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0여m 길이 추정 향유고래…구명보트 타고 떠돌다가 살아나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 남태평양에서 향유고래 무리와 충돌한 요트 '타이 탐'호가 침수된 모습. [뉴질랜드군 제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호주·뉴질랜드 인근 남태평양에서 요트가 향유고래 무리와 충돌, 침몰하면서 배에 탄 4명이 17시간 동안 바다에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1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뉴질랜드 매체 1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12시 30분께 호주 노퍽섬에서 북쪽으로 약 460㎞ 떨어진 해상에서 16m 길이의 호주 요트 '타이 탐'호가 향유고래와 충돌했다.
요트에 탄 호주인 제마 쿠퍼는 영국 BBC 방송에 "'쿵'하는 소리가 나서 뭔가에 부딪혔다는 걸 알았다"면서 "충격 때문에 배의 좌현으로 내동댕이쳐졌다"고 말했다.
이어 "6마리 정도(의 향유고래)가 있었다. 그중 한두 마리는 정말 거대해서 배만큼이나 길었다"고 전했다.
동승한 제마의 남편 제러미 쿠퍼는 "우현 쪽 조타 장치가 모두 박살 났고, 물이 상당히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쿠퍼 부부 등 탑승자 4명은 손에 잡히는 모든 도구를 써서 배 안으로 쏟아지는 물을 퍼내며 배를 고치기 위해 약 30분간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결국 위성조난신호기(EPIRB)를 작동시켜 "배가 고래와 충돌한 뒤 침수되고 있다"며 구조 요청을 보낸 뒤 구명보트로 갈아탔다.
제러미는 "상황을 수습하기 어렵다는 게 분명했고 뉴질랜드에서 북쪽으로 500해리(약 926㎞) 떨어진 위치라는 점을 고려해 구조 요청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구조 요청을 전달받은 뉴질랜드 공군은 P-8A 포세이돈 대잠초계기를 현지로 보냈으며, 연락을 받은 인근 선박들도 현장으로 향했다.
다음 날 오전 6시께 가장 먼저 도착한 컨테이너선이 구명보트를 발견, 약 17시간 동안 바다를 표류하던 4명은 무사히 구조됐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 남태평양에서 향유고래 무리와 충돌한 요트 '타이 탐'호가 침몰한 뒤 구명보트를 타고 표류하던 탑승자 4명이 컨테이너선에 구조되는 모습. [뉴질랜드군 제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제마는 "(화물선으로 옮겨 타는) 사다리의 가장 아래 발판을 확실하게 밟고 올라서려고 신경을 집중했다"면서 "마지막 탑승자가 배에 올라타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눈물이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요트의 구조 요청을 접수한 뉴질랜드 해상안전청의 마이크 클룰로는 "그들(배 탑승자들)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으며, 특히 EPIRB를 신속하게 작동시킨 것이 안전하게 구조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바다로 나갈 때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고 밝혔다.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