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레트로 감성 골목이 복도…'슬세권' 마을호텔

목포시 원도심 숙박업소들 손잡고 '하나의 호텔'로 운영

청년들 정착 돕고 지역경제 활성화 플랫폼 역할도 기대

목포 유달산 '목포는 항구다' 노래비
(목포=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 목포 유달산 입구에 세워진 '목포는 항구다' 노래비. 목포 출신 가수 이난영이 부른 대표곡으로 '목포의 눈물'과 함께 목포를 상징하는 노래이다. 2026.11.5

(목포=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산과 바다에 강·호수도 있다. 고속버스 터미널과 여객선 터미널에 철도역까지 갖춰 교통 인프라도 좋다. 다른 지역에 없는 것을 갖고 있지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변변한 기업이 없어 '시청이 가장 큰 기업'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한때 번성한 항구도시로 이름을 떨쳤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목포시의 현주소다.

잡힌 바닷고기 그물에서 떼어내기
(목포=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 목포항 연안부두에서 주민들이 고깃배가 잡아온 바닷고기를 그물에서 떼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 2026.11.6

목포시 청년들이 고향을 떠날 결심을 하다가 '그래도 목포에서 경쟁력 있는 산업은 관광'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호텔을 만들었다. 호텔은 제법 큰 건물 안에 프런트와 안락한 잠자리, 맛깔나는 식사 공간, 휴식이나 오락을 즐길 수 있는 시설 등으로 꾸민다. 그런데 그럴만큼 큰 자본이 없는 청년들이 어떻게 호텔을 만들었을까?

호텔에 대한 그동안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을 살린 새로운 형태로 호텔을 운영하기로 했다. 한 건물에만 손님을 맞는 프런트를 두고, 골목골목 흩어져 있는 숙박업소들이 보유하고 있는 방을 객실로 쓰면서, 주변 음식점들이 호텔 식당 역할을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목포 마을호텔 이미지
[AI로 생성한 이미지]

호남선 철도의 종착점으로 KTX 열차까지 운행되는 목포역에서 내려 여행자들이 가고 싶은 곳을 걸어서 갈 수 있는 '목포만의 마을호텔'을 만들었다. 지쳐가는 도시 청년들에게 실패해도 괜찮은 안전한 삶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이름을 '괜찮아마을'로 지었다.

지역의 관광자원을 활용해 쇠락하는 원도심을 재생하고 청년들의 정착을 돕는 실험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원도심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어른들이 마을호텔에 참여하도록 설득하는 작업부터 쉽지 않았다. "그게 되겠어?"라는 회의적 시각을 넘어서야 했다.

목포시 원도심
(목포=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 목포시 유달산 중턱에서 내려다 보이는 원도심 전경. 2026.11.7

지난한 노력끝에 2022년 가까스로 공식 출범을 했으나 자리를 잡는데만 수년이 걸렸다. 지금은 원도심 숙박업소가 91곳이나 참여해 운영할 수 있는 객실도 1천개를 넘어섰다. 원도심 둘레를 마을호텔 울타리로 간주하면 '세상에서 제일 큰 호텔'이라고 자랑하기도 한다.

괜찮아마을 홍동우 대표는 "원도심에 있는 숙박업소들을 잇는 골목이 호텔의 복도이고, 각자 갖고 있는 방들이 마을호텔 전체 객실"이라며 "목포역에 내려 숙소로 가거나 숙소에서 슬리퍼를 신고 10여분 걸으면 여행 목적지 대부분을 갈 수 있는 '슬세권' 마을호텔"이라고 소개했다.

목포시는 1897년 목포항이 개항하면서 항구도시의 기반을 닦았고,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는 목포항이 일제의 물자 수탈 주요 통로로 이용되며 '6대 도시'에 들 정도로 번성했던 도시이다. 자동차가 거의 없던 시절이기 때문에 도시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목포=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 목포시 원도심인 중앙동 민어식당 밀집지역 입구에 '민어의 거리'를 알리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2026.11.7

신도심이 조성되며 시청까지 이전했지만 원도심은 레트로 감성을 유지한 채 남아 있다. 걸어서 유달산과 여객선 선착장, 근대문화 역사관 등 주요 관광지를 갈 수 있다. 홍어나 민어를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을 비롯해 카페, 특산품점, 목욕탕 등 다양한 상점들도 옹기종기 모여있다.

홍 대표는 "목포시 전체 면적 가운데 간척지가 80%가량이나 돼 텃세도 없는 편이라서 외부인들이 한달 살기 등을 하기도 좋다"며 "마을호텔이 숙박업 플랫폼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과 비즈니스 행사 등을 유치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1회 남도연회 '지역 문제를 지역의 힘으로'
(목포=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 목포 원도심 일대에서 5~7일 열린 제1회 남도연회를 알리기 위해 거리 곳곳에 달아놓은 깃발. 2026.11.5

괜찮아마을은 지역 언론·대학과 함께 행정안전부의 지원을 받아 지난 5~7일 목포시 원도심 일대에서 '제1회 남도연회'를 개최했다. 300명가량의 주민과 지역활동가, 관광전문가 등이 참가해 마을호텔 현장을 답사하고 축제를 벌였다. '지역의 문제를 지역의 힘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지역관광의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는 열띤 토론도 진행됐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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