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 이어 상하이서 휴머노이드 격투 경기…돌려차기 등 현란한 기술
허공에 공격하고 타격 없이 '털썩'하기도…완성도는 아직 숙제

(상하이=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19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의 한 체육관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격투 경기. 로봇의 돌려차기 공격에 금색 로봇의 등에서 불꽃과 연기가 발생했다. 2026.09.20 bscha@yna.co.kr (끝)
(상하이=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인간 선수의 피와 땀 대신 휴머노이드의 파편과 불꽃이 격투 경기장을 채우고 관중들이 이를 보며 환호하는 장면에 익숙해지는 날이 올까.
중국 상하이 바오산구의 한 체육관에서는 19일(현지시간) 휴머노이드를 이용한 엔터테인먼트·스포츠의 사업화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도가 이뤄졌다.
지난 7월 광둥성 선전에서 주최 측이 '세계 최초 상업화 휴머노이드 자유격투 리그'라고 내세운 URKL이 열린 이후, 이번에는 상하이에서 'URKL 도시순회 챌린지 경기'가 개최됐다.
입장권이 사실상 무료(0.01위안)였던 선전 경기와 달리 상하이 경기 좌석은 온라인 할인가 68∼198위안(약 1만4천∼4만1천원)에 판매됐는데, 기자가 찾은 오후 경기에서는 3천∼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체육관 좌석 상당 부분이 관중으로 찼다.
UFC에 어울릴 것 같은 '옥타곤 케이지'에는 인간 선수 대신 로봇 2대가 올라왔다.
중국 로봇제조사 엔진AI(중칭로봇)이 만든 휴머노이드 모델 'T800'으로 훈련한 '백색 독수리'(白色雄鷹)와 '금색 번갯불'(金色閃光)이 주인공이었다.

(상하이=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19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의 한 체육관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격투 경기. 금색 로봇이 머리가 분리된 뒤 쓰러졌다. 2026.09.20 bscha@yna.co.kr (끝)
장내 아나운서와 중계진은 실제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듯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링에 오르기 전 로봇이 인간 댄서와 함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경기는 5분 5라운드로, 라운드별로 타격 점수가 높은 쪽이 해당 라운드를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로봇은 돌려차기를 비롯해 니킥·앞차기·옆차기 등 다양한 발기술은 물론 주먹 기술과 방어 자세 등을 선보였다.
로봇들이 힘껏 치고받으면서 둔탁한 타격음이 울렸고, 몸체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 날렸다.
특히 경기 도중 백색 독수리가 회전 돌려차기 기술로 뒤돌아 서 있는 금색 번갯불을 타격하자, 금색 번갯불의 등 쪽에서 불꽃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후 금색 번갯불이 돌려차기 기술을 선보이는 과정에서 머리가 몸체에서 분리되면서 그대로 쓰러지자 심판은 인간 선수가 KO 됐을 때처럼 로봇을 향해 카운트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19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의 한 체육관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격투 경기에서 로봇들이 공격을 주고받고 있다. 2026.09.20 bscha@yna.co.kr (끝)
이날 경기에서는 여러 차례 '다운'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공격에 성공한 로봇이 댄스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다운된 로봇이 아예 일어나지 못하면 사람들이 팔다리를 들고 옥타곤 밖으로 옮겼고, 대신 곧바로 동일한 외양을 한 다른 로봇이 올라와 경기를 이어가는 장면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다만 로봇이 허공에 발차기하거나 맥락 없이 춤을 추다가가 공격당하는 장면, 상대와의 접촉 없이 쓰러진 뒤 일어나지 못한 장면 등에서는 관람객들의 실소도 나왔다.
라운드 사이 휴식시간에 인간 선수라면 숨을 몰아쉬며 작전 회의를 하겠지만, 로봇들은 멈춰 서 있거나 춤을 추며 분위기를 띄웠다.
경기는 라운드스코어 3대 2로 백색 독수리의 승리로 끝났고, 천장에서는 금빛 가루가 흩날리며 승리를 장식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19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의 한 체육관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격투 경기에서 쓰러진 상대를 앞에 두고 로봇이 춤을 추고 있다. 2026.09.20 bscha@yna.co.kr (끝)
이날 경기에서 로봇이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움직였는지와 관련, 주최 측은 "수천 명이 모인 현장에서 로봇이 '완전 자율적인'(全自主) 게임 능력을 계속 선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로봇이 자율적으로 길을 찾아 무대에 등장하고 옥타곤에 들어갔다"며 "시합 중 상대의 위치를 식별하고 동작을 예상하며, 자신과 상대의 상태를 종합해 자율적으로 최적의 동작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장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찾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다수였다.
한 관람객은 "자녀가 선전에서 열렸던 경기 영상을 보고 오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고, 다른 관람객도 "인터넷에서 선전 경기 영상을 보고 온라인으로 예매했다. 6살 자녀와 함께 왔다. 타격이 실감 나고 대단하다"고 말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19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의 한 체육관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격투 경기에서 쓰러진 로봇을 사람들이 케이지 밖으로 옮기고 있다. 2026.09.20 bscha@yna.co.kr (끝)
주최 측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을 겨냥해 체육관 곳곳에서 체험 행사도 마련했다. 관람객들은 대형 로봇 조형물이나 실물 로봇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고, 로봇과 바둑·장기도 뒀다.
주최 측은 이날 오후 7시에 열린 저녁 경기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중계했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에서는 생중계 시간 조회수가 110만회를 넘겼고, 위챗 등 다른 플랫폼에도 인원이 몰렸다.
저녁 경기에서는 마지막 라운드 때 검은색 로봇 한 대가 더 들어와 3대가 동시에 맞붙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주최 측은 향후 베이징과 허난성 정저우 등에서 순회 경기를 이어갈 예정이고, 태국에서도 행사를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하이=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19일(현지시간) 휴머노이드 격투 경기가 열린 중국 상하이의 한 체육관 앞. 관람객들이 대형 로봇 조형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6.09.20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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