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원서 원 판정 일부 취소했지만…환송중재서 다시 패소 판정
韓정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개입·엘리엇 손해 인과관계 인정돼
엘리엇 "이제 판정 수용해야"…정부 "판정문 분석해 후속 조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정회인 기자 =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에 패소했던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을 뒤집기 위해 기존 중재판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받아냈으나 환송중재에서 재차 패소했다.
법무부는 엘리엇 ISDS 사건의 환송중재 판정부가 지난달 30일 오후 7시께(한국시간) 한국 정부의 패소 판정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판정문에 따르면 정부가 엘리엇에 지급해야 할 배상원리금, 소송 비용에서 엘리엇이 정부에 지급해야 할 소송 비용을 상계하면 약 1억1천300만달러로, 선고일 기준 환율(1,355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천530억원이다.
원 중재판정부와 동일한 3명의 중재인으로 구성된 환송중재 판정부는 2015년 당시 한국 정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찬성하도록 개입한 행위와 엘리엇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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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엘리엇이 201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ISDS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재판정부는 2023년 6월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해 엘리엇에 배상금과 지연이자 등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한미 FTA상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조치가 아닌 만큼 중재판정부에 관할권이 없다며 같은 해 7월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2024년 8월 정부의 소송을 각하했지만, 이듬해 7월 영국 항소법원은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사건을 1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환송된 1심 법원은 올해 2월 국민연금을 국가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정부 측 주장을 받아들여 원 중재판정을 일부 취소했다.
2023년 판정 이후 약 2년 8개월간 이어온 취소소송에서 정부가 승소한 것이다.
법원은 당시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한 행위 자체는 한미 FTA상 관련성 있는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 같은 정부의 개입과 엘리엇의 손해 사이 인과관계 등을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중재판정부로 돌려보냈다.
정부와 엘리엇 모두 이에 항소하지 않으면서 원 중재를 맡았던 판정부가 다시 사건을 심리했으나, 판정부는 정부의 개입과 엘리엇의 손해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해 다시 정부 패소로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취소소송 승소로 원 중재판정 일부를 무효화했던 정부는 7개월 만에 다시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엘리엇 측은 이번 판정에 대해 "한국 정부가 실질적 근거도 신빙성도 없이 지연을 위해 원 중재판정에 불복하는 바람에 납세자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만 약 1천890만달러가 늘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엘리엇은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의 위법한 개입이 없었다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이번 판정을 환영하며 정부가 이제 판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엘리엇은 또 "이번 사안을 매듭지음으로써 한국 자본시장이 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려 왔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재벌 비호의 한 시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는 이번 판정에 대해 "관계부처,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 등과 함께 본건 판정문을 면밀하게 분석해 필요한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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