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 고민했지만 책임 한계 고려"…경북산불 실화자 2심도 집유(종합2보)

대구지법, 과수원 임차인 항소심서 검사 항소 기각

재판부 "쓰레기 바람 부는 날 꼭 태워야 했나…경각심 갖고 살아가라"

'경북 산불' 발화 피의자 법원 출석
(의성=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지난해 4월 24일 경북 의성군 대구지방법원 의성지원에서 '경북 산불'을 유발한 피의자 신분인 60대 과수원 임차인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5.4.24 psik@yna.co.kr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지난해 3월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낸 '경북 산불'을 유발한 혐의로 기소된 과수원 임차인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형사항소2-1부(김정도 부장판사)는 16일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모(63)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원심은 정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 관찰을 받을 것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했다.

재판부는 "산불 피해가 매우 중대하지만 극도로 건조한 날씨와 강풍, 다른 지역에서 확산한 산불 등 피고인이 예견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웠던 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와 피고인의 행위 사이에 상당 인과 관계가 명확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산불 피해의 중대성만으로 모든 책임을 피고인에게 돌리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며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과 유사한 산림 실화 사건에서 실형이 선고된 사례가 드문 점 등을 고려하면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잘못으로 엄청난 손해가 발생하고 결과가 상당히 무거워서 실형 선고를 하고 구속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앞으로 피고인은 바람이 많이 불 때 쓰레기를 태우는 행위에 상당한 경각심을 갖고 조심하며 살아가라. 쓰레기를 바람 부는 그날 반드시 태워야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앞서 공소청은 1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며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지난 결심공판에서는 정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산불이 앗아간 터전
(의성=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옥산면 전흥리에서 강풍을 타고 번진 산불이 민가를 덮치고 있다. 2025.3.24 psik@yna.co.kr

정씨는 지난해 3월 22일 오전 11시 44분께 경북 의성군 안계면 용기리 한 과수원에서 영농 부산물을 태우고 불씨 등이 완전히 꺼졌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해 불이 주변으로 번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의성군에서는 안계면과 안평면 두 지점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두 곳에서 시작된 불은 강풍을 타고 안동·청송·영양·영덕 등으로 확산했고 산림 당국은 전국에서 차출한 인력과 장비 등을 투입해 149시간 만에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

이 산불로 의성·안동 등 5개 시·군에서 27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치는 등 6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피해 면적은 역대 최대인 9만9천289㏊로 집계됐으며 3천5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다른 발화 지점인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에서 조부모 묘 주변 어린나무를 태우다가 산불을 낸 혐의로 기소된 신모(55) 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받았다.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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