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접한 책과 기사의 소식을 읽어내려가며, 마음 한구석이 깊게 무거워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커다란 위로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가 138만 명, 수면장애 환자가 128만 명을 넘어섰다는 통계 수치는 참 충격적입니다. 두 질환을 겪는 사람만 합쳐도 260만 명이 넘는 셈인데, 이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마음에 짙은 그늘을 안고 살아간다면, 이건 더 이상 개인의 '의지 부족'이나 '약한 마음'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네가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아서 그래", "남들도 다 힘들게 살아"라는 식의 차가운 말을 쉽게 던지곤 했습니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정신과 진료 사실이 알려지면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숨기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홀로 속으로 눈물을 삼키는 사이, 정작 제때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더 깊은 고립 속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정신질환은 '개인의 결함'이 아닌 '환경의 경고 신호'
책에서 제시한 시각 중 가장 가슴을 울렸던 대목은, 정신적인 증상을 개인의 약함이나 결함이 아니라 "당신이 속한 환경에 무언가 심각한 문제가 생겼음을 알려주는 우리 몸의 자가 경고 신호"로 바라본다는 점이었습니다.
몸에 과부하가 걸리면 과열되어 정전이 되듯, 마음의 병 역시 개인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감당하기 힘든 사회적·환경적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생체적 반응'일 수 있습니다. 문제의 원인을 오롯이 개인의 약함으로만 돌리는 순간, 진짜 해결해야 할 사회적 환경과 시스템의 문제는 은폐되어 버립니다.
마음이 아파 고통받고 계신 분들에게 가장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절대 당신이 약하거나 잘못돼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누구나 감기에 걸리듯 마음에도 감기가 올 수 있고, 과부하가 걸린 환경 속에서 버티다 보면 잠시 멈춰 서서 쉬어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이들이 "남들은 다 잘 버티는데 나만 왜 이럴까" 하며 스스로에게 채찍을 휘두르고, 힘든 상태를 숨기느라 더 큰 에너지를 쏟아붓고는 합니다.
이 수치들은 결코 개인의 패배를 의미하는 숫자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과열되어 있는지, 서로에게 얼마나 따뜻한 온기가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가슴 아픈 경고등입니다.
힘든 마음을 숨기지 않고 털어놓아도 안전한 사회, "요즘 조금 힘들어"라고 말했을 때 비난 대신 따뜻한 손을 잡아주는 이웃과 일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밤, 마음의 무게로 잠 못 이루는 모든 분들이 "오늘 하루도 버텨내느라 정말 애썼다"고 스스로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