의 토대가 된다.

방글라데시 현지에서 한국이란 브랜드가 가지는 위상은 조금 특별하다. 1979년 당시 한국 기업 대우는 방글라데시 최초의 민간 의류기업인 데시가먼츠(Desh Garments)의 현지 청년 130여 명을 부산 공장으로 초청해 6개월간 봉제 기술과 공장 관리 노하우를 전수했다. 귀국한 연수생들은 방글라데시 전역으로 흩어져 현대식 의류공장을 세우고 산업을 확산시켰다. 이때 뿌려진 작은 기술의 씨앗이 반세기 만에 세계 2위의 의류 수출 대국으로 성장하는 마중물이 되었다.

이 협력의 역사는 방글라데시 국민에게 한국을 ‘국가 산업을 함께 일군 진정한 파트너’로 깊이 각인시켰다. 수주 경쟁이 치열한 서남아 인프라 시장에서 현지 발주처들이 한국 엔지니어링 기업과 기술에 신뢰를 보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그동안 토목과 건설 분야를 중심으로 쌓아온 진출 경험을 바탕으로 협력 범위를 넓힐 때다. 방글라데시가 최빈개도국(LDC) 졸업을 앞두고 산업 고도화와 도시 인프라의 스마트화를 추진하는 지금, 한국의 진출도 엔지니어링 컨설팅, ICT 솔루션, 친환경 에너지 전반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한국, 원조 넘어 ‘산업 동반자’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다카무역관은 2026년 6월 다카에서 ‘인공지능(AI)·ICT-인프라 프로젝트 로드쇼'를 열었다. 한국 기업 50여 개사와 방글라데시 발주처·기관 100여 곳이 모여 향후 발주 계획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자리였다. 기존에 건설 프로젝트 중심이던 행사의 범위를 2026년엔 봉제산업 디지털제품여권(DPP), 사이버보안, 인프라 프로젝트용 AI·ICT 솔루션까지 넓혀 더 다양한 분야의 우리 기업을 소개했다.

KOTRA가 참여하는 경제혁신파트너십프로그램(EIPP)도 2026년 방글라데시에서 처음 시작됐다. 3년간 350만달러를 투입해 신도시 개발에 필요한 용수 공급, 신재생에너지, 폐기물 처리, 한국형 산업단지 등 6개 사업에 대한 사전 타당성 조사를 수행한다. 사업 발주 전 단계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과 역량을 소개하고, 이를 현지 수요에 맞는 본사업으로 발전시키는 작업이다. 한국 기업의 관심도 함께 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직접 사업을 제안하는 지식공유사업(KSP) 민간제안은 2025년까지 방글라데시에서 접수된 사례가 없었지만, 2026년엔 두 자릿수 이상 접수됐다.

2026년 9월1일부터는 KOTRA가 산업통상협력개발지원사업(산업 ODA)의 관리를 맡게 됐다. 아직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하지 않은 분야에서도 사업을 발굴하고 본사업으로 발전시킬 수단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이런 움직임이 향하는 곳은 하나다. 한국 기업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그 나라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사업을 만드는 것, 실효성 있는 프로젝트를 계속 발굴해 한국 기업의 진출 분야를 넓히고 현지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인구 1억8천만 명에 이르는 이 시장은 우리에게 아직 낯설지만, 한 번 더 들여다볼 이유는 충분하다.

이성훈 KOTRA 다카무역관 차장 niceimp@hotmail.com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6개국에 132개의 국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국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국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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