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재의 새록새록] "전어 몰려들자 며느리보다 먼저 찾아온 것은"

가마우지·갈매기 사냥 솜씨 선보여…경포호서 펼쳐진 '새들의 연회'

경포호수로 들어온 전어떼
[촬영 유형재]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떼가 몰려들자 며느리보다 먼저 찾아온 것이 있다.

강원 강릉시 경포호에 요즘 전어떼가 대거 유입되면서 이들을 노리는 새들의 열띤 사냥 모습이 때아닌 볼거리가 되고 있다.

최근 경포호 상류 부근의 수면 아래로 은빛 전어가 떼를 지어 헤엄치는 모습이 연일 목격되고 있다.

보통 가을철에 영양분을 섭취하고 산란 및 이동을 위해 연안 가까이 밀려드는 전어떼가 먹이활동 등을 위해 호수 안쪽으로 대거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전어 사냥 나선 가마우지와 놀라서 물 밖으로 튀어 오르는 전어떼
[촬영 유형재]

석호 특유의 풍부한 염분과 영양염류가 전어떼를 유인하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전어가 호수로 대량 들어오자 전어를 사냥하려는 민물가마우지, 갈매기, 백로 등의 새가 모여들었다.

현장에서는 각양각색의 새들의 사냥 기술이 펼쳐지고 있다.

물속 깊이 자맥질하는 민물가마우지는 전어 무리 아래로 잠수해 들어간 뒤 한가운데로 솟아오르며 연신 전어를 낚아채 꿀꺽 삼키고 있다.

물속에서 가마우지 사냥에 놀라 물 밖으로 튀어 오르는 전어들
[촬영 유형재]
물속에서 가마우지 사냥에 놀라 물 밖으로 튀어 오르는 전어들
[촬영 유형재]

가마우지가 전어 무리 밑으로 들어가면 놀란 전어떼가 물 밖으로 튀어 오르는 등 한바탕 소동이 빚어진다.

가마우지는 전어 크기가 대부분 20㎝ 미만이어서 물속에서 쉽게 삼킨 뒤 유유히 물 밖으로 나온다.

2∼3마리의 가마우지가 이곳을 떠나지 않고 전용 사냥터처럼 연신 사냥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가마우지에 놀란 전어떼가 동시에 솟구치듯 물 밖으로 튀어 오르는 모습은 산책 나온 주민들에게 신기한 볼거리가 되고 있다.

가로등 위에서 먹잇감 포착한 뒤 사냥하는 갈매기
[촬영 유형재. 독자 제공]

충분히 전어 사냥을 한 뒤에는 호수 안쪽으로 사라지고 다른 가마우지가 교대하듯 나타난다.

전어떼가 모이는 부근의 가로등 위는 갈매기 전용석이다.

갈매기는 이곳에서 전어떼의 움직임을 살피다가 수면 가까이 올라온 전어를 발견하면 쏜살같이 내리꽂으며 먹잇감을 낚아챈다.

공중을 수면 가까이 내려와 스치듯 날며 전어를 사냥하기도 한다.

반면 얕은 물가에 있던 백로는 긴 다리와 목을 이용해 고요히 기다리다 찰나의 순간에 빈틈을 노린다.

전어 사냥에 성공한 백로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산책로를 지나는 사람들 살피랴, 먹잇감 찾느라 바쁘지만, 사냥감을 포착한 뒤에는 순식간에 목을 길게 쭉 빼고 전어를 낚아채는 '기다림 미학' 전략은 성공을 보장했다.

주민 황모(56)씨는 "호숫가 가까이서 엄청 많은 전어떼와 이를 사냥하는 가마우지의 모습은 자연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전어떼가 며칠째 경포호 산책로 가까이에 모습을 보이면서 새들의 사냥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가을철 석호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먹이사슬 현상은 당분간 수온이 더 낮아지기 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전어 사냥하는 백로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포호의 전어떼
[촬영 유형재]

yoo21@yna.co.kr

조회 234 스크랩 0 공유 1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