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녹색전환] ①전력난 속 태양광·전기차 채비…中·UAE 공세

중동 전쟁에 '화석연료→재생에너지' 전환 가속…에너지 안보도 고려

中, 태양광·배터리·전기차 공급망 장악…UAE, 10년간 230조 투자 발표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서 태양광 패널을 판매하는 상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글로벌 에너지 전환기에 아프리카는 더 이상 변방에 머물지 않고 녹색 전환에 힘찬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사태 와중에 아프리카는 대륙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실현해가는 한편 배터리 소재 등 핵심 광물 개발을 둘러싼 자원 주권의 목소리도 높이고 있습니다. 이에 연합뉴스는 이런 변화를 4편의 기사로 짚어봅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대규모 토목 공사와 자원 개발에 이어 태양광 발전과 전기차로 대변되는 녹색 산업에서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 아랍에미리트(UAE)도 석유자본을 동원해 아프리카 재생에너지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미국·중국 등 강대국 틈에서 중견국 외교를 펼치고 있다.

아프리카는 청정에너지 잠재력을 보유한 기후 테크 최대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포린어페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2월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주요 에너지 수출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아프리카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속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원유 가격이 폭등하자 수입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 활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올해 이란전쟁으로 에너지 부문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재생에너지를 통해 값싼 전력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중국식 모델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를 달리는 전기 버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전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주민 6억명가량의 집에 전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실정이다. 이는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하는 전 세계 인구의 약 80%에 해당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인프라 구축에 큰 비용이 드는 전력 공급망에서 벗어난 시골에 사는 주민들이다.

하지만 최근 15년 새 재생에너지 가격이 크게 내려가면서 아프리카의 에너지 전환도 속도를 내고 있다.

태양광 발전 비용은 2010년 이후 약 90%, 배터리 가격은 93% 각각 내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태양광 발전시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또 발전소와 송·배전 시설을 설치해 시골 지역에 전기를 연결하는 데 수년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지붕에 설치하는 태양광 발전과 배터리는 수개월 만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처럼 서방과 달리 아프리카의 에너지 전환은 단지 기후변화 대응만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전력난과 높은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에서 벗어나 주민 생활과 산업화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제·안보 전략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에는 태양광, 풍력, 지열 등의 재생에너지원도 풍부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세계 최고 수준급 태양광 자원의 60%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육상 풍력 자원만으로도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김홍석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나사무소장은 최근 한·아프리카 재단의 주요이슈 브리핑에 실린 '아프리카의 기후테크 현황 및 기업 진출방안' 기고문에서 "아프리카는 현재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폭염, 농업 피해 등 가장 가혹한 생존 위기를 겪는 대륙인 동시에 역설적으로 태양광, 풍열, 지열 등 막대한 청정에너지 잠재력을 보유한 기후테크 최대 블루오션"이라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이어 "특히 기존 전력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노후화돼 있는 아프리카의 취약성은 오히려 복잡한 규제나 대규모 유선 전력망을 거치지 않고 분산형 스마트그리드, 에너지저장장치(ESS) 기반 마이크로 그리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스마트팜 기술을 곧바로 이식할 수 있는 최적의 기술 도약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받기 위해 태양광 발전을 늘리고 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는 사업체의 약 3분의 2가 정전에 대비해 디젤 발전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건물 지붕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곳도 늘고 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영업용 전기 오토바이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친(親) 화석연료 기조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재생에너지를 외면하는 가운데 중국은 자국이 경쟁력을 가진 태양광·배터리·전기차·전력망 기술로 아프리카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리튬·코발트·니켈 등 핵심광물 가공에서부터 태양광 패널·배터리·전기차·풍력터빈 등 녹색산업 제조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으로 이미 아프리카의 최대 인프라 투자 국가 가운데 하나로 올라섰다.

국제통화기금(IMF) 분석 결과 중국은 2000∼2023년 아프리카 정부와 국영 기업 등에 1천820억달러(약 248조6천500억원)의 차관을 제공했다.

