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주차·주행보조가 초보 운전자에게 준 자신감
4.9m 차체에도 경차처럼 편안한 안정감
누구에게나 100% 만족을 주는 '만능카'는 없다. 대신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는 '마이카'는 분명 존재한다. 머니투데이 자동차팀은 연기에서 역할에 깊이 몰입하는 '메소드'처럼 각기 다른 소비자의 삶에 자신을 대입해 차를 직접 경험해보는 시승기를 연재한다. 각기 다른 시선에서 느낀 장단점을 가감 없이 전해 독자들이 '나에게 맞는 차'를 찾을 수 있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20대 사회 초년생로서 이것저것 말못할 고민들이 많아질 시기. 혼자 생각을 정리할 공간이 필요할 때가 있었다. 필랑트를 타고 난 뒤에는 굳이 집 안에서 조용한 장소를 찾지 않았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운전석을 뒤로 끝까지 당기고 몸을 깊숙이 기대면 그곳이 곧 나만의 방이 됐다.
필랑트의 차체는 전장 4915㎜, 전폭 1890㎜에 달한다. 면허를 딴 지 얼마 되지 않은 운전자에게는 처음부터 부담스러운 크기다. 세단처럼 낮고 길게 뻗은 실루엣에 SUV(다목적스포츠차량)의 높은 차체를 결합한 디자인은 주차장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문을 열고 차에 타는 순간부터 필랑트는 운전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건넸다. 차를 타고 내릴 때 켜지는 에스코트 라이트는 마치 차량이 나를 알아보고 맞이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반짝이는 차체와 유려한 루프라인, 쿠페를 연상시키는 후면부까지 더해져 오며 가며 한 번씩 돌아보게 되는 차였다.
실내는 이동 공간보다 라운지에 가까웠다. 헤드레스트와 시트가 하나로 이어진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시트는 몸을 부드럽게 감쌌고, 대시보드와 도어를 가로지르는 앰비언트 라이트는 차 안을 세련된 휴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세 개의 12.3인치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openR 파노라마 스크린도 실내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큰 차체는 운전대를 잡기 전까지 가장 큰 걱정이었다. 그러나 도로에 나서자 불안은 빠르게 줄었다. 조향 반응은 예측하기 쉬웠고 시야도 넓었다. 큰 차를 모는 부담보다 차가 운전자를 안정적으로 감싸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마치 경차를 운전하듯 차체를 편안하게 다룰 수 있었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초보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줬다. 고속도로에서는 차로 중앙을 안정적으로 유지했고, 도심에서는 360도 어라운드 뷰가 주변 상황을 세밀하게 보여줬다. 자동주차 기능은 주차 공간을 인식한 뒤 스스로 조향하며 차를 세웠다. 내가 직접 주차할 때보다 더 안정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서울에서 파주까지 왕복했지만 운전으로 인한 피로감은 크지 않았다. 공인 복합연비는 15.1㎞/ℓ다. 그러나 필랑트에서 가장 크게 체감한 장점은 연비나 출력만이 아니었다. 차에 타는 순간 긴장이 풀리고, 운전이 끝난 뒤에도 잠시 더 머물고 싶어지는 감각이었다.
일주일 동안 필랑트를 타며 제 2의 집을 메고 다니는 기분을 느꼈다. 혼자 있고 싶은 날에는 차 안에서 생각을 정리했고, 멀리 떠나고 싶은 날에는 그대로 도로 위에 올랐다. 필랑트는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차를 넘어, 어디서든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