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불꽃놀이. 돗자리 가격 제시받음.”
4일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 ‘불꽃축제’를 검색하자, 불꽃축제를 관람하기 좋은 ‘돗자리 명당’을 판매한다는 글이 여럿 올라와 있었다. 가격은 수십만원에서 ‘제시받음’까지 적혔다. 한 판매자는 “기본 20만(원)”이라고 조건 붙인 판매 글을 올리며 “성인 두명이 대(大)자로 누울 수 있다. 시야 가리는 요소가 아예 없다. 노숙하며 지키고 있다”고 적었다.
해마다 100만 인파가 몰리는 서울세계불꽃축제를 하루 앞둔 가운데, 불꽃쇼가 잘 보이는 ‘명당’을 고가에 판매하는 양상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오로지 거래를 목적으로 좋은 자리를 선점해 버린 돗자리들 탓에 행사를 주최하는 한화와 서울시도 골머리를 앓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상태다. 올해 불꽃축제는 4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5일 저녁 영국·미국·한국팀 순서로 본격적인 불꽃 쇼가 펼쳐진다.
실제 4일 정오께 찾은 마포대교, 원효대교 남쪽 한강공원 잔디밭은 자리를 미리 맡아 둔 돗자리로 빼곡했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는 곳곳에 ‘사람 없는 자리 선점 금지’ 문구를 쓴 팻말을 내걸고, “5일 낮 열두시를 기준으로 현장에 사람이 없이 설치된 돗자리를 일괄 회수·철거 예정”이라는 내용의 안내 방송을 수시로 내보냈다. 그러나 일부 돗자리에만 시민 두세명이 앉아 있을 뿐 대부분 돗자리는 가방, 옷가지 등으로 날아가지 않게 고정만 해 둔 상태였다. 몇몇 돗자리 가장자리에는 텐트를 고정하는 대형 핀이 박혀 있기도 했다.

중고거래 플랫폼들에는 축제 장소인 여의도와 노량진, 당산 일대 건물 주차권을 판매한다는 글도 여럿 올라왔다. 대부분 판매자들은 1일 주차권을 5천∼3만원에 팔고 있었다. 이날 원효대교 아래에서 가족들과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던 강아무개(31)씨는 “오늘 전야제와 내일 본행사 관람을 위해 새벽부터 하남에서 차를 몰고 왔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만 해도 공영주차장에 차를 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미 만차인 걸 보고 일찍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의도 일대 아파트 관리사무소들은 행사 기간 방문차량 입차를 전면 금지하고,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지인 차량 주차 등록 자제까지 당부했다고 한다.
불꽃축제 때마다 고가의 사적 거래가 횡행하지만, 이를 직접 규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강공원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인 데다가, 돗자리만 놓아둔 채 자리를 비우는 행위를 제재할 법적 근거도 마땅히 없다. 지난달 이른바 ‘암표방지법’이라 불리는 ‘공연법 시행령’과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불꽃놀이는 공연법상 공연에 해당하지 않아 적용 대상 바깥에 있다. 서울시는 행사를 주최하는 한화 쪽과 협업해 현장 계도 및 안내를 하고, 중고거래 플랫폼 쪽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한편 경찰은 4일과 5일 이틀간 기동대 51기, 광역예방순찰대 28개 팀 등 모두 4700여명의 경찰관을 지원해 인파 안전관리, 112신고 등을 처리한다. 서울경찰청은 4일 전야제 행사가 평일 저녁에 열리는 만큼 퇴근 인파와 관람객이 동시에 몰릴 가능성에 대비해 행사장 주변 도로와 지하철역, 한강공원 주요 진·출입로에 경찰관을 배치해 우발 상황에 대비할 계획이다.
본행사가 열리는 5일에는 여의동로 마포대교 남단부터 63빌딩까지 오후 3시부터 밤 12까지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한다. 아파트 주민 차량과 행사 차량만 선별해 들여보낸다. 행사 당일 인파가 가장 붐빌 것으로 예상되는 5호선 여의나루역은 저녁 9시부터 밤 10시까지 무정차 통과를 시행하는데, 상황에 따라 무정차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귀갓길 인파가 한순간 밀집할 수 있는 만큼, 경찰은 행사를 마친 뒤 시민들을 국회의사당·여의도·샛강·대방·신길역으로 분산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