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푸바오·늑구에 부캉이까지…이유 있는 '동물 팬덤'

보호 본능 자극·서사·SNS로 형성돼…힐링 콘텐츠 역할 톡톡

생명 존중·조건 없는 애정…사회에 온기 전하는 동력 되기를

길 잃은 상어 '부캉이' 구경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20일 부산 동구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출몰한 상어를 시민들이 카메라로 담고 있다. 지난 18일에 이곳에서 처음 발견된 상어는 친수공원 수로를 맴돌면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상어 출몰로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안내 문자까지 보냈지만 주말을 맞아 상어를 직접 보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북항 친수공원은 북새통을 이뤘다. 2026.9.20 handbrother@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추석 연휴에는 차례를 지내고 성묘하러 다니며 가족·친지 모임에 참석하느라 마냥 바쁘게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추석 연휴 나흘 동안 부산역 인근의 한 항구에는 46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길이 3m가량의 상어 '부캉이'를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다.

지난 18일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 나타나 열흘 넘게 머물고 있는 부캉이가 물 위로 떠올라 유영할 때마다 모여든 사람들은 환호와 탄성을 보냈다. 부산해양경찰서는 친수공원 인공수로에 경비정을 수 차례 보내 부캉이를 바다로 유도하려 했지만, 부캉이는 인공수로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에버랜드, '판다보전 연구 10주년' 아기 판다 새 생명 탄생
(서울=연합뉴스) 에버랜드는 엄마 판다 아이바오와 아빠 러바오 사이에서 지난 3일 암컷 아기 판다 1마리가 건강하게 태어났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아기 판다와 엄마 아이바오. 2026.6.10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부캉이처럼 특정 동물이 연예인이나 아이돌 못지않은 관심과 애정을 받은 경우는 더 있다. 푸바오와 늑구가 '동물 팬덤'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다.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1천500만을 넘어설 정도로 동물에 대한 관심과 정서적 유대감이 높아진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더 많은 이유가 작동하고 있다.

브리핑하는 대전도시공사 사장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정국영 대전도시공사 사장이 4일 대전 중구 대전 오월드에서 늑대 사파리를 비롯한 오월드 시설 개선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2026.6.4 walden@yna.co.kr

이처럼 사람들이 동물에게 쉽게 매료되고 강력한 감정을 이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인간의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악어나 표범과 같은 동물과 달리 인간이 아기에게서 느끼는 것과 비슷한 귀여움과 무해함을 지닌다. 푸바오는 큰 눈과 짧은 팔다리 등 친근한 외모와 함께 뒤뚱거리며 걷는 움직임이 보는 사람들에게 돌보고 싶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동물원을 탈출한 늑구나 바다에서 인공수로로 찾아든 부캉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 동물은 인간처럼 복잡한 관계나 사회적 지위를 갖지 않기 때문에 '순수한 존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인간처럼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높낮이를 가늠할 필요도 없이 위험에서 보호해주고 소중한 생명으로 존중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한다.

서사가 더해지며 관심이 더 높아진 측면도 있다. 푸바오는 사육사와의 끈끈한 정과 성장 스토리가 하나의 드라마가 되기도 했고, 늑구에게는 자유를 찾아 탈출하는 늑대라는 이야기가 붙었다. 부캉이가 쉽게 인공수로를 떠나지 않자 그간의 서식 환경에 대한 의구심까지 일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진보당 손솔 의원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동물권 단체들과 함께 '동물의 비물건화' 등 민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6.7.16 scoop@yna.co.kr

팍팍한 세상살이에서 '힐링 콘텐츠' 역할도 해주고 있다. 동물 콘텐츠는 인간관계와 달리 갈등과 평가의 부담 없이 소비할 수 있는 정서적 콘텐츠라는 장점이 있다. 푸바오는 코로나19로 고립과 불안에 지친 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탈출한 늑구가 생명을 잃지 않고 돌아왔을 때 많은 이들이 안도했다.

이러한 팬덤 현상은 일상을 파고든 반려동물 문화가 소셜미디어(SNS)와 결합해 빠르게 형성된 측면이 있다. 갑자기 관심의 대상이 된 동물의 일상이 신속하게 공유되고, 대중이 여기게 인격과 서사를 부여하며 동물이 '스타'가 되는 고리가 잘 작동했기 때문이다.

바다로 되돌려 보내려해도 떠나지 않는 부캉이가 안전하게 자연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동물 팬덤은 결국 타자의 생명을 존중하고 조건 없는 애정을 전하는 인간성의 표현으로 보인다. 동물에 대한 따듯한 관심과 정서적 연대가 경쟁에 지친 우리 사회에 조금 더 온기를 불어넣는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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