이 차관의 상당 부분이 에너지와 운송, 광산, 통신 인프라 건설에 투입됐다.

중국 은행과 기업이 참여한 우간다의 카루마수력발전소, 잠비아의 카푸에협곡 하류 수력발전 사업 등 에너지 인프라 건설은 일대일로 가운데서도 핵심 영역에 속한다.

중국 업체들은 이집트에서 태양광 발전소, 동아프리카에서 송전선, 앙골라에서 수력발전 시설, 나이지리아에서 전철을 각각 건설 중이거나 지원했다.

특히 전기차와 전기 오토바이 보급에서는 동아프리카 국가들이 다른 아프리카 국가보다 앞서고 있다.

중국에서 만든 전기차와 중국 부품을 아프리카에서 조립한 전기 오토바이가 저렴한 가격으로 아프리카 시장에 대량 공급되면서 기존 휘발유와 디젤 차량을 대체하고 있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전기차 판매 세계 1위에 오른 중국이 이란전쟁 이후 아프리카 전기차 시장에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남아공 행사에 전시된 BYD 전기자동차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수력 발전으로 전력의 약 90%를 생산하는 에티오피아는 이미 2024년 내연기관차 수입을 금지했다.

이에 힘입어 누적 11만5천 대 이상의 각종 전기차가 에티오피아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르완다는 지난해 1월 수도 키갈리에서 내연기관 차량의 신규 등록을 금지한 이후 전기차 판매가 전년보다 28% 늘었다.

케냐의 윌리엄 루토 대통령은 10만대의 전기차 수입에 대해 수입 관세를 면제하겠다고 지난 5월 발표했다.

IEA에 따르면 전기차 비중은 아직 낮은 편이지만, 아프리카의 신규 전기차 판매량은 2023년 4천대에서 지난해 2만5천대로 급증하는 등 보급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팔린 전기차의 35%는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제품이었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UAE는 페트로달러(석유자본) 자금력을 앞세운 자본·자원 투자로 아프리카 녹색 전환의 신흥 투자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은 석유 중심인 자국 경제의 미래에 대비해 산업·무역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아프리카의 자원과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UAE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 등에 필수적인 핵심광물 확보를 위해 콩고민주공화국과 기니 등의 광산 채굴권을 확보했다.

아부다비 알나흐얀 왕가의 투자회사인 '인터내셔널 홀딩 코'(IHC)는 민주콩고 광산 개발을 통해 전 세계 주석 공급량의 7%를 장악하고 있다.

2016년 설립된 UAE 재생에너지 기업 아메아파워는 부르키나파소, 지부티, 이집트, 코트디부아르, 모로코, 토고, 튀니지 등 아프리카를 포함해 20개국 이상에서 2.6GW(기가와트) 이상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운영하거나 건설하고 있다.

FT는 "UAE가 2017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10년간 아프리카에 1천680억달러(약 230조5천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며 "다만 이는 때로는 실현 가능한 결과라기보다는 의향서에 가까운 경우도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한국 기업들도 아프리카의 청정에너지 전환과 전기차 밸류 체인 개발 등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8일 아프리카개발은행(AfDB)과 '아프리카의 산업화와 교통 인프라 구축, 청정에너지 전환 등 바람직한 미래 성장을 위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주요 협력 분야는 그린수소를 포함한 재생에너지 기반의 청정에너지 전환, 아프리카 전역에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설루션 구축, 도로·철도·항만 등 교통·물류 인프라 개발, 핵심광물 자원을 활용한 전기차 밸류 체인 개발, 산업화·제조 역량 강화, 아프리카 내 미래 모빌리티·에너지 산업 발전을 위한 인재 양성 등 6개 영역이다.

한국 기후테크 기업들도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 탄소시장 규제 관련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구축한 서아프리카 가나와 동아프리카 케냐를 양대 거점으로 삼아 시장 진출을 집중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김홍석 소장은 전했다.

sungjinpark@yna.co.kr

조회 116 스크랩 0 공유 0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