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미비로 '개점휴업' 상태 지속…PC 등 개인장비도 부족
조직 조기 안착 급선무…뒤늦게 수사·조직 운영 매뉴얼 마련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1일 출범 9일째를 맞은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모습. 조직 수장 부재 속 인력과 시설 등 인프라 부족으로 수사 준비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중수청은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을 검토하며 수사 착수를 준비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편 이날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를 공개 비판해 온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하며 출범 뒤 첫 감독권을 행사했다. 2026.10.11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 9일째를 맞았지만, 인력과 시설 등 인프라 부족으로 수사 준비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수장 부재 속에 업무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상당수 업무가 수기(손글씨)로 이뤄지고 있다.
중수청은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을 검토하며 수사 착수를 준비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수청은 개청 후 접수한 고소·고발 사건 등을 소관 청별 관련 부서에 배당했다.
담당 부서는 관련 서류를 검토하고 있지만 인프라 미비 등으로 실제 수사에는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중수청은 자체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KICS)을 마련하지 못해 경찰 킥스를 빌려 쓰고 있지만 현재는 사건 이첩 수신, 접수, 배당 등 필수 기능만 사용 가능하다. 중수청 자체 킥스 구축에는 3년 안팎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수청은 개청 첫날인 지난 2일 기준 30건 이상의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했고 현재도 민원실과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사건이 들어오고 있다.
다만, 사건 처리와 형사사법포털 등의 기능은 오는 12월 킥스 2단계 개통 이후에야 이용할 수 있어, 그전까지는 수사 기록 작성과 송부, 장부 입력 등을 수기로 처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전자결재나 이메일 등 행정정보시스템도 행정안전부의 온나라시스템을, 메신저도 PC 카카오톡이나 공무원 내부 메신저인 '온톡'을 사용하고 있다.
업무 PC를 지급받지 못한 수사관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근무 체계와 보고·결재 등 업무 절차도 대다수 수기로 진행되고 있다.
청별로 청장이 주재하는 회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개청 이후의 상황 등을 보고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수청 본청의 한 수사관은 "인프라 미비로 할 수 있는 게 마땅히 없고 업무도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며 "회의는 계속 하지만 진척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방 중수청 관계자도 "업무에 관해 물어보려 해도 본청 담당 직원들이 정신이 없고 바빠서 업무를 숙지하기 어렵다"며 "본격 수사 착수는커녕 계속 준비 단계인 상황"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수청 명의의 지출 계좌가 없어서 일선 수사관들이 개인 지출을 하는 경우도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수청 예산이 아직 배정되지 않아 필요한 물품 등을 살 때 개인이 먼저 계산하고 후불로 처리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실무를 맡아야 하는 과장급 등 인력이 부족한 점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중수청은 정원 2천874명 중 66.1%인 1천900명으로 업무를 시작한 상태다.
중수청 배치표를 보면 본청 국장급 8자리 가운데 감찰관을 제외한 7자리는 채워졌지만, 과장급 24자리 중 16자리는 공석이다.
인사정책기획관과 수사정보관 산하 담당관 2명씩 총 4자리는 모두 채우지 못했다.
서울중수청도 6개 수사국 산하 25개과 중 과장석 11자리가 공석이다.
중수청은 경력 경쟁 채용 및 공소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추가 특례임용 등을 하는 방식으로 지속해서 인력을 충원해갈 계획이다.
중수청은 조직을 안착시키기 위해 부서별 준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건 처리와 조직 운영 등에 관해 자체 매뉴얼을 제작 중이다.
디지털 포렌식의 경우 공소청이 이관한 장비와 복구 및 프로그램을 확보한 상태다.
중수청은 공소청과 협의해 추가로 장비 등을 이관받을 계획이며 인력 확충 등을 통해 디지털포렌식 수사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중수청 관계자는 "개청 초기 비상 상황이라고 인지하는만큼 여러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사전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금융권을 강타한 인공지능(AI) 해킹 사태가 중수청이 수사 역량을 쏟아붓는 '1호 사건'이 될지도 주목된다.
서울중수청은 금융권 해킹 사고가 중대 범죄에 해당하는지, 경찰 등에 이첩 요구를 통보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아직 해당 사건을 중수청에 이첩하거나 통보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수청은 이번 AI 해킹사건이 관련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사이버범죄는 중수청 수사 대상인 6대 중대 범죄에 포함된다.
다만 중수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중수청법)은 사이버범죄 가운데 국가핵심기반 공격에 해당하는 범죄만 중수청이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앞서 경찰은 피해 금융기관 자체는 국가핵심기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침해받은 시스템이 전자금융기반시설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마약이나 보이스피싱 등 민생과 밀접한 범죄가 첫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존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정부합동수사단과 과거 수원지검 마약합동수사본부에 있던 인력 상당수가 각각 서울 중수청과 수원 중수청 등으로 이동해 기존 수사 상황을 토대로 사건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과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에 이어 내란 사건의 후속 수사를 맡을 운영 체제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수청 내에 내란 특별수사본부 형태의 수사기구가 설치될지도 관심사다.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도 지난 8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내란 범죄를 척결하고 국가 기강을 흔드는 행위에 대해 좌시하지 않고 엄격히 바로잡아 기강을 확립하겠다"며 내란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jung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