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앞 은행나무 쉼터서 결혼식…김혜경 여사, 축하 난 선물
내달 8일까지 총 28쌍 백년가약 맺어…내년에는 봄·가을 총 80회 진행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김치를 저보다 잘 먹고, 한국말로 저를 이기기도 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합니다."
2일 오후 서울 경복궁 인근 국립고궁박물관 앞 은행나무 쉼터. 턱시도를 차려입은 신랑이 말하자 신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금발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새 신부는 "당신을 만난 날은 특별한 날"이라며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이 있었지만, 동시에 가장 큰 축복도 찾아왔다"고 말했다.
한국과 에스토니아에서 자란 두 사람이 약 7천㎞ 거리와 문화를 뛰어넘어 부부로서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넉넉한 품의 은행나무는 결혼식의 '증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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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가을이면 노란빛으로 물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가을 명소'로 떠오른 국립고궁박물관 앞 은행나무 쉼터가 결혼식장으로 바뀌었다.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결혼식을 올린 첫 주인공은 에스토니아 출신 마이다.
약 22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그는 3년째 한국에서 살며 유튜브 '김치귀신 마이'(Kimchi Ghost Mai) 계정을 통해 한복과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려왔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최초로 미스 춘향에 선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앞 은행나무 일대에 마련된 결혼식장에 이재명 대통령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가 보낸 축하 난이 놓여 있다. 2026.10.2 yes@yna.co.kr
고궁의 정취가 느껴지는 이날 결혼식은 신랑과 신부 어머니가 은행나무 아래로 걸어오며 시작됐다. 붉은색과 푸른색 치마를 입은 두 어머니는 손을 꼭 잡고 웃었다.
양가 어머니가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며 촛불을 켜는 화촉 점화는 함께 난에 물을 주는 예식으로 바뀌었다. 두 집안이 한 뿌리가 된다는 뜻을 담았다.
궁궐 권역 안에서는 촛불을 직접 켜기 어려워 떠올린 아이디어라고 한다.
두 가족이 하나 되는 의미를 담은 축하 난은 이재명 대통령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가 부부를 만나 직접 선물한 것이다.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허민 국가유산청장, 결혼식을 올린 에스토니아 출신 유튜버 마이 부부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여사는 과거 한복 관련 행사에서 마이를 만난 인연이 있다. 김 여사는 "아름다운 문화유산 공간에서 두 분의 새로운 출발을 함께 축하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전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축사를 통해 "사람의 마음에는 국경이 없다. 두 사람이 가족이 되어 세상에 하나뿐인 두 사람만의 문화를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바랐다.
타넬 셉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는 "두 사람의 결혼으로 에스토니아에는 한국 팬이, 한국에는 에스토니아 팬이 생겼다"며 "모두 '윈윈윈(win-win-win)"이라고 말했다.
경복궁과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도 부부의 새 출발을 축하하며 큰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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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방인인 제가 다른 사람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진짜 가족이 됐다고 느껴져요. 제 가족을 소개하는 마음을 더 아낄게요." (마이)
이날 마이 부부를 시작으로 다음 달 8일까지 총 28쌍이 야외 결혼식을 올린다.
영국·프랑스·베트남·카자흐스탄 출신의 외국인이 국제결혼을 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군인, 경찰, 소방공무원 등도 결혼식을 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봄·가을에 총 80쌍이 은행나무 아래에서 백년가약을 맺는다.
박물관 관계자는 "단청으로 새롭게 단장한 별관을 하객 피로연장 공간으로 무료 제공하고, 일반 관람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현장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